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저는 평소 필기를 할 때나 메모를 할 때에는 주로 연필을 사용합니다. 뽀족하게 깍으면서 느껴지는 손의 감각과 서걱서걱 하며 쓰는 필기의 느낌, 그리고 많이 쓰면 쓸수록 짧아지는 그런 아날로그한 느낌이 좋아서 연필로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엔 아이패드의 애플팬슬을 이용해 간단한 메모나 필기를 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만, 노트에 정리를 하거나 수식을 쓸 때는 어김없이 종이와 연필을 꺼내곤 합니다. 게다가 소문난 악필이다 보니 지우고 다시 써야할 경우가 많아서, 볼팬은 여간 불편할 물건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샤프도 여러가지 종류들을 써봤지만, 쓰는 느낌이라던가 잡는 느낌이라던가 그리 정에 가는 물건은 없더군요.


그래서 인지 저는 만년필에 대한 어떤 환상이나 로망 같은 것이 없습니다. 볼팬도 불편한데 만년필은 어떻게 쓸 수 있겠습니까? 주변에 만년필을 즐겨쓰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하나같이 만년필의 매력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자주, 잉크의 색이나 종류, 촉의 종류와 느낌, 브렌드 등등에서 전해져오는 그런 감성을 많이 들어 왔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써보라며 손에 쥐어준 만년필로 종이에 슥슥 써보기도 했지만 그 느낌이 잘 전해지지는 않았죠. 잉크가 잘 번지고, 두껍기만 할 뿐 실용성은 없이 그저 겉모습만 멋져보이는 필기구일 뿐이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잠깐 시필해본 느낌으로 만년필의 매력을 느끼는 것은 쉬운일이 아닐지도 모르지요. 아니면 '만년필은 불편하다'는 강한 편견이 머리에 새겨져 있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알라딘에 접속해보니 9월 이벤트로 만년필을 증정한다는 공지를 보았습니다. 마침 사려고 하던 책이 이벤트 대상 도서에 포함도 되어 있어 마일리지 4천점으로 사은품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시필을 해보니 EF촉을 골랐는데도 많이 두껍게 써 지더군요. 평소 쓰던 노트에 써서 그런지 잉크도 많이 번지고, 제 글씨체와 글씨 크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글씨를 작게 쓰는 편이라 일반 대학 노트 반줄 정도의 높이로 글씨를 쓰다보니, 그렇게 쓰면 글씨가 모두 뭉게어져서 하나도 알아볼 수 없게 되더군요. 게다가 한자를 쓰거나 복잡한 수식을 쓰기에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습니다.


마일리지 4천점에 맞는 저렴한 느낌의 플라스틱 몸체와 촉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생애 첫 만년필의 느낌이 그리 좋지는 않군요. 알라딘 한정 굿즈라는 소장품으로만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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