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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2022. 4. 1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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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리 덕후들 끼리 모이면 무슨 대화를 할까? 교재의 내용과 과제의 풀이법에 대한 토의 주제만 열거해도 바닥은 나올테지만, 그런 시시콜콜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들 보다 흥미로운 화잿거리도 있었으니. 바로, 아이언맨의 아크 리엑터를 실현할 있는 방법은 없을지, 텔레포트는 가능한지, 인공지능 로봇은 어떻게 만들 있을지 같은 황당한 이야기부터, 신은 존재하는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과학이란 무언인지 같은 다소 철학적인 주제들을, 생각이 뻗히는 데로 머릿속을 들쑤시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닳고 달아 현실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되고 말았지만, 순수했던 옛시절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이렇다. 

     

    학부시절 친구와 신의 존재 혹은 부재를 증명할 있을지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간 적이 있었다.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던 끝에 내가 끌어들인 재료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였다. 나의 논지는 이러했다. 상자 속에 고양이가 있는지 없는지는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없다. 아직 관측이 이루어지지 않아 확률 붕괴로 상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밖의 달이 있는지 없는지는 창문을 열어보기 전까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창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저곳에 달이 존재함을 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달이 관측 되고 있어서이다. 이제 배경을 우주 전체로 늘려 보자.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는 실제 우주의 크기보다 작다. 그럼 우리가 관측 가능하지 않은 범위 바깥의 우주는 존재하고 있다고 있을까? 여기서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신에 의해 우주가 관측되고 있음으로 우주는 존재할 있고, 신이 없다면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 생각하면 헛점과 오류 투성이인 엉터리 논증 이었지만, 우리는 이렇게 놀곤 했다. 

     

    그러다 어느 철학 수업 시간을 계기로 시작된 지능에 관해 토의한 적도 있었다. 주제는거미도 지능을 가지고 있는가?’ 였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철학 교수님이 거미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출석과 시험 없이도 학기 A+ 준다고 이야기 해서였다.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생각해 보았지만 거미가 지능이 없으면 없었지 있다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내가 시도한 방식은, 지능의 권위를 낮추는 일이었다. 가장 먼저 나는 지능을, 객체인식, 추상화, 언어화, 상징화, 그리고 창의, 이렇게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거미의 사냥감에 대한 정보가 모두 DNA 기록되어 기계적으로 반응하기엔 DNA 정보는 너무 제한적이고, 새로운 정보에 즉각 대응할 없기 때문에, 거미가 스스로 먹잇감을 인지하고 사냥 있다면, 거미는 지능을 가지고 있다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살을 보태어 5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했고, 교수님은 약속을 지켰다. 물론 나는 수업과 과제, 시험을 빼먹지는 않았다.

     

    생각이 정처없이 떠돌던 어느날은,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역학 시간을 마치고 복도를 걷고 있을 어느 때였다. 친구가 문득 이런 이야기를 던졌다. 시간에 대한 미분이 0 것이 에너지 보존의 법칙인가? 각도에 대한 미분이 0이면 각운동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하는 것일까? 같은 질문이었다. 부끄럽게도 당시 우리는 문제라면 기계가 되어 자동으로 풀기만 했지, 본질적인 고민을 진진하게 본적이 없었던 터라, 달리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것이 대칭성을 의미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변해도 원래 상태가 변하지 않고, 시간에 대한 대칭성을 가지면 그것을 우리는 에너지라 부른다. 운동량은 위치에 대해 대칭이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움직이는 관측자와 정지 해있는 관측자의 서로다른 좌표계에 대해 서로 대칭이다. 양자역학으로 가면 수많은 대칭군들과 이들이 서술되는 공간을 있는데, 고전역학에서부터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까지 대칭성이 곳곳에 숨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마치 케플러가 태양계를 묘사하며 그러했듯, 마치 우주가 통일된 기하학적인 구조로 짜맞추어져 있는 보였다. 그래서 대칭이기만 하면 아름다운가? 대칭성을 가진 몇개의 방정식만으로 우주를 모두 기술 있으면 아름다운가? 질문은 자연스럽게 물리학 이론의 기반이 얼마나 탄탄한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몇몇 최신 이론들은 그저 수학적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적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때문이었다. 지점에서 나는 과학철학과 만나게 되었다. 과학이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친구들과 토론하고, 교수님과 언쟁했던 나날들이 이어졌다.

     

    그래서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글도 많이 썼던 기억이 있다. 짧게 열거해 보자면 이렇다.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을 구분 하기’, ‘과학은 어째서 괴담이며 괴담이 아닌가?’, ’초끈이론은 과학인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과학자의 거짓말’, ‘과학적 실증주의와 환원주의 사이에서’, ‘플라톤의 각주로서의 과학’, ‘동물의 지능에 관한 논의등이다.

     

    물리학과에 모여 있었던 물리 덕후들의 시덥잖은 이야기가 이러했다면, 천상계의 물리학자들이 만나면 서로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끼?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다.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에서 아인슈타인과 괴델이 함께 걸으며 했음직한 대화 주제들을 엮어 재미있게 구성해 두었다. 코페르니쿠스 원리나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끈이론 논쟁, , 컴퓨터, 인식론과 아름다움 그리고 형이상학을 상쾌하게 다루고 있으니, 사고의 참단을 여행하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 10점
    짐 홀트 지음, 노태복 옮김/소소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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