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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멍청한가?책 2022. 3. 27. 15:03
인간의 생물학적 인지거리에 비해 현대 사회는 관계망은 비대하게 확장되어 있다. 신뢰하는 소수의 씨족이나 부족 영역의 관계가 아닌, 신뢰관계를 알 수 없는 대중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병원 진료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진료 결과를 믿고 내 몸의 수슬을 맡기거나,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전하는 소식을 신문, 방송을 통해 전해 듣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존속 할 수 있는 것은, 신뢰할만 하다고 인정되는 표상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 표상의 신뢰도는 그럴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거나, 그것을 믿지 않으면 손해가 갈 만큼의 권력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악한 단서들과 개인의 편협한 정보, 격정, 불안, 시기, 질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려는 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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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과 헛소리사념 2022. 3. 21. 22:31
수레바퀴의 악랄한 바큇살들은 미래의 끊임없는 초월성을 건드리며, 모든 혁명과 구원 마저 찔러넣고, 마침내 수치의 파국을 이끌고 만다. 자연의 특수함은 유일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파국은 그곳에 다다르는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개척된 모든 시스템에서 우리가 배재되는 것을 자연이라 칭한다면, 자연이 닦은 모든 길은 절대적 충분성을 뒤틀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무어라 부르든 사실은 자발적이다. 덤불 속에 가시처럼 돋은 시기심과 알량한 살갖도 자연 속에서 그대로 들춰내 보여, 그저 뒤 섞이지 않은 것으로 흘러 보내 버려야 할 뿐이다. 덤불 속에 꽃을 더듬는 손이 없으면 향기조차 맡을 수 없다는 고약한 집착이, 가시 돋은 자연의 살갖에 닿아 상처를 내며 영혼을 파고들고, 이윽고 꽃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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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책 2022. 3. 6. 20:16
시민 과학과 참여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루었던 언젠가의 독서 토론회에서 이런대화가 오간 적이 있었다. “우리 동네 길가에 있는 한 전봇대에 사람들이 밤마다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도 아닌데, 길가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있으니 사람들은 짜증이 났겠죠? 그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곳에 팻말을 붙이고, 감시를 하고, 싸우고 내쫓기도 하며,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갈등의 요인이 몇몇 악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미비점 혹은 한계 때문에 발생했음을 이야기하며, 본래 주제였던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언급할 요량이었기 때문에, 이어서 이렇게 덧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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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쾌한 조화가 돋보이는, 애페스 오리지날수리물리학 2022. 3. 1. 21:12
가격 : 1,160원 알코올 : 1% 미만 외관: 구리, 빛깔 루비빛이 도는 커피색 향: 밀짚, 훈연 나무 맛: 캐러멜, 고구마, 오렌지 껍질, 가을 나뭇잎 느낌: 신선한 샘물을 마시는 듯한 상쾌함이 살아있고, 달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밀짚이나 가을 잎을 연상시키는 향이 묵직한 풍미를 장식해준다. 메이플 향이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달콤한 중간맛에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고 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재미난 맛이다. 어울리는 음식: 새우, 동남아시아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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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저널리즘과 위험보도의 클래식책 2022. 2. 28. 17:40
과학과 기술이 초례할 잠재적 위험 혹은 혜택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답변은 “잘 모르겠다.” 이다. 이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사안과 관점에 따라 심각한 위험과 완전한 대안으로 동시에 해석될 여지가 있는 까닭이다. 가령, 유전자조작 식품은 병충해에 강하고 다양한 기후와 토양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농작물을 만들어 식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인식 될 수 있는 동시에,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인체와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우려로도 동시에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이상 새로운 과학기술이 사회에 도입될 경우, 주관성에 관한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합의가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만일 언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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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의 그 느낌 그대로, 하이네킨 0.0수리물리학 2022. 2. 24. 20:45
가격 : 2,160원 알코올 : 1% 미만 외관: 금빛, 극미량의 거품 향: 쐐기풀 느낌, 톡톡 찌르는 듯한 향 맛: 은은한 칼라만시, 상쾌한 미네랄, 시트러스, 시큼한 뒷맛 느낌: 탄산감 강한 필스터 특유의 상괘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산미가 강해 드라이한 느낌을 많이 주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맥아 향이 첨가된 탄산수를 마시는 듯한 재미없는 맛을 준다. 무알콜 맥주임에도 하이네킨 고유의 맛이 약하지만 그대로 녹아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어울리는 음식: 양고기, 소세지, 돼지 껍데기, 감자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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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읽고 지나간 책들책 2022. 2. 20. 16:43
# 책의 말들 책을 통해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공감하며, 책과 끊임없이 관계 맺고 사는 이들에게 독서욕을 자극시키는 책이다. 한 줄 한 줄 정성 들여 얽어모은 책의 말들에, 나의 책장 속에 진열되어 있는 책들을 하나 두울씩 들추어 보며, 포스트잇과 북다트로 표시된 페이지의 문장들을 그러모으게 만든다. 내가 모은 책의 말들은 어떤 말일지, 난 어떤 문장들에 이끌려 종이 종이마다 따로 표식을 해 두었었는지를 떠올려 본다. 나는 이때 왜 이 문장에 이끌렸을까? 지금은 왜 이 문장에 이끌리지 않을까? 이 책은 왜 이렇게 너덜너덜 해 졌을까? 생각하며 새로운 책들을 장바구니에 하나둘씩 추가한다. 언젠가 나도 이런 근사한 독서 연대기를 쓸 수 있기를 꿈꾸며. 책의 말들 - 김겨울 지음/유유 # 상처로 숨쉬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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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Max MacBook Pro 한 달 쓰면서 느낀 장단점잡설 2022. 2. 12. 17:45
신형 M1 Max 맥북프로 제품을 받아 사용한 지 한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데드픽셀과 배송 문제 등 여러 이슈로 최초 주문부터 최종 양품을 받기까지 총 7주가 소요되어 불만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이 모든 불평과 불만이 하나도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역대급으로 만족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맥북이 되었습니다. 약 1달간 사용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단간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장점 팬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든 작업이 즉각적으로 이루어 진다 mini LED의 뛰어난 명암비 맥북은 비행기 이륙을 연상시키는 강력한 팬 소음이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M1 Max 모델은 어떤 작업을 해도 팬 소음이 들리지가 않습니다. 가장 많이 팬이 움직였을 때가 왼쪽 팬이 1600 rpm(3%) 정도 잠시 회전하는 수준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