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저녁 식사 후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어느날 저녁 날, 가벼운 잡담 속에서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머릿속에서 ‘독서 토론회’라는 단어가 순간 스쳐 지나갔다. 오랫동안 이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순간, 운영 방법과 계획, 책 목록, 홍보 방법, 홍보물 디자인 까지를 일순간에 그리고 나도 모르게 쏟아 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친구는 가벼운 잡담 속에서 이렇게 진지한 반응을 보이니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려 하며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그냥 한 번 해보기로 결심하고 동참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그리고 급작스럽게 교내에서 독서 토론회 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주제에 관한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눌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 했지만, 일단은 좁은 범위에서 시작해 보기로 했다. 특히나 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니, 과학철학과 과학사에 대해서 함께 토론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하여, 과학철학과 과학사에 대한 독서 토론회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첫 번째 읽을 책으로는 장하석 교수의 ‘온도계의 철학’ 으로 결정했다. 입문으로 시작할 많은 책들 중에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이 책이 온도 라는 거시적 물리량을 정량화 하기 위해 시도 되었던 역사와 실험의 과정들 그리고 그 속에 함의 된 과학의 모습들을 비교적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토머스 쿤이나 칼 포퍼 등 으로 대표되는 이론 중심의 형이상학적 해석 들에 함몰되지 않고, 과학의 형상과 진보를 비춰볼 수 있는 멋진 거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첫 번째 읽을 책으로 선정하였다.


두 번째 읽을 책은 클리포드 코어의 ‘과학의 민중사’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과학사를 서술하고 과학을 이야기 할때 자주 언급되는 몇몇 대가들, 천재들의 관점에서 과학사를 다루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가 몇몇 위대한 지도자에 의해 구축되어 온 것이 아닌, 인류 개개인의 역사의 총합인 것 처럼, 과학 역시 뉴턴의 표현처럼 그저 거인의 어깨 위에 설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수 많은 민중이라는 어깨의 총합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이 책을 두 번째로 선정하게 되었다.


세 번째 부터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이후에 고전을 읽으며 보다 깊게 탐독해 나갈지, 아니면 과학사회학을 다루어 볼지 등등은 이후에 회원들의 의견을 나누어보고 결정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이 모임이 잘 진행 될 것인지, 의미있는 결과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으나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아마도 모임을 진행하면서 논의된 내용들을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상태 그대로 이 공간에 정리도 해 볼 생각이다. 욕심과 같으면 낸시 카트라이트의 책을 번역하는 작업도 진행해보고 싶지만 과한 욕심은 부리고 싶지 않다.


처음 해보는 시도라 많은 걱정이 앞서지만,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참여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무언가 하나라도 남겨갈 수 있는 그런 모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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