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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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론은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는가?과학 2013. 9. 27. 23:33
언젠가 한 유명한 과학자(어떤 이는 그가 유명한 철학자이기도 한 버트런트 러셀이었다고 말한다)가 천문학에 대한 대중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돌고, 태양은 다시 우리 은하라고 부르는 엄청난 크기의 항성들 집합의 중심 주위를 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연이 끝나갈 무렵, 몸집이 작은 한 노부인이 뒷좌석에서 일어나더니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한 말은 모두 쓰레기 같은 소리로군. 내가 사실을 이야기해주리다. 이 세계는 거대한 거북 등에 얹힌 납작한 판이라고.” 그 과학자는 여유 있게 웃고는 이렇게 물었다. “그러면 그 거북은 어디에 올라서 있나요?” 그러자 그 부인은 한심하다는 투로 이렇게 대꾸했다. “이봐요 젋은 양반. 아니 그것도 모른단 말이우? 그 아래는 모두 거북들이라니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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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 통섭과 융합이란과학 2013. 9. 11. 06:51
어느날부터인가 통합과 융합의 바람이 불어오더니 이제는 통섭이라는 유령이 몇 년째 온 나라를 뒤덮고있다. 스티브잡스가 아이폰을 꺼내놓으며 우리는 Technology와 liberal arts 사이에서 제품을 만든다는 말에 다시 한번 인문학 열풍이 불어 닥쳤다. 마치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인문학을 알지 않으면, 공자왈 맹자왈 하지 않으면 안되는 듯이 이야기하며, 기업 CEO들 조차 강연회에서 과학, 공학, 인문학 등을 모두 알아야만 그것이 인재라고 말하고 있다. 한 개인에게 주어진 물리적 시간은 하나의 분과 학문 마져도 모두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전문화되어 있는 오늘날의 지식세계에 모든 학문을 섭렵해야만 한다는 주장은, 특히나 그 칼날을 과학자과 공학자들에게 들이밀며 인문학을 외치는 모습은 그들이 통섭과 융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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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어깨위에 서기를과학 2013. 9. 1. 05:13
BRIC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IBS로 노벨상의 꿈을... 뿜겠다, 정말!‘)이 화제다. 매해 울려퍼지는 노벨상이라는 유령은 이윽고 노벨상의 수상이 그 목적이자 목표인 정책 제도까지 등장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한국 사회가 왜 리처드 스톨만이나 리누스 토발즈와 같은 인재가 아닌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같은 돈 많이 번 사업가를 인재의 상으로 삼고 있는 지를 보면 노벨상의 소비 양태를, 왜 노벨상에 집착하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국경이 무의미해지는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 국가라는 민족주의 형태의 국가 제도의 존속이 가져온 양립된 두 가치의 충돌은, 과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개념 정립이 되어 있지 않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정확히 충돌하고 말았다.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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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의 코끼리와 코끼리과학 2013. 8. 9. 18:02
“몸통은 소와 같고, 꼬리는 나귀와 같으며, 발톱은 범과 같다. 털은 잿빛이며, 귀는 구름장처럼 드리웠다. 눈은 초승달 같고, 코는 구부리고 펴는 것이 자벌레 같으며, 코 끝은 누에 꽁무늬 같은 것이, 코끝으로 물건을 끼워말아 두루 났는다.” 이 글은 박지원의 ‘연암상기’에 묘사된 코끼리의 모습으로, 언젠가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소개되어 기억에 남아있는 내용이다. 코끼리에 대한 위와 같은 묘사는 마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며 코끼리에 대해 설명해 주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 준다. 어떤 부분은 소와 같고, 어떤 부분은 범과 같으며, 어떤 부분은 초승달과 같고 또 어떤 부분은 자벌레와도 같다는 이 설명들은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공통점과 경향성 마져도 찾아보기 힘들어 보인다. 말 그대로 장님의 코끼리이다. 오늘날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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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과학하기란...과학 2013. 3. 14. 14:36
한국에 귀국한 직후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서 친구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본은 어땠냐?’ 라고. 당연하고도 상투적인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보통 처음 해외에 나가게 되면, 처음엔 한국과 그 나라를 비교하며 한국의 단점을 비판하고 그 나라의 장점을 과장하여 왜 한국은 그러하지 못한지를 한탄하게 된다. 하지만,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장점과 단점을 보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결국엔 사람이 사는 것은 어느곳이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난 과학을 하는 사람이기니깐 이런 비교와 이야기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현대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라 라고 말했다고 하자. 현대의 학문은 진리는 책 속에 있다는 사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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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문화의 식민지성과학 2012. 12. 17. 14:28
우리는 여러 분야에서 문화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구석기 문화, 철기 문화, 농경 문화, 디지털 문화와 같이 그 시대 역사의 한 측면을 나타내는 말로써 사용되기도 하고, 음식문화, 놀이문화와 같은 국가, 지역, 민족 특유의 스타일을 나타내는 말로써도 사용된다. 때문에 우리는 사상문화, 종교문화, 음악문화, 미술문화와 같은 문화를 하나의 수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다. 문화라는 것은 어떤 느낌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문화는 그 사회와 시대의 역사적 맥락 속의 일반적이고 대중적인 것을 뜻하는 의미로써 일반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해 지는 것이 있다. 문화의 한 측면으로써 과학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과학문화라는 말 역시 일반적으로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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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학을 하는 이유과학 2012. 9. 6. 13:11
인간의 정신과 역사, 문화를 지배하던 종교는 16세기, 그리스인들과 아랍인들 사이에서 간헐적으로 나타다가 갑자기 등장한 과학에 의해 그 자리를 점차 빼앗기게 되었다. 이렇게 등장한 과학은 관찰과 그것에 기반을 둔 추론을 통해 세계에 관한 특정한 사실을, 그리고 그런 사실들을 상호 연결해주고 때로는 미래의 현상들을 예측가능하게 만드는 법칙들을 발견함으로써, 과학은 우리를 혼란스러운 지식들의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잘 정리된 지식 체계로 이끌어 주었다. 과학은 또한 ‘무엇을 발견해 내는 특별한 방법’ 이라는 하나의 이론적 측면과 더불어, 어떤것을 발견했을 때 그것으로부터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나, 그 새로운 것들을 현실에서 구현해 내는 기술적 측면 역시 포함하고 있다.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 조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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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과학 2012. 3. 16. 14:21
최근 30년 사이에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대표적인 대학들은 대부분 미국에 소재하고 있으며, 미국에 소재하지 않은 경우는 영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대학이 아닌 단일 기관이 노벨상을 배출한 기관을 분석해 보면, 독일의 막스플랑크연구소, 미국의 국립보건원, 벨연구소, 스위스 CERN 등이 눈에 띈다. 이 중에서도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미국의 국립보건원의 경우 생리의학 분야에, 그리고 벨연구소와 CERN은 물리학 분야에 다수의 수상자를 베출한 것에 반해 막스 플랑크 연구소는 물리, 화학, 생리의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고, 후생을 양성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과거 독일은 양차 대전을 거치면서 학문적으로 차지하던 세계적 위상을 회복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