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
실재론과 반실재론을 이야기하며과학 2014. 4. 15. 16:14
01 “명색이 종합대학인데 정원 미달이라니….”“원전이 문제로구나….” ‘똑똑’ 실험실 책상 넘어로 들러오는 노크 소리에 긴장 한 것도 잠시, 문이 열리며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다시 모니터 화면을 응시한다. “뭐하냐” 왠지 모를 한심한 눈빛과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친구를 무시하며 나도 모를 하소연을 늘여 놓는다. “원전에 대졸 이상의 전문 숙련 노동자 수가 적어서 폭발 위기에 쳐해있어. 그런데 시내 대학은 정원 미달이고 그나마 있는 졸업자들도 컴퓨터 회사나 반도체 회사에 들어가서 인력난이 심각해. 전력 수요를 감당 못해서 원전을 버릴 수도 없고, 유지도 안되고, 이렇게 되면 3년마다 재건설 해줘야 하는데 그러면 시 재정이 부담이 많이 되는 구만. 옆에 베드타운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심시티 좀 ..
-
한국의 과학문화는 어디에서 왔고 또, 어디로 가야하나과학 2014. 1. 6. 01:46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현대레알사전 이라는 코너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의 의미를 현대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코너였는데, 마침 ‘크리스마스’ 라는 단어를 재정의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어떻게 재정의 될 것인지 기대반 궁금증반으로 지켜보다 개그우먼이 ‘예수님이 만들어 주신 나의 또 다른 생일’ 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어린 자녀를 둔 아버지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산타할아버지가 되는 날로, 서비스업에 종하는 사람들에겐 지옥의 날로, 어쩌면 연인이 없는 사람들에겐 쓸쓸한 하루로써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지 모르듯이 어떤 단어, 어떤 날, 어떤 물건 등에 대한 개인적인 의미는 그 수 만큼이나 모두 다를 것이다. 때문일까. 날씨가 추워지며 크리스마스 즈..
-
벌써 일 년잡설 2013. 12. 18. 22:09
일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된 것에 대해서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바다 건너 일본에서 대선결과를 지켜 본 다음날 학교에서 들었던 질문이었다. 수업이 끝난 뒤 한국인이었던 내게 조심스럽게 건내던 교수의, 한일간 정치적 이야기는 피하고 있었던 연구실 안의 친구들이 조심스럽게 건내던 질문이 바로 그런 것이었다. 마치 히틀러의 딸이 오늘날 독일에서 선거에 의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만큼 이상한 이 이야기를 국민인 당신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벌써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밝혀진 총체적 관건선거, 100여년 전 철도부설권을 빼았겼던 대한제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철도 민영화의 꼼수, 공약의 전면파기, ..
-
아마추어 철학자가 진짜 철학자다책 2013. 12. 16. 07:00
여기 이상한 파이프 그림이 하나있다. 르네 마그리드가 그린 이 파이프 그림에는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짤막한 문구가 한 줄 적혀있다. 파이프를 그린 그림에 파이프가 아니라는 이 언명은 곧, 그의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의아함을 감출 수 없게 만든다. 그는 왜 자신의 파이프 그림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님을 역설 했을까? 그는 이 역설적인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자 그리고 말하고자 한 것일까? 마그리드가 말하고자 한 것은 하나의 언어로 정의 되면서 발생하는 개념의 배제와 분리의 비판이었다. 그가 그린 그 파이프는 1차 대전 당시 전쟁에 참전한 세 아들들의 전사자 통보를 기다리며 피웠던 비운과 슬픔에 가득찬 파이프였다. 그러나 그림으로부터 나타나는 이 파이프의 모습은 그 어떠한 ..
-
민주주의를 울부 짖으며...사념 2013. 12. 14. 08:00
얼마전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있다. 천원 지폐에 있는 퇴계이황과 오천원 지폐에 있는 율곡 이이의 인물 도안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 이유가 흥미로웠는데 성리학의 핵심적 내용인 충과 효로부터 국민에게 복종을 강요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효’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릴적부터 듣고 자랐을지 모를 ‘부모에게 허벅지 살이라도 잘라 줄 정도의’라는 수식어가 아닐까? 효로 상징되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도라는 개념은 오직 동양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서구권에선 이 효도를 'filial piety'라고 번역하고 있다. 직역하면 자식의 경건함이라는 다소 이상한 의미의 말이된다. 자식의 경건함이란 무슨 의미인가? 그들은 왜 효도를 경건함으로 표현한 것인..
-
과학과 유사과학의 경계과학 2013. 12. 13. 22:41
01 몇 달 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교수와 당시 진행 중인 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이 실험에 관한 내용이 아닌 개별적으로 쓰고싶은 논문 주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러자 그 교수는 어떤 주제의 논문인지는 묻지 않고 최근에 받았던 이메일 이야기를 해 주었다. 얼마전에 이메일을 한 통 받았는데 자신이 지금까지의 물리학 이론을 뒤엎는 새로운 이론을 발견해 냈으며, 이 이론으로 기존의 물리학에 새로운 혁신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류의 내용이었다고 한다. 난 과학철학에 관한 주제의 논문을 의미했기에 이 이야기는 당황스럽고 또 불쾌하기까지 했으나 금세 잊혀졌던 일이었다. 그러다 얼마전 친구가 조심스럽게 들려준 이야기에서 잊혀졌던 그때의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 기존의 물리학 이론을 뒤엎는 혁신적인 새 ..
-
힉스입자에게 보내는 편지책 2013. 12. 12. 18:46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 말이야. 아마 2년전 이맘 때였을 꺼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한 한적한 마을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때 너의 얼굴을 살짝 보았던게 내가 널 처음 봤던 그 모습이었어. 넌 내게 결코 너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스쳐지나갔던 그녀가 바로 너였다는 것을 곧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 그때 너와 마주쳤던 그 눈 빛은 날 설레이게 만들기 충분했어.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해. 그래서 난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라도 널 찾기로 마음 먹었고, 지금 이렇게 너와 만날 수 있게 되었지. 어떻게 널 찾을 수 있었는지 궁금할꺼야. 하지만 넌 이런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어. 이 세상은 이미 너의 존재감으로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지 때문이지. 무슨 소리냐구? 사람들은 저마다의..
-
계산된 위험을 감수하는 것 (후편)과학 2013. 12. 9. 02:37
나쁜 버릇이 있는 주사위 ‘경험으로부터 배운다’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이야기해두자. 수학에서 확률 공부를 할 때, 보통 ‘주사위를 던질 때 1의 눈이 나왔을 경우, 다음 주사위를 던질 때 어떤 눈이 나올지의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라는 것부터 강조 받는다. 주사위를 두 번 던졌을 때, 각각의 확률은 독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나쁜 버릇이 없는 주사위라면, 처음에 1의 눈이 나올 확률은 1/6이고, 다음에 1의 눈이 나올 확률도 역시 1/6이다. 그런데, 나쁜 버릇이 없는 주사위와 나쁜 버릇이 있는 주사위가 섞여있고, 두 주사위 중 어떤 주사위를 던졌는지 알 수 없을 때는, 첫 번째에 1의 눈이 나올지의 여부에 의해, 두 번째의 확률이 좌우된다. 주사위에 나쁜 버릇이 없다면 1의 눈이 나올 확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