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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져 흩어진 마음의 껍데기책 2018. 9. 4. 20:03
위로를 얻고자 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차가운 얼음 아래서 꿈틀거리는 물고기들의 외침처럼 들린다. 그가 겪었을 우울함과 절망감, 무력감을 알아채고 마주하여 서서히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기 보다는, 응어리진 마음이 빚은 그 얇은 껍데기 만이 이 곡에 남겨져 있는것만 같다. 변함없이 달려온 우리의 삶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틀과 정치적 외양 사이에서 ‘자로 잴 수 없는 것을 위한 잴수 없는 자’를 통해 가치와 개성을 거세 당하며 비본질적인 것에 의탁 하기를 강요받아왔다. 무수한 의견과 기치의 대립은 여론이라는 이름의 허깨비에 의해 일방적으로 뭉개어지고, 다시한번 모든 것을 경제의 논리와 틀 속으로 가두어 경제 최우선을 외쳐댄다. 자발적 성찰과 경험 마저도 완제품으로 제공되는 대량생산품의 부속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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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쁨책 2018. 8. 27. 22:57
책을 즐겨 읽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 였을까? 지금에서야 여러 종류의 책을 사서 읽기도 하고, 독서 토론회를 꾸려보기도 하고, 블로그에 읽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나마 써내려 가보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책을 가까이 하고 지냈던 것은 아니다. 이야기 하자면 오히려 나는 책을 싫어하는 편에 속해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엔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가 끔찍히도 싫었고, 매 해마다 학교에서 열리던 백일장이 정말이지 싫었다. 왜 읽기도 싫은 책을 강제로 읽어서 글까지 써내야한다는 말인가? 왜 똑같이 배부된 종이에 같은 시간에 모여 앉아 쓰기도 싫은 글을 그것도 같은 주제로 써야한단 말인가? 그래서 6학년 때에 마주한 백일장에서 나는 백지를 당당하게 제출했고, 그 뒤로 따로 불려나가 뭐라도 쓰라며 꾸지람을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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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꿈꿀 수 있을까?책 2018. 8. 24. 16:24
다시 이 빛나는 점을 보라. 그것은 바로 여기, 우리 집, 우리 자신인 것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아는 사람, 소문으로 들었던 사람, 그 모든 사람은 그 위에 있거나 또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기쁨과 슬픔, 숭상되는 수천개의 종교, 이데올로기, 경제 이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민, 서로 사랑하는 남여, 어머니와 아버지, 앞날이 촉망되는 아이들, 발명가와 개척자, 윤리 도덕의 교사들, 부패한 정치가들, 슈퍼스타, 초인적 지도자, 선자와 죄인 등 인류의 역사에서 그 모든 것의 총합이 여기에, 이 햇빛 속에 떠도는 먼지와 같은 작은 천체에 살았던 것이다. 장군과 황제들이 이 작은 점의 한 귀퉁이를 아주 잠깐 지배하려고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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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언론보도를 짝지으려는 시도책 2018. 8. 23. 00:52
종종 소비사회라고 부르기도 하고, 기 드보르처럼 이미지 사회나 스팩트럼 사회라 부르기도 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은, 다양하게 명명되어 투영된 그 이름들처럼, 하나로 명기되기 힘든, 사회적 총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채 유지되는 다층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는 그렇게, 소비사회가 그려낸 진단처럼 상품 소비의 현실에서 노동의 진실을 가리고, 자본에 의해 가치를 양화하여 환원함으로서 개인을 하나의 캡슐로 가두어 버리기도 하고, 이미지 사회가 그려낸 진단처럼 파편화된 영역들로 가로막혀 감추어진 총체적인 사회적 경험의 획득은 이미지의 매개를 통해서 가능해 져버렸다. 그렇게 현대 사회는 대상과 실체, 드러나는 현상과 진실이 그 어느때 보다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버린 간극의 시대가 되어 버리고 만것이다.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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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4)잡설 2018. 8. 22. 15:36
산들산들 부른 바람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는 야옹이 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야옹이 형은 정말 꽃과 새와 바람과 달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나가다 발견한 카르도소 나무를 봐도 재미있다고 말하고, 항상 크레페오 크레페오 하고 우는 코레키오 새를 보고도 재미있다고 한다. 해변에 휘몰아치는 센 바람에도, 시들시들 절정에 달한 시오시오 꽃을 보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달도, 물웅덩이 위로 떨어진 달도 야옹이 형에게는 모두 재미있다. 그런데 보노보노에게는 이 모든게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다. “별로 재미없어요”“그러냐? 나는 재미있었는데.” 그리고 보노보노는 다시 야옹이 형에게 묻는다. “뭐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야옹이 형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 하듯 말을 잇는다. “그러냐?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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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과학책 2018. 8. 19. 14:22
자살이라는 행동은 언제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존재한다. 오히려 그것은 어느 극단적인 선택의 한 방편이 있지 않고 간절히 바라는 희망 사항으로써 기능 한다.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언제나 동네북이 되어 조롱과 비아냥, 놀림의 대상이 되고, 각자의 편견에 맞춰 재단되어지고 규정 지어진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하나 둘 연락처를 삭제하고 차단조치를 한다. 목표는 언제나 그 시도초자 하지 못하고 좌절되거나 달성되지 못한다. 무엇하나 되지않는 실패의 연속인 루저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행운의 여신은 항상 나를 저버리고 불행의 여신 만이 나에게 미소짓고 있는것만 같다. 길거리를 걸으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가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루 3리터 이상의 맥주를 일주일 연속으로 쉬지 않고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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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물질 검출을 위한 중력파 검출기과학 2018. 8. 18. 23:08
중력파 검출기는 중력파 이외의 신호도 충분히 검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암흑 물질이 ”암흑광자(dark photon)” 라 불리는 특별한 종류의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암흑물질 또한 탐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LIGO의 과학자들은 가까운 미래에, 기존 암흑광자 모수 공간의 미지 영역을 포함하는 암흑 광자들을 탐지할 계획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시간 대학의 Aaron Pierce과 Keith Riles, Yue Zhao는 Physical Review Letters에 투고된 논문을 통해 중력파 검출기를 이용한 암흑물질 탐색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새롭게 태동한 중력파 천문학과 입자물리학과의 멋진 연결점”이라고 Zhao는 phys.org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한다.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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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개념의 변천사 (1)과학 2018. 8. 18. 03:00
우리는 이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으며, 속력 혹은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상식처럼 알고있다. 우리의 감각 경험은 분명하게 공간과 시간이 독립되어 있는 것으로, 공간 내에 존재하는 물질 역시 공간에 의존하지 않은 독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 쉽게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념을 곧바로 추상화하고 관념화 시켜버렸다. 공간이 수축하고 시간이 늘어난다는 감각 수용을 위한 어떠한 즉각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는 어떻게 이 추상적인 관념을 사실로써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당연하게도 우리가 공간과 시간을 통합한 오늘날의 공간 개념을 가지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수 백년에 걸쳐 우리의 감각 경험으로부터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