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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인상잡설 2021. 12. 9. 22:36
얼마 전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마주했다. 너무 뜬금없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과거 고통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던, 마치 인생에서 어떤 페이지가 넘어간 듯한 아주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혹시 교포는 아니죠?”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을 맺고 있는 바로 이 한 문장이 나의 가슴 깊은 곳에 잠겨있던 울분과 설움, 고통과 애환을 표면 위로 솟구치게 만들었다. 물론 나는 교포가 아니다. 일본에서 몇 년간 지내긴 했었지만, 저 질문 속의 교포가 재일교포를 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가 물었던 것은 놀랍게도 미국에서 왔냐는 것이었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이라면, 그간 얼마나 영어라는 언어 하나로 고통받았는지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나의 모든 목표는 바로 이 외국어 실력 하나로 매번 좌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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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륵 읽고 지나간 뇌과학 책들책 2021. 12. 4. 13:18
어느날 문득 뇌과학에 대한 흥미가 생겨 뇌과학 관련 책들을 두루두루 구매해서 읽었다. 일부는 꼼꼼하게 정독해 나간것도 있고, 어떤 책은 중복되는 내용에 스르륵 읽고 지나간 것도, 또 어떤 책은 흥미 가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읽어 내려간 책도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그 책들에 대한 짧은 소감들을 정리해 두려한다. # 뇌의 미래 뇌과 기계를 연결하는 BMI 기술의 선두자라 할 수 있는, 미켈 니콜라스의 연구 전기와 같은 책이다. 그가 어떻게 뇌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쩌다 기계와 뇌를 연결하는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 기술이 펼처나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다만, 2011년에 출판된 책이다 보니 BMI 기술의 기초 개념과 역사서를 읽는다는 기분으로 따라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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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맥으로 괜찮은, 하이트 제로수리물리학 2021. 12. 1. 17:00
가격 : 1,180원 알코올 : 0.00% 외관: 황금빛, 극소량의 가벼운 흰색 거품 향: 라임향, 냉이, 배어낸 풀 맛: 쐐기풀, 솔잎, 라임껍질, 파슬리, 신선한 풋사과 껍질 느낌: 라임과 솔잎의 풍미가 강력하게 감도는 첫 맛. 산에서 흘러나온 물의 신선한 미네랄 느낌이 혀 전체를 감돌고, 달콤한 뒷 맛을 남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풋사과와 파슬리의 향미가 강하고 탄산도 미미하기 때문에, 톡쏘는 라거 특유의 맛을 기대 했다면 기대에 못미칠 수 있다. 애플민트처럼 음식 맛에 상큼함을 얻고 싶을 때, 곁들이면 좋은 음료다. 어울리는 음식: 감자칩, 감자튀김, 치킨,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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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이길...책 2021. 11. 27. 15:54
엘리베이터에 타면 여전히 음이온 작동 표시등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본다. 많은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서 아세틸 살리릴산을 사 먹지만, MSG가 들어간 음식은 독극물이나 화학약품이 들어간 것 처럼 여겨 최대한 피하려 한다. 연일 몸에 좋은 음식과 건강을 이야기하며, 염화나트륨 보다는 소금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건강을 위해 아스팔트에서 추출한 비타민으로 만든 영양제는 꼬박꼬박 챙겨 먹기도 한다. 선풍기 괴담이나 전자파 공포도 여전히 지천을 떠돌고 있고, 심지어 과학자의 입에서 거짓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백신 음모론까지 나오기도 한다. 과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거나 유사한 모습들을 볼 때면 욱하는 기분이 많이 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하고 고쳐야 할지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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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다크초콜릿의 기운, 코젤다크 논알콜수리물리학 2021. 11. 23. 10:20
가격 : 2360원 알코올 : 0.4% 특징: 필터 여과 알콜 제거식 공법 외관: 건포도빛 갈색 향: 커피, 연필 깍은 부스러기 맛: 태운 토스트, 흑설탕, 다크 초콜릿, 건포도 느낌: 짙은 다크 초콜릿 향과 차분하지만 톡쏘는 느낌의 기존의 코젤 다크와는 달리, 무알콜 맥주 특유의 거품 없는 밋밋한 입안 느낌이 감돈다. 탄산은 거의 느낌 수 없지만, 간간히 느껴지는 에스프레소 향기와 탄 토스트의 맛이 혀를 맴돈다. 그 덕에 쓴 커피의 여운이 느껴진다. 어울리는 음식: 훈제 연어, 블루치즈, 바베큐 립스 처럼 훈연의 향이 곁들여진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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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비합리적 인간이 만들어나갈 미래책 2021. 11. 20. 17:22
신형 맥북 프로 라인업이 공개된 직후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많은 선택지들과 예상보다 비싼 가격을 보고, 어떤 제품이 나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결정하는 문제였다. 매번 맥북을 휴대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크기는 14인치가 적당할 것이다. 사진을 취미로 하긴 하지만, M1 Max의 성능까지 요구할 정도의 사진 편집 작업은 하지 않는다. 코딩을 많이 하지만 주로 서버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M1 Pro에 16기가 메모리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클라우드를 주로 이용하고 넉넉한 외장하드도 가지고 있으니 512기가 SSD도 쓸만 할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기초해서, 경제적이고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내린다면, 14인치 맥북프로 기본 모델을 구매하는 것이 이콘으로서 바람직한 결정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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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문학 편지책 2021. 11. 9. 08:57
과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여러분은 혹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읽어 보셨는지요. 책을 읽어보진 못했더라도,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전송한 사진 한 장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광활한 우주 속의 작은 티끌과도 같은 우리 고향의 모습 말이지요. 그는 이 사진을 소개하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