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다니기 시작해서 중학교 2학년 무렵까지 다니던 학원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있던 학원 단지에는 언제나 학생들로 붐볐고, 그 중에서 내가 다녔던 학원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곳이었다.


당시 수학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공부 안하고 놀다가 몽둥이로 맞기도 했고,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그렇게 1년 넘게 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때 학원엔 조그만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로 붐비기만 했던 4층짜리 학원 건물에 학생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개의 반으로 나뉘었던 반은 눈에 띄게 한 개의 반이나, 두 개의 반으로 통합되기 시작했고, 수 많은 강의실은 수업용이 아닌 자습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어 나갔다.


밤 늦게 학원에서 자습을 하고 있던 어느날, 느지막 하게 학원에 나타난 어떤 형에게 원장 선생님이 잔소리를 하자, 그 자리에서 학원을 그만둘테니 남은 기간 만큼 환불해 달라고 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많은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던 장소에서 그 한 마디는 잔잔한 호숫가에 던져진 돌맹이 처럼 분위기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형의 친구 몇 명이 자기도 그만 두겠다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강의실 밖을 나갔다.


그렇게 새롭게 들어온 학생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다시 나가기 일수였고, 그나마 남아있던 학생들의 수도 점차 줄어들고 있던 어느날, 원장 선생님께서 나를 포함해 몇 남지 않은 학생들을 불러 모으곤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제 이 학원은 문을 닫는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인근의 아는 학원에 이야기 해두었으니 내일부터 그 학원을 다니면 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게 짦은 이야기가 끝나고, 이제는 휑해져 버린 넓은 교무실을 바라보고 있는 선생님께 다가가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그때 그 선생님이 내뱉은 한 숨 섞인 말 한 마디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인생의 패배자다......’


한 학원이 만들어지고, 다시 사라지는 모습을 그 속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해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한 마디였다. 나 역시 그 과정의 목격자 였지만, 그 당시의 난 그 말에 담긴 심경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때 그 마지막 한 마디에 담겨있던 심경이 어떤 심경이었는지, 왠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낌이 든다.


인생의 패배자...


노력과 시간, 열정 그리고 돈 만이 무의미하게 사라져버리고만, 세월이라는 흔적에서 꿈은 사라지고, 의욕과 의지마져 사라져버린 지금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말의 의미가 조금은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일찍 포기 했었다면 적어도 시간과 돈은 지킬 수 있었을 텐데. 다 부질 없는 짓이 되고 말았다.


누굴 탓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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