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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글쓰기잡설 2017. 3. 5. 22:47
블로그를 시작한지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과학 지식을 쉽게 설명하고 전파 하겠다는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점차 글을 써 나가며 과학사회학과 과학사, 과학철학 등으로 관심사가 옮겨지면서 다루는 주제와 목적도 함께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안그래도 인기가 없었던 과학이라는 주제의 블로그는 더욱더 인기가 없어 졌지만, 그래도 그동안 블로그를 계속 해 왔던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글쓰기의 재미 때문 이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글쓰기의 소질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블로그에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의견을 교류해 나가는 것이, 글쓰기 자체의 소질이나 실력을 넘어서 어떠한 재미로 다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엔 시간의 문제 때문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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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리 선생님의 초끈이론입문책 2017. 2. 10. 19:57
우리는 이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으며, 상대 속력과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상식처럼 알고있다. 우리의 감각 경험은 분명하게 공간과 시간이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으로, 공간 내에 존재하는 물질 역시 공간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념을 우리의 감각경험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추상화하고 다시 한번 관념화 시켜버렸다. 우리가 일생을 거쳐 쌓아온 감각경험과 상치되는 물리학의 이같은 주장을 ‘이론’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지난 100년 간에 걸친 끊임없는 실험과 관측에 성공적으로 살아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이론이 가설이 아닌 하나의 과학 이론으로써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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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3)잡설 2016. 9. 18. 16:40
각종 저서나 기고 글들을 보면 다양한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논평 하며, 또 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과학자를 동경하며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의견을 접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통해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었다. 이 역시 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었기에 다른 시간과 잠을 쪼개가며, 언젠가는 나도 동경해왔던 과학자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어 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경험과 피부로 맞닿은 현실은 이 같은 꿈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허황 되기만 한 것인지를 빠른 속도로 증명해 내고만 있을 뿐이었으며, 다른 검증방법을 아무리 도입해 보아도 그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허상임이 드러날 뿐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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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프로를 지르다잡설 2016. 7. 26. 01:17
맥북 프로 질렀습니다. 9월에 새로운 맥북프로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될 예정인데 이 시점에서 15년형 맥북 프로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신형이 탐나긴 하지만 유출된 프레임 사진을 보면 SD카드 슬롯과 HDMI 단자를 비롯한 USB 단자가 모두 사라지고 USB-C 4개만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급히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보정을 하려면 SD 카드 슬롯이 필수이고, 외장하드 6개 중에 USB-C 를 지원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만약 사게 된다면 2.5만원 짜리 USB-C to USB-A 어뎁터를 추가로 구매해야하고, 당연히 비싼 가격일 USB-C to SDcard slot 어뎁터도 사야 할 것이고, 프로젝터에 연결하려면 미니DP 어뎁터가 아닌 새로운 어뎁터를 또 구매해야하고, 만약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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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써의 과학과 당위로써의 과학책 2016. 7. 24. 17:41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물리 선생님이 빛은 입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파동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들으며 순간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있다.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성을 지닌다는 말은 곧 입자가 파동과 같이 진동하면서 이동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어떻게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뉴턴 역학에 기초한 물리학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경험으로 체득해 왔기에,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입자와 파동의 상보성에 대한 하나의 명제를 쉽게 받아 들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 거부 반응은 현대물리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서 겪었던 20세기 과학자들의 논의와 같은 방식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단지 몇 권의 책을 읽어 보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은 과학의 객관성과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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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들잡설 2016. 7. 1. 21:18
지루한 회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깜빡 잠이든 배두한씨는 바닥에 팬을 떨어뜨리고 만다. 팬을 줍기 위해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숙이자 테이블 위에서 보던 정적이고 지루한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테이블 위에서는 일상에 젖어, 피로에 젖어, 입맛도 의욕도 잃은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테이블 아래에서는 빠르게 전진하는 바이올린의 소리처럼 화려한 발동작들로 가득하고, 이윽고 먹구름을 몰고 와 비를 퍼붓는 장마철 폭우처럼, 시원한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모두가 잘 아는 박카스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용현씨는 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치과에서 얻었다고 한다. 치과 진료 중에 우연히 흘러나오던 음악을 듣다가 계속 같은 부분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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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책 2016. 6. 22. 20:51
대청 아래로 소를 끌고 가는 백성을 본 왕이 물었다.‘소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피를 받아 종에 바르는 의식을 하려고 합니다.’그러자 왕은,‘그 소를 놓아 주어라. 나는 그 소가 두려워 벌벌 떠는 것이 마치 아무 죄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것 같아 차마 볼 수가 없구나.’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백성이,‘그렇다면 의식을 그만둘까요?’ 라고 되묻자 왕은,‘어떻게 그만둘 수가 있느냐. 양으로 바꿔라’ 고 말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백성들 사이에서는 왕이 소는 불쌍히 여기고 양은 그렇지 않아 대담하지 못하고 좀스럽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을 전해 들은 제선왕은 의기소침하여 맹자에게 나 같은 사람도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통일된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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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2)잡설 2016. 6. 12. 17:46
피카소의 그림은 대부분이 졸작이고 그 중 극히 일부가 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듯이, 대작은 습작으로 부터 나오고, 습작은 졸작으로 부터 나오기에 졸작을 쓰자는 말을 예전에 블로그에서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약 두 달 정도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매일 차와 커피를 맛 보며 종일 책만 읽는 신선노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동안 리스트에만 올려두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재개하였다. 당시의 말 처럼 졸작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빈약한 논증과 허약한 내용들로 점철된 똥들 만이 배출되었다.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사고와 논리, 지식의 깊이 즉,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오래전 한 드라마에서 유행한 대사처럼 똥덩어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