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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이지만 개발자로 먹고 살기책 2023. 4. 10. 22:07반응형
개발자로 먹고살기 시작한 지 네 달 정도 지났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임에도, 기존과는 결이 다른 생소함에 허덕이며 달리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오늘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과학 연구만 하고 항상 과학만 생각하던 놈팽이에게 있어, 개발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마주한 첫 문턱이라고 한다면 연구개발의 방식과 속도이다. 연구와 개발이라고 한다면, 실험적인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장기간의 연구 끝에 작은 결과물을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과정이라 여겼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시간적 여유와 시행착오를 허락하지 않았다.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연산을 활용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그 경험들이 실제 업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영역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었다.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곁다리로 취미 삼아 조금 알아왔던 것일 뿐, 전공자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모든 것이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하고 싶은 것은 많고, 도전욕과 성취에 대한 욕망도 있다 보니, 퇴근 후에도 책을 뒤적이고 강의를 들어가며 온 시간을 여기에만 할애 했고, 여러 시도들을 해 보았지만 좋지 않은 결과만 얻으며 허우적 대다 보니, 처음 몇 달 만에 과부하가 와버렸다. 누구도 이런 것을 요구 하지도, 성과 압박도 하지는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정한 기준에 스스로 잠식되어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도 설치며, 가벼운 우울증상까지 와버렸다.
아주 오랜만이긴 하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던지라 스스로의 증상을 자각하고 생각을 정리하며, 약을 처방받고서 조금씩 회복해 나갔다. 사실,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신입 개발자에게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에서 대단한 일을 처음부터 기대하지도 않고, 바라지도 않으며, 시키지도 않는다. 처음 몇 달은 머리를 긁적 거리며,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무엇을 잘 수 있는지 찾아 나가면 되었던 것인데, 마음이 너무 앞서 가버렸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나니 꽃이 피기 시작했고, 괜히 책이 읽고 싶어졌다. 최근에 개발관련 전공책만 사서인지, 추천책 목록에 개발자 관련 책 목록이 자주 떴는데, 그중에서 혹시나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몇 권 읽어 보았다.
# 비전공이지만 개발자로 먹고 삽니다
비전공이지만 개발자로 먹고삽니다 -
반병현.이효석 지음/생능북스나 처럼 비전공자지만 개발자로 먹고살기 시작한 두 사람이 쓴 책이다. 책 제목과 소개만 보고, 오랜 경력의 개발자의 시행착오와 후일담 등을 기대했는데, 내용은 신입 개발자의 자기 성공기 같은 것이었다. 개발자가 되기를 고민하는 고등학생이나, 전공은 전혀 다르지만 개발자를 지망하는 대학생들에게는 개발자가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하며, 일은 어떻게 분류되는지, 각 분류에 어떤 언어가 주로 쓰이는지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향후 진로 선택에 도움이 될만하다.
# 신입개발자 생존의 기술
신입 개발자 생존의 기술 -
조시 카터 지음, 김효정.황용대 옮김/인사이트이 책은 아주 현실적인 조언이 가득 적힌, 개발자 실전서라 할 수 있다. 협동하고 협력하는 방법. 그것을 위한 유익한 툴, 심지어 회사내부에서 타 부서 사람들과 친해지는 방법부터 연말 평가에서 A 받는 법까지. 닳고 닳은 현직 개발자의 살아있는 경험담을 토대로 아주 재미있는 하지만 현실적인 조언들로 가득한 책이다.
# 클린 애자일
클린 애자일 -
로버트 C. 마틴 지음, 정지용 옮김/인사이트애자일 원칙이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하다고 한다. 이대로만 하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만은 않고, 이 원칙에 맞게 개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만, 많은 관리자들이 이 원칙을 따르며 운영하고 관리하려는 노력은 늘 시도하는, 이상향 같은 원칙이고, 이 책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설명서이다.
이 원칙을 실천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는 무관하게, 머릿속에 한번 인지 시켜 두는 것은 개발자로서의 향후 자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 읽기 좋은 코드가 좋은 코드다
읽기 좋은 코드가 좋은 코드다 -
더스틴 보즈웰 & 트레버 파우커 지음, 임백준 옮김/한빛미디어나는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정리하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보니, 노트에 아이디어를 정리하거나 메모를 하거나 할 때면 꼭 규격을 만들어 문서화하고, 책꽂이도 키높이와 장르별로 모아 분류하고, 파일 폴더와 독 아이콘, 심지어 앱 배열까지 정리 정돈해두지 않으면 불편함을 느낀다.
코드를 쓸 때도 마찬가지인데, 그냥 작동되는 코드만 쓰는 것이 아니라, 버그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코드 라인마다 주석을 달고, 함수와 클래스에 독 스트링을 달고, 예상 되는 애러 매시지를 꼼꼼히 적는 편이다. 코드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나중에 보면 누가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고 까먹게 되니, 웬만한 것은 이렇게 기록해 주면 나중에 편하다.
그런데 나와는 달리, 코드를 마구 쓰는 사람들이 있다. 변수명이나 함수명도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 없는 알파벳 뭉치나 약자들로 쓰거나, 주석이 하나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읽었을 때 전혀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코드를 쓰는 식이다.
이 책은 머릿속에 아주 많은 사람들이 스쳐지니깐, 바로 그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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