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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2021. 10. 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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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시절부터 나의 장래희망은 줄곧 과학자였다.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우주를 동경하며, 언젠가 저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고 싶다는 꿈을 마음 속에 간직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면 이럴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미지들과 비교하면, 나의 길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곧게 뻗은 나무로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것을 고상하게 실현해 낼 단단함을 가지지는 못했고, 벽면을 따라 한발 한발 줄기를 뻗어나갈 덩굴과 같은 유연함도 갖추지 못했다.

     

    가끔 친구와 이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때 고체물리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쪽으로 연구를 했어야 했다고. 또 언젠가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때 광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레이저를 했어야 했다는 둥이다. 난 당시 그러한 선택들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길을 걸어온 이유를 명확히 알고있다. 나는 그저 우주를 좋아 했기 때문이었다.

     

    천문학의 길은 다른 물리학의 분과들 보다도 좁고도 좁다. 이 틈새에서 천문학과 관련한 전공을 선택하여 학위를 받으려고 한다면, 국내외를 막론하고 소수의 상위권 대학 이외에는 선택권이 없다.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순수 과학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대학은 소수인 까닭이다. 심지어 연구 방향과 주제가 맞는 연구실을 찾더라도 학생을 새롭게 선발할 여유가 없어 그마저도 좌절되는 경우가 심심치않게 생기곤한다. 현실과 타협하는 유연함도, 힘으로 모든 장애물을 돌파해 나갈 단단함도 없이, 외통수처럼 이 길을 하나하나 헤쳐나가기란 여간 쉬운 것이 아니다.

     

    연구를 할 참이면, 수 개월간의 계산 끝에 도달한 결론을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가 먼저 완성 해 하루먼저 논문으로 출판해 버리거나, 학회에서 소개한 아이디어를 누군가가 그대로 훔쳐가 그들의 이름으로 논문을 먼저 출판해버리는 비윤리적 행위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자신이 포함된 연구 과제의 규모와 기간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자신의 급여와 경력 단절을 막기위해 연구 과제를 따내야 하거나, 연구 과제가 확보된 누군가에게 고용되어야 하는 불안정한 처지에 놓여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연구 경쟁은 필연적이고, 과학 연구도 마냥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당연하게도 이런 고군분투가 장밋빛 희망으로 바뀌진 않는다. 천문학자 조차 별에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고, 식물학자도 식물을 잘 보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과학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을 위해 애쓰고있다. 대단한 업적 보다는, 과학이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에서 트라이앵글로 화음을 맞추는 것에 작은 기쁨을 느끼는 이들 덕분에 어쩌면 과학은 전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의 이런 숨은 노고를 알아주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와 ‘랩걸’은, 스타 과학자의 자랑기가 아닌, 특별하진 않지만 그런 일상적인 과학자의 소소한 삶과 투쟁을 수려한 문장과 함께 우리에게 전달한다. 이런 이야기를 술자리의 하소연이 아니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읽을 수 있어 매우 기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저자들에게 심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한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리커버) - 10점
    심채경 지음/문학동네
    랩 걸 - 8점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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