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저서나 기고 글들을 보면 다양한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논평 하며, 또 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과학자를 동경하며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의견을 접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통해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었다. 이 역시 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었기에 다른 시간과 잠을 쪼개가며, 언젠가는 나도 동경해왔던 과학자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어 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경험과 피부로 맞닿은 현실은 이 같은 꿈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허황 되기만 한 것인지를 빠른 속도로 증명해 내고만 있을 뿐이었으며, 다른 검증방법을 아무리 도입해 보아도 그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허상임이 드러날 뿐이었다.
나는 왜 과학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과학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한 권을 책을 읽고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 것 보다는, 수 편의 최신 논문을 머리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 보다 유효하다.
또 다시 허투루 사라진 시간들 만이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