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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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과 헛소리사념 2022. 3. 21. 22:31
수레바퀴의 악랄한 바큇살들은 미래의 끊임없는 초월성을 건드리며, 모든 혁명과 구원 마저 찔러넣고, 마침내 수치의 파국을 이끌고 만다. 자연의 특수함은 유일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파국은 그곳에 다다르는 과정에 있다고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개척된 모든 시스템에서 우리가 배재되는 것을 자연이라 칭한다면, 자연이 닦은 모든 길은 절대적 충분성을 뒤틀어 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무어라 부르든 사실은 자발적이다. 덤불 속에 가시처럼 돋은 시기심과 알량한 살갖도 자연 속에서 그대로 들춰내 보여, 그저 뒤 섞이지 않은 것으로 흘러 보내 버려야 할 뿐이다. 덤불 속에 꽃을 더듬는 손이 없으면 향기조차 맡을 수 없다는 고약한 집착이, 가시 돋은 자연의 살갖에 닿아 상처를 내며 영혼을 파고들고, 이윽고 꽃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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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거대과학에 관한 소묘사념 2018. 12. 22. 19:28
✻ ✻ ✻ 컨트롤 룸의 수많은 대형 모니터들을 한번 훑어보고나면, 장비를 제어하고,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복도를 지나 자리로 돌아와 앉으면 이제 수많은 이메일들이 눈에 들어온다. 미팅 일정부터 공지, 안내, 각 서브그룹들의 업무 보고 등, 읽어야 할 매일과 그렇지 않아도 될 매일, 답장을 해야할 매일 등을 빠르게 분류한다. 그리고 터미널을 열어 클러스터에 접속해 본다. “뭔가 이상한데….?” 무언가가 이상하다. 그러다 연구실에서 누군가가 내선 전화를 받고 통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우리 시스템에는 그게 설치가 안되어 있어서…” 분명 수개월 전에 그 프로그램을 내가 설치해 두었을 터였다. 그런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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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와 일본 과학 그리고 하고 싶은 것사념 2018. 8. 8. 21:36
한때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펴낸 조지프 니덤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의 과학과 문명의 발전 양태를 기록하고 포괄하여, 현재와 과거의 연결성과 사상적 풍경을 조망해 보겠다는, 그런 야심 차면서도 허황된 꿈을 꾼 것이다. 그 대상이 한국도 아니고 동아시아 전반에 관한 것고 아니라 일본으로 특정된 데에는 일본에서 경험한 하나의 병리적 경험에 그 원인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바라보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실시된 지방 선거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지속적인 추진과 확대를 주장하는 현직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나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홋카이도와 후쿠이, 시네마, 사가 현 등의 지사는 물론이고, 후쿠시마로부터 불과 240km 남짓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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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나사념 2016. 6. 10. 17:30
‘여러분들은 수학과 과학을 왜 배운다고 생각하나요?’ 오늘날 과학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서술 되거나 수치화 된 데이터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덕분에 과학 이론으로 정립된 법칙이나 수식 등은 그 자체로써 신뢰를 보장 받으며, 그 결과를 증명된 진리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물이 H2O임은 과학적으로 서술 된 사실임으로, 물에 대한 이해와 해설은 모두 과학적 서술인 H2O로 귀결된다. 때문에 우주를 바라보는 개인적 관점과 이론은 모두 현대 물리학이 서술하는 우주론 앞에서 모두 폐기 처리 되며 오답인 것으로 간주된다.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물은 것은, 이 지점에서 학생들이 겪는 고충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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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나의 글사념 2014. 6. 15. 20:40
어릴적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 때면 언제나 초록색 언덕에 나무 몇 개를 그리고, 집을 그리고, 구름과 햇님을 그려 넣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화창한 날 숲 속 별장의 차분하고도 활기찬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의 손에 의해 한 폭의 그림으로 담기는 순간이었다. 나의 풍경화 작품 n호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다. 들판을 자유로이 뛰어노는 양때들과 나무 두 그루, 사이의 아늑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오지만, 나는 이렇게 생긴 집이나 양, 나무, 태양, 꽃, 들판 심지어 이런 모습을 한 풍경을 본 적이 없다. 갈색 직사각형 위에 초록색의 삼각형이 얻혀져 있는 모습을 한 나무를 나는 본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것을 나무라고 인식하고 지금도 여전히 수 많은 어린이들은 이런 비슷한 그림을 집에서, 유치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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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 대한 잡설사념 2014. 5. 21. 01:21
3년 전의 일이다. 친구들끼리 술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대통령 후보감으로 안철수를 논하고, 토크콘서트 갔던 이야기에서부터, 안철수로부터 미래를 말하고, 또 어떤 친구는 안철수가 기성 정치에 물들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관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즈음의 이야기다. 난 언제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모난 돌처럼 삐져나와 정신차리라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그 때 했던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였다. 안철수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그와 함께 연상되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뽑으라면 아마 청춘들의 멘토와 V3일 것이다. 이 부분에 동의를 한다면 우선 그가 만들었다는 V3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지금은 PC에 V3 lite나 알약이 하나씩 깔려있겠지만, 그보다 이전, 안철수가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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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강요된 사회에 산다는 것사념 2014. 5. 2. 09:22
최고존엄의 지지율이 50% 대를 상회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술집에서, 식당에서, 역에서, 버스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문득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되었다. 빨간약과 파란약을 한 손에 쥐고 무엇을 선택 할 것인지를 묻던 매트릭스 속의 한 장면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장면의 비유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떠올렸을 수도, 어쩌면 이 둘 모두인 동굴 속에서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결국 네오는 어떤 약이든 선택하기를 강요받지 않았는가. 자, 여기 배가 한 척 있다고 해보자. 선장은 선원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지만 나이가 연로하여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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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사념 2014. 4. 23. 21:36
‘정의는 재화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와 억압에서 시작해야 하고, 누가 얼마를 가지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외침을 듣고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Iris Marion Young, Justice and the Politics of Difference, 1990] 차갑다. 서늘하다. 날카로운 비수가 날아와 등 뒤에 꽂힌다. 매일 흘러나오는 뉴스, 보도행태, 구조소식, 늘어만 가는 실종자 수에서 그동안 행복의 준수, 개개인의 인권과 생존권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며 이상사회를 고민하던 모습들이 얼마나 시대 착오적인 것들이었나를 생각케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제는 작고한 미국의 페미니스트 운동가였던 영이 말한것과 같이 정의란 ‘존엄의 평등’인가? 롤스식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