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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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의 측정에 대한 단상책 2017. 11. 4. 17:22
책장 한켠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낡고 커다란 국어 대사전을 볼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양손으로 조차 들기 힘들어하던 그 커다란 사전을 학교까지 짊어지고, 교과서에 나온 단어들을 찾아보던 초등학교 시절의 작은 일화 때문이다. 사전은 언어로 표현되는 한 단어의 정의를 수록 하고, 그 단어의 정의를 파악함으로써 전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단어의 정확한 의미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문장을 그리고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시의 기억이 하나의 그림처럼 각인되어 있는 것에는 언어의 순환성에 대한 발견의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사전을 통해 ‘야채’를 찾아보면 ‘채소’라는 단어 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고, ‘채소’를 찾아보면 ‘야채’가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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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회를 시도하며잡설 2017. 9. 24. 07:25
저녁 식사 후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어느날 저녁 날, 가벼운 잡담 속에서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머릿속에서 ‘독서 토론회’라는 단어가 순간 스쳐 지나갔다. 오랫동안 이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순간, 운영 방법과 계획, 책 목록, 홍보 방법, 홍보물 디자인 까지를 일순간에 그리고 나도 모르게 쏟아 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친구는 가벼운 잡담 속에서 이렇게 진지한 반응을 보이니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려 하며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그냥 한 번 해보기로 결심하고 동참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그리고 급작스럽게 교내에서 독서 토론회 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주제에 관한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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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리 선생님의 초끈이론입문책 2017. 2. 10. 19:57
우리는 이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으며, 상대 속력과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상식처럼 알고있다. 우리의 감각 경험은 분명하게 공간과 시간이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으로, 공간 내에 존재하는 물질 역시 공간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념을 우리의 감각경험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추상화하고 다시 한번 관념화 시켜버렸다. 우리가 일생을 거쳐 쌓아온 감각경험과 상치되는 물리학의 이같은 주장을 ‘이론’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지난 100년 간에 걸친 끊임없는 실험과 관측에 성공적으로 살아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이론이 가설이 아닌 하나의 과학 이론으로써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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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3)잡설 2016. 9. 18. 16:40
각종 저서나 기고 글들을 보면 다양한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논평 하며, 또 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과학자를 동경하며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의견을 접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통해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었다. 이 역시 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었기에 다른 시간과 잠을 쪼개가며, 언젠가는 나도 동경해왔던 과학자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어 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경험과 피부로 맞닿은 현실은 이 같은 꿈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허황 되기만 한 것인지를 빠른 속도로 증명해 내고만 있을 뿐이었으며, 다른 검증방법을 아무리 도입해 보아도 그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허상임이 드러날 뿐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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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써의 과학과 당위로써의 과학책 2016. 7. 24. 17:41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물리 선생님이 빛은 입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파동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들으며 순간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있다.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성을 지닌다는 말은 곧 입자가 파동과 같이 진동하면서 이동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어떻게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뉴턴 역학에 기초한 물리학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경험으로 체득해 왔기에,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입자와 파동의 상보성에 대한 하나의 명제를 쉽게 받아 들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 거부 반응은 현대물리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서 겪었던 20세기 과학자들의 논의와 같은 방식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단지 몇 권의 책을 읽어 보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은 과학의 객관성과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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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문화 그 현재와 미래책 2016. 6. 11. 16:11
‘사과’ 라는 단어로부터 붉은 색의 둥글고 꼭지에 푸른 잎사귀 하나가 붙어 있는 과일을 떠올려 내듯이, 인간의 언어는 대상의 추상화 된 이미지로부터 대상을 인지하고 또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규정화 되고 규격화된 대상의 이미지는 인식 과정에서 그렇지 않은 것을 배제하여 관념화 시키기도 한다. ‘오타쿠'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폐쇄적이고 개별적인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그 문화를 향유하는 개인들의 행동을 일반적이지 않은 타자화 된 B급 문화로 인식하듯, 특정 문화를 지칭하는 지칭어의 일반의 이미지는 그 문화를 서술하고 인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문화에 대한 서술은, 그 문화를 향유하고 있거나 그 문화에 관여하고 있는 집단이 가진 이미지와 그 문화와 관계되지 않은 일반 대중이 가진 추상적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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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나사념 2016. 6. 10. 17:30
‘여러분들은 수학과 과학을 왜 배운다고 생각하나요?’ 오늘날 과학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학의 이름으로 서술 되거나 수치화 된 데이터에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덕분에 과학 이론으로 정립된 법칙이나 수식 등은 그 자체로써 신뢰를 보장 받으며, 그 결과를 증명된 진리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물이 H2O임은 과학적으로 서술 된 사실임으로, 물에 대한 이해와 해설은 모두 과학적 서술인 H2O로 귀결된다. 때문에 우주를 바라보는 개인적 관점과 이론은 모두 현대 물리학이 서술하는 우주론 앞에서 모두 폐기 처리 되며 오답인 것으로 간주된다. 수업을 시작하며 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물은 것은, 이 지점에서 학생들이 겪는 고충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