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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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이길...책 2021. 11. 27. 15:54
엘리베이터에 타면 여전히 음이온 작동 표시등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본다. 많은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서 아세틸 살리릴산을 사 먹지만, MSG가 들어간 음식은 독극물이나 화학약품이 들어간 것 처럼 여겨 최대한 피하려 한다. 연일 몸에 좋은 음식과 건강을 이야기하며, 염화나트륨 보다는 소금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건강을 위해 아스팔트에서 추출한 비타민으로 만든 영양제는 꼬박꼬박 챙겨 먹기도 한다. 선풍기 괴담이나 전자파 공포도 여전히 지천을 떠돌고 있고, 심지어 과학자의 입에서 거짓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백신 음모론까지 나오기도 한다. 과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거나 유사한 모습들을 볼 때면 욱하는 기분이 많이 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하고 고쳐야 할지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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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문학 편지책 2021. 11. 9. 08:57
과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여러분은 혹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읽어 보셨는지요. 책을 읽어보진 못했더라도,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전송한 사진 한 장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광활한 우주 속의 작은 티끌과도 같은 우리 고향의 모습 말이지요. 그는 이 사진을 소개하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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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책 2021. 10. 16. 20:44
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귀한 자아를 형성하고, 그것을 세상으로부터 널리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우아하게 실현할 수 있는 개인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지닌 극소수에 지나지 않기에, 우리들 대부분은 집단을 형성하여,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이익을 통한 자아 실현을 꿈꾼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공통체의 성공과 안정을 위해 열과 성을 바치며, 사회 전체의 해악이 될 지 모르는 일 조차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사회적 도덕성 마져 쉽게 내던져 버리곤 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그 시세 차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에 대해,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과 연민을 이유로 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며, 법적 제도 개선을 요구 하는 모습에서 개인은 이타적이며 도덕적이다. 그와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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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길에서 헤매일 때책 2021. 10. 11. 10:06
학부시절 수학은 그저 학점을 쉽게 따기 위한 손쉬운 과목 정도로 여겨졌다. 물리학에서는 운동방정식을 세우고 복잡한 미분방정식을 풀거나, 확률 문제를 계산하고, 벡터 공간에서 장을 계산하는 것 등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수학관련 강좌들에서 좋은 학점을 따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정확히는 않았다고 생각했었다. 왜냐하면, 학부 4학년 수학 과목을 듣기 시작하면서 이 생각이 순진한 착각이었음을 인지하기 시작해서였다. 강의 시작과 함께 칠판을 가득 체워 나가는 수 많은 공리와 정의, 정리, 따름 정리를 노트에 받아 써내려가며, 그동안 내가 알던 수학은 수학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기본적인 수학의 구조들 사이의 관계와 공리를 조합하여 새로운 정의를 이끌어 내고 증명하는 과정은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기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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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수포자가 되었을까?책 2021. 10. 10. 01:09
아주 오래 전 멀고 먼 은하의 저편에, 우주 비행사를 꿈꾸던 쌍둥이 형제 A와 B가 있었다. 어느날 TV에서 지구로부터 12광년 떨어진 행성을 탐사할 우주 대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모험심이 강했던 B는 가장 먼저 이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하지만 B와 달리 소심한 성격을 가졌던 A는 지구에 남아 B의 여행을 망원경으로 지켜보며 그가 들려 줄 모험담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은 빛의 속력의 80%의 속력으로 미지의 행성까지 날아갔고, 이 모습을 바라보며 A는 생각했다. “왕복 24광년의 거리를 0.8c의 속력으로 날아가니 아마 30년 뒤에나 B를 볼 수 있겠구나” 그런데 30년의 시간이 흐르고 백발이 다 되어버린 A의 앞에, 여행을 다녀온 B가 아직 12년이나 젊은 모습을 하고 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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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책 2021. 10. 8. 10:35
어린시절부터 나의 장래희망은 줄곧 과학자였다.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우주를 동경하며, 언젠가 저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고 싶다는 꿈을 마음 속에 간직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면 이럴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미지들과 비교하면, 나의 길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곧게 뻗은 나무로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것을 고상하게 실현해 낼 단단함을 가지지는 못했고, 벽면을 따라 한발 한발 줄기를 뻗어나갈 덩굴과 같은 유연함도 갖추지 못했다. 가끔 친구와 이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때 고체물리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쪽으로 연구를 했어야 했다고. 또 언젠가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때 광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레이저를 했어야 했다는 둥이다. 난 당시 그러한 선택들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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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의 한 복판에서책 2021. 10. 7. 10:31
새로운 지평을 항한 여정을 함께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오랜 동경의 대상이었다. 물리학의 대가들 사이에서 오가던 양자역학에 대한 논쟁과 협의, 이해와 해석의 과정을 바로 지근 거리에서 생생히 담아낸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 과학 역사의 한 복판에 함께 설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상대성이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순간, 학창 시절에 상상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신대륙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 여정으로부터 신뢰할 수있는 실험적 사실에 이르는 과정과 실천을 통해, 사실이 구성되는 천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중력파 관측의 성공이 의미하는 것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은 것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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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개국어 사용자들의 비밀책 2021. 10. 6. 16:48
일본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미용실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직원과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에 문득 “어느 지역 출신이냐”는 재미있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어느 지역 출신 같은지”를 역으로 물었다. 그랬더니, “오사카 출신인거 같다”는 재미있는 대답을 들었던 것이다. 그 이후로도 수업을 듣거나 일본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때면 ‘일본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는지’, ‘혹시 부모가 일본인인지’, ‘그동안 어떻게 일본어를 공부 했는지’, ‘언제부터 일본어를 할 수 있게 되었는지’ 같은 질문들을 줄곧 들어왔고, 지금도 듣고 있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나의 한결 같은 대답은, “어쩌다보니 일본어를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 뿐이었다. 어쩌다 보니? 이 황당이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사실이었다. 이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