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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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언론보도를 짝지으려는 시도책 2018. 8. 23. 00:52
종종 소비사회라고 부르기도 하고, 기 드보르처럼 이미지 사회나 스팩트럼 사회라 부르기도 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은, 다양하게 명명되어 투영된 그 이름들처럼, 하나로 명기되기 힘든, 사회적 총체를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 채 유지되는 다층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사회는 그렇게, 소비사회가 그려낸 진단처럼 상품 소비의 현실에서 노동의 진실을 가리고, 자본에 의해 가치를 양화하여 환원함으로서 개인을 하나의 캡슐로 가두어 버리기도 하고, 이미지 사회가 그려낸 진단처럼 파편화된 영역들로 가로막혀 감추어진 총체적인 사회적 경험의 획득은 이미지의 매개를 통해서 가능해 져버렸다. 그렇게 현대 사회는 대상과 실체, 드러나는 현상과 진실이 그 어느때 보다 서로 아주 멀리 떨어져 버린 간극의 시대가 되어 버리고 만것이다.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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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뇌과학책 2018. 8. 19. 14:22
자살이라는 행동은 언제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존재한다. 오히려 그것은 어느 극단적인 선택의 한 방편이 있지 않고 간절히 바라는 희망 사항으로써 기능 한다.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언제나 동네북이 되어 조롱과 비아냥, 놀림의 대상이 되고, 각자의 편견에 맞춰 재단되어지고 규정 지어진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하나 둘 연락처를 삭제하고 차단조치를 한다. 목표는 언제나 그 시도초자 하지 못하고 좌절되거나 달성되지 못한다. 무엇하나 되지않는 실패의 연속인 루저의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행운의 여신은 항상 나를 저버리고 불행의 여신 만이 나에게 미소짓고 있는것만 같다. 길거리를 걸으면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가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루 3리터 이상의 맥주를 일주일 연속으로 쉬지 않고 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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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 놓인 빈 의자책 2018. 8. 14. 22:18
대상은 언제나 이미 읽혀진 상태로 우리에게 들어온다. 실물과 같은 완전한 모사물이 아닌 그 대상의 총체적 이미지를 생산하여 내포함으로서 그것을 인지하고 이해한다. 이미지의 총체가 투영하는 세계는 사회로서 재현되고 하나의 내적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때문에 어떠한 대상을 만나 수용해 나가는 과정은, 그 사회가 담지하고 있고 있는 전통적인 이미지의 틀에 의해 대면되고 해석 되며 침전된다. 만일 기존의 대상에 새로운 해석과 상징성을 덧붙이거나 변경하고자 한다면,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을 소유하고 전유하는 방식과의 소통을 꾀해야한다. 지구온난화와 산성비, 핵무기, 원자력 발전소, 유전자변형식품, 백신접종거부운동, 창조과학 등과 같은 과학적 논쟁에서도 역시 같은 틀이 작동한다. 과학이라는 단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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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놈팽이의 독서루틴책 2018. 8. 11. 17:24
# 책을 고른다 관심이 생긴 주제가 생기면 관련된 책을 고른다. 가장 먼저 역사와 철학 위주의 큰 담론을 서술하는 책과 세부적인 일화들을 중심으로 하는 책들을 위주로, 목차와 책소개 글을 읽으며 위시리스트에 하나 둘 담는다. 그리고 책의 두께와 시간을 생각하여 세 권으로 추려서 한번에 주문한다. #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을 때는 자유롭다. 막상 사두고 읽지 않은 책도 있고, 어려워서 중간에 그만둔 책도 있고, 날을 새워 완독한 책들도 있는가 하면, 중간중간 널뛰기 하며 금세 읽고 덮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나름의 분류법에 따라 색색깔의 포스트잍들을 붙이고, 애버노트에 메모 하며, 책들을 정리한다. 책을 읽을 땐 책상에 앉아서 커피나 차를 마시며 읽기도 하고, 하루종일 한권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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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이름의 숨겨진 인권, 블랙박스책 2018. 8. 10. 17:02
장면 하나, 얼마전 유튜브를 서핑하다가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본적이 있다. ‘간만에 제대로된 개그 코너가 나왔다’는 제목과 높은 조회수에 이끌려 재생한 그 영상에서 나는 적지 않은 불편함과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내용은 이른바 ‘김치녀’인 여자친구로부터 남자가 겪는 일화들을 소재로 여성을 희화화하는 것이었다. 김치녀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당시에, 나는 분명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왜 이 영상을 보고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일까? 장면 둘, 지난 7월에 유튜브에서 ‘브레인 스쿱’이라는 과학채널을 운영중인 에밀리 그래즐리가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짤만한 기사 [1] 를 접했다. 악플의 내용은 “너무 못 생겨서 토할 뻔 했다”거나 “부엌에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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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계의 철학 ; 뒤늦은 만남책 2017. 11. 12. 21:25
난 어쩌다 물리학을 공부하게 된 것일까? 과학에 최초로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은 어릴적 서점에서 스치듯이 만난 칼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아닐까 생각되지만, 물리학에 본격적인 흥미를 갖게된 계기를 준것은 아니었다. 돌이켜 보면 물리학에 본격적인 흥미를 가지고 앞으로 물리학자가 되겠다는 잘못된 꿈을 꾸게 된 계기 역시 한 권의 책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 물리학에 관심을 가지고 물리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이라는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 봤을 이 책에는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에 있는 초끈이론에 대한 희망찬 이야기들로 가득차있다. 그 희망이 이제는 한숨으로 변해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당시 그의 책을 접했을 때엔 분명, 현대 물리학에 대한 흥미와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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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의 측정에 대한 단상책 2017. 11. 4. 17:22
책장 한켠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낡고 커다란 국어 대사전을 볼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다. 양손으로 조차 들기 힘들어하던 그 커다란 사전을 학교까지 짊어지고, 교과서에 나온 단어들을 찾아보던 초등학교 시절의 작은 일화 때문이다. 사전은 언어로 표현되는 한 단어의 정의를 수록 하고, 그 단어의 정의를 파악함으로써 전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을 도와준다. 그러나 단어의 정확한 의미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문장을 그리고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시의 기억이 하나의 그림처럼 각인되어 있는 것에는 언어의 순환성에 대한 발견의 영향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사전을 통해 ‘야채’를 찾아보면 ‘채소’라는 단어 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었고, ‘채소’를 찾아보면 ‘야채’가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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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리 선생님의 초끈이론입문책 2017. 2. 10. 19:57
우리는 이제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되어 있지 않으며, 상대 속력과 중력의 세기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을 상식처럼 알고있다. 우리의 감각 경험은 분명하게 공간과 시간이 서로 독립되어 있는 것으로, 공간 내에 존재하는 물질 역시 공간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공간과 시간에 대한 관념을 우리의 감각경험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추상화하고 다시 한번 관념화 시켜버렸다. 우리가 일생을 거쳐 쌓아온 감각경험과 상치되는 물리학의 이같은 주장을 ‘이론’이 아닌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지난 100년 간에 걸친 끊임없는 실험과 관측에 성공적으로 살아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한 이론이 가설이 아닌 하나의 과학 이론으로써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