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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의 한 복판에서
    2021. 10. 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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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지평을 항한 여정을 함께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오랜 동경의 대상이었다. 물리학의 대가들 사이에서 오가던 양자역학에 대한 논쟁과 협의, 이해와 해석의 과정을 바로 지근 거리에서 생생히 담아낸 미치오 카쿠의 ‘평행우주’를 읽으며, 나도 언젠가 과학 역사의 한 복판에 함께 설 수 있기를 기대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상대성이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맞춰진 순간, 학창 시절에 상상했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중력파 천문학이라는 신대륙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 여정으로부터 신뢰할 수있는 실험적 사실에 이르는 과정과 실천을 통해, 사실이 구성되는 천문학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중력파 관측의 성공이 의미하는 것은 우주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은 것을 의미했다. 가시광선, 자외선,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의 전자기파를 통한 관측 방법이 아닌, 시공간의 뒤틀림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다. 그 결과 우리는 블랙홀과 블랙홀의 충돌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중성자성과 중성자성 사이의 충돌 전후의 과정을 다양하게 관찰 할 수도 있게 되었다. 

     

    만일, LIGO가 현재 계획중인 목표 민감도에 성공적으로 도달한다면, LIGO는 한 달에 2-3차례 간격으로 중력파 신호를 관측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별의 일생과 진화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는 허블상수 결정에도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LIGO나 Virgo, GEO, KAGRA와 같은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는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모든 환경적 잡음과 레이저의 물리적 한계 때문에 관측 대상은 초신성폭발, 블랙홀 혹은 중성자 쌍성의 충돌 등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거대블랙홀과 백색왜성 쌍성계, QCD 상전이 당시 생성된 중력파의 흔적을 찾기 위해, 유럽우주국과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는 중력파 검출을 위한 우주선을 띄우는 LISA, DESIGO 계획을 각각 세우고 있다. 우리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질량 블랙홀이 만드는 중력파와 빅뱅 초기 질량이 만들어지면서 만들어진 원시 중력파 배경 복사를 관측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계획들도 제안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는 3세대 중력파 망원경인 Einstein Telescope와 Cosmic Explorer을 계획하고 있기도 하다.

     

    바야흐로 중력파 천문학의 시대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속에서 한국 역시 한국 독자의 중력파 검출기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상의 레이저 간섭계 검출기가와 중력파 검출 우주선 모두 검출 할 수 없는 관측 음영 영역을 노린 SOGRO 계획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게 진행되고 있다. SOGRO 제작을 위한 예산 편성을 위해 과학기술정통부를 방문하기도 하는 등의 로비를 시도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들 을 수 없었다. 한국 독자의 중력파 검출기 제작을 위한 지난한 여정을 암시했다. SOGRO 계획의 진행 상황에서, 뉴호라이즌스 호가 걸어온 길이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1989년에 첫 제안서를 제출하고, 2001년에 승인을 받아, 2015년에 명왕성 플라이바이에 성공한 뉴호라이즌스 호를 이끈 이들의 끈기와 열정은 그래서, 또다른 과학적 도전과 목표 앞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의 희망과 같은 역할을 한다.

     

    누군가는 이야기한다. 한국에 중력파 검출기를 만드는 것은 세금 낭비라고. 한국의 달탐사 계획과 심우주 탐사 계획은 아무런 가치를 산출해내지 못한다고. 그보다는 지금은 다른곳에 예산을 더 집중해야한다고. 

     

    이 대목에서, 뉴호라이즌스 호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NASA가 계획을 중지 시키자,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테드가 “명왕성 탐사의 꿈을 부수고”만 NASA를 직접 찾아가 탐사를 실행해 달라고 호소하고, ‘명왕성 탐사 구하기’ 웹사이트를 만들어 홍보하여, 1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NASA와 의회에 걱정의 편지를 보낸 이야기는 많은 부러움을 자아냈다.

     

    그러나 지금, 한국도 과학의 가치가 국위 선양을 위한 목적이나 가까운 시일이내에 금전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가치 만으로 평가하던 기존의 사고에서 탈피해 나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최근 과학관계 부처의 관료 사회의 분위기가, 기존의 선진국의 과학연구를 쫓아 가는 것이 아니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과학을 키우기 위해, 기존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대규모의 장기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우리도 이제 우주를 향한 작지만 큰 발걸음을 밟기 시작했다. 누리호의 시험 발사와 달 탐사 우주선 발사가 눈 앞으로 다가와 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화성탐사, 심우주 탐사, 중력파 검출기, 차세대 핵융합로 개발, 그 밖에도 크고 작은 과학 프로젝트들에서, 부러움과 동경, 감동으로 읽어 나갔던 뉴호라이즌스 호와 같은 연대기를, 가까운 미래에 한국에서도 만나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과학의 새로운 지평을 기대하며, 이를 위한 고되고 기나긴 여정을 이어나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10점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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