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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탐색에 머신러닝 활용하기 (上)과학 2018. 10. 25. 14:34
‘거미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시오’ 학부시절 철학과 강의를 듣던 도중에 교수님께서 이런 제안을 문득 하셨습니다. 만약 거미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레포트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이 수업에 출석을 한번도 하지 않고, 시험을 보지 않아도 A+ 학점을 주겠다는 아주 대담한 제안이었습니다. 이 달콤한 제안에 강의실은 일순간에 술렁이기 시작했고, 저마다의 생각과 논리를 이야기하며 전의에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 타란튤라를 기르고 있던 친구는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거미의 행동을 관찰하며 지능의 증거를 찾기 시작했고, 저는 도서관으로 가서 동물의 행동에 관한 서적들을 뒤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전의에 불타던 강의실은 2주가 지나면서 점점 사그라 들기 시작했습니다. 거미의 지능이 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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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과학 2018. 9. 25. 19:59
과학자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흰가운을 입고 연구실에서 현미경을 보고 있을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어두운 연구실 한 구석에서 홀로 복잡한 계산에 몰두하고 있는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아니면 프랑케인슈타인을 만들거나 우주의 차원 포탈을 만들어 외계인의 침공을 돕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떠올리시나요? 언젠가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에서 제 꿈은 과학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더니 모두들 피식거리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핵물리학자나 분자생물학자 같은 멋진 이름이 아니라, 과학자라고 그냥 통칭하는 바람에 그런 웃음을 유발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과학자라는 이름은 멋있어 보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유치해 보이고 무엇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그런 애매모호한 직업입니다. 과학은 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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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을 나온 철학을 하지 않는 수닭책 2018. 9. 22. 00:26
지독한 고통과 고독 속에서 피어난 철학적 사유는 바늘처럼 뾰족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고, 딱딱하게 굳어진 언어 탓에 그 진의 역시 올바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문체와 낭만적 묘사들로 서술된 문학이라 하여도, 그속에 담지 된 철학이 어떠한 통찰과 성찰의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서로를 닮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철학과 문학이라는 관계 사이에서, 이 둘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문학적인 철학 혹은 철학적인 문학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을까? ‘철학을 하지 않는 닭’은 그동안 갈망해 온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던져준 것만 같은, 아름다운 문학의 옷을 입은 담담하고 도도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작품의 인상을 받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강한 기시감과 친숙함에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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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닷새에 한 편꼴로 논문을 낸다과학 2018. 9. 21. 02:57
논문에 이름을 싣는 것은 학문에 있어 코인과 같고, 일부 연구자들은 이 코인을 많이 채굴한다. 2000년에서 2016년 사이에 한 해에 72편 이상, 다시 말해 닷새에 한 편꼴로 논문을 다작한 저자들을 찾기 위해 우리는, Scopus를 이용해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 저자들을 검색하였다. 우리는 사설이나 서신, 기사 등이 아닌 실질적인 논문들만 집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 기준에 따라 9천명이 넘는 저자들을 간추렸다. 우리는 이것이 과학 논문에서의 저자명이 가지는 의미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연구가 되었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이 저자들이 어떠한 부정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음을 분명히 해야한다. 대형 컨소시엄의 회원인 일부 과학자들은 매우 많은 양의 논문에서 저자명 등재 기준을 충족 했을 것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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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본질에 관하여책 2018. 9. 20. 18:21
두 블랙홀이 충돌하면서 만들어진 중력파를 인류가 관측해내는데 성공하면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전히 증명해 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충돌했다는 두 블랙홀의 정확한 질량과 거리, 반지름, 스핀, 쌍성궤도반지름 등의 정보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며, 그 파형과 진폭등의 정보 또한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양한 파라미터들을 대입하여 얻은 아인슈타인 방정식의 결과물과 측정된 파형을 비교함으로써 가장 유사한 파형을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관측한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참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관측된 결과를 아인슈타인인 방정식이 도출해내는 결론에 맞게 끼워 맞춘 것은 아닌가? 인류가 만든 이론 중에 가장 정밀한 이론이라고 알려진 양자장이론으로부터,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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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빈곤 밑줄 긋기책 2018. 9. 15. 19:34
부동산이란 무엇일까. 사회는 진보하고 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해가며 인권을 넘어 동물권을 논하는 확장되는 도덕의 영향권 아래에서 조차, 땅 만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보다 우선시 된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개인과 국가,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도 토지는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가치를 뽐내며 자본과 노동을 잠식해 나간다. 자본이라는 추상물과 인간의 욕심이라는 본능과 결합 하면서 자연물에 불과한 토지는 부의 상징이자 잠식의 도구로써의 상징을 완성해 나간다. 토지개발을 명목으로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져간 수많은 목숨들을 보라. 부동산 투기 열풍에 휩싸여 반짝이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라. 집값이라는 허상을 지키기 위해 하나가 되는 저들의 단결력을 보라. 토지의 가치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노동력의 값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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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본투리드 만년필잡설 2018. 9. 10. 15:42
저는 평소 필기를 할 때나 메모를 할 때에는 주로 연필을 사용합니다. 뽀족하게 깍으면서 느껴지는 손의 감각과 서걱서걱 하며 쓰는 필기의 느낌, 그리고 많이 쓰면 쓸수록 짧아지는 그런 아날로그한 느낌이 좋아서 연필로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엔 아이패드의 애플팬슬을 이용해 간단한 메모나 필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노트에 정리를 하거나 수식을 쓸 때는 어김없이 종이와 연필을 꺼내곤 합니다. 게다가 소문난 악필이다 보니 지우고 다시 써야할 경우가 많아서, 볼팬은 여간 불편할 물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샤프도 여러가지 종류들을 써봤지만, 쓰는 느낌이라던가 잡는 느낌이라던가 그리 정에 가는 물건은 없더군요. 그래서 인지 저는 만년필에 대한 어떤 환상이나 로망 같은 것이 없습니다. 볼팬도 불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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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집착할 때잡설 2018. 9. 6. 15:35
참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고, 기다리지도 않고, 찾지도 않으며, 읽지도 않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 글을 써야한다는 이상한 집착에 빠지는 일 말이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이 구름처럼 흩뿌려져 있음에도 그것을 완성된 글로 써내려 가야만 한다거나, 읽었던 책들에 대한 서평을 빼놓지 않고 모두 써야만 한다거나, 어떤 핵심적 담론을 서술 해야만 한다는 집착과 압박에 가끔씩 사로잡힌다. 독서량과 필력과 지력의 부족함을 망각하고 이 강박에 휘말려들면 누군가의 글과 문장을 그대로 표절하거나 괴변만을 늘어놓고 모호한 논리를 읊조리는 오물만 배설하게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번 이 하찮은 집착에 빠지고 또 빠진다.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글에 대한 이런 하찮은 고민과 허기가 차 들때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