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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문화 그 현재와 미래책 2016. 6. 11. 16:11
‘사과’ 라는 단어로부터 붉은 색의 둥글고 꼭지에 푸른 잎사귀 하나가 붙어 있는 과일을 떠올려 내듯이, 인간의 언어는 대상의 추상화 된 이미지로부터 대상을 인지하고 또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규정화 되고 규격화된 대상의 이미지는 인식 과정에서 그렇지 않은 것을 배제하여 관념화 시키기도 한다. ‘오타쿠'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폐쇄적이고 개별적인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그 문화를 향유하는 개인들의 행동을 일반적이지 않은 타자화 된 B급 문화로 인식하듯, 특정 문화를 지칭하는 지칭어의 일반의 이미지는 그 문화를 서술하고 인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문화에 대한 서술은, 그 문화를 향유하고 있거나 그 문화에 관여하고 있는 집단이 가진 이미지와 그 문화와 관계되지 않은 일반 대중이 가진 추상적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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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나사념 2016. 6. 10. 17:30
‘여러분들은 수학과 과학을 왜 배운다고 생각하나요?’ 오늘날 과학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서술 되거나 수치화 된 데이터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덕분에 과학 이론으로 정립된 법칙이나 수식 등은 그 자체로써 신뢰를 보장 받으며, 그 결과를 증명된 진리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물이 H2O임은 과학적으로 서술 된 사실임으로, 물에 대한 이해와 해설은 모두 과학적 서술인 H2O로 귀결된다. 때문에 우주를 바라보는 개인적 관점과 이론은 모두 현대 물리학이 서술하는 우주론 앞에서 모두 폐기 처리 되며 오답인 것으로 간주된다.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물은 것은, 이 지점에서 학생들이 겪는 고충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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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현대의 탄생과 지속에 대한 고민책 2016. 6. 8. 02:42
평범했던 일상과 사랑 했던 모든 것들이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계에서, 녹턴은 고요한 서정성을 잃고 그리움과 슬픔, 고독에 사무치게 된다. 어쩌면 폴란드의 독립을 꿈꾸던 쇼팽의 애절하고 아련한 바람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을 이 곡은, 스필만의 손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비로소 완성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영화 피아니스트는 전란 속에서 고통 받는 무기력한 개인을 묘사하며, 배타성은 그 고유한 개념에 따라 밀폐된 집단의 배타적 지배로, 결국에는 거대 산업 집단의 지배로 발전하게 되어 인간적 온기와 포근함이 폭탄처럼 산화하여 무로 화하고 만다면, 그것은 나중에 태어난 동생에 대한 형의 미움으로, 유색인종의 이주를 금지하는 사회민주주의적인 호주의 이민법에 의거해 어떤 한 신입생을 따돌리는 학생들의 집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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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잡설 2016. 6. 1. 17:53
수 개월 전의 일이다. 물리학을 좋아하고, 그래서 계속해서 물리학을 공부 해 나가고자 하지만, 나 개인의 지적 성취가 과학 이라는 전체 지식의 틀 내에서 과연 유의미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인류 지식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못하더라고, 그 과정에 참여하여 작은 진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 한 것일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면, 내가 과학을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일까? 과학은 이제 한 명의 위대한 과학자 개인에 의해 발전되고 성취되는 학문이 아니게 되었다. 최신 입자 물리학 논문엔 수 백 명의 과학자들의 이름이 저자 명단에 오르고, 거대한 실험 장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인 투자와 큰 비용의 투자를 필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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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와 나의 꿈책 2016. 2. 10. 17:43
국가 부패도와 연구개발 지출 및 혁신 지수 등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네이처의 칼럼이 암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한국은 OECD 최고의 부패율에 걸맞는 낮은 연구개발비용 지출과 낮은 혁신지수 그리고 높은 두뇌 유출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뿐인가. 이에 대한 책임은 높은 부패율에서 오는 비효율적 자원 분배나 개인적 관심사 혹은 공적 권력의 남용에 따른 자원 쏠림이 아닌, 애국심도 없는 과학자 개인의 무능만을 질책하고 강조할 뿐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이 같은 천시와 과학자에 대한 낮은 처우, 기술 개발을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는 일반의 시각, 기능을 위한 부속품으로 인식되는 연구실 노동자와 학생들의 실상, 인간 취급 조차 받지 못하는, 노예 조차 되지 못한 값싼 부속품, 대학내의 비민주성, 그리고 침묵과 외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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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꿀잼 소설잡설 2015. 9. 2. 21:27
블로그 안하려고 안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블로그도 뜸해지고, 그나마도 가끔씩 번역 글 올리는게 고작이라 이 블로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사실 궁금해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근황이나 써 볼 겸, 여차저차 그냥 몇 자 끄적여 보고 싶어서 포스팅 해 봅니다. 요즘 모두가 그러하듯이 되는 것도 없고, 될 것도 안되는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의욕도 의지도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우울해 하고 앉아 있을 순 없으니, 최소한의 맨탈이라도 부여잡고자 해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큰 맘 먹고 렌즈도 하나 새로 사니, 달라진 사진의 질에 사진찍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그러다가 책 한 권을 사게 되었습니다. 항상 재미 없는 책만 읽다가, 오늘은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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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또한 철학자이다과학 2015. 6. 3. 16:47
편집자 노트 : 측정과 실험으로 자연의 궁극적인 실체를 명명백백히 밝힐 수 있는가? 철학은 현대물리학이 이룩한 성취로 인해 더 이상 쓸모 없어 지고 있는가? 현대 이론 물리학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과학의 경계선과 자연의 법칙에 대한 과학과 철학 사이의 오래된 분쟁을 본지와 함께 다루었던 빅터 스텐저가 지난해 8월,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였다.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이 글은 앞선 질문들에 대한 장엄한 논의와 더불어, 과학과 철학 사이의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이 우주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을 당시 스텐저는, 그들 역시 수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위대한 철학적 전통에 몸을 담그게 된 것이라고 적은 바 있다. 거두절미하고 스텐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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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패배자...잡설 2015. 4. 21. 03:44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다니기 시작해서 중학교 2학년 무렵까지 다니던 학원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있던 학원 단지에는 언제나 학생들로 붐볐고, 그 중에서 내가 다녔던 학원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곳이었다. 당시 수학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공부 안하고 놀다가 몽둥이로 맞기도 했고,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그렇게 1년 넘게 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때 학원엔 조그만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로 붐비기만 했던 4층짜리 학원 건물에 학생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개의 반으로 나뉘었던 반은 눈에 띄게 한 개의 반이나, 두 개의 반으로 통합되기 시작했고, 수 많은 강의실은 수업용이 아닌 자습을 위한 공간으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