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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쓰기 연습
    잡설 2022. 1. 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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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쓴 글과 그렇지 못한 글을 평가하는 기준은 대단히 주관적이다. 어려운 말과 단어들로 구성된 복잡하고 난해한 글을 좋은 글이라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의미가 명확하게 전달되는 글을 좋은 글이라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있어 쓰고 싶은 글 혹은 닮고 싶은 글은 언제나 전자였다. 어려운 용어들을 섞는 것이 세련돼 보였고, 난해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이 지적이게 보였던 탓이다. 그래서 나는 항상 머리를 싸매고 읽어야만 하는 난해한 책들을 읽으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질책하기도 하고, 또 그런 문장을 흉내 내어 글을 써보기도 했다. 

    처음 좋은 글에 대한 인식이 그러했기에, 내가 쓰는 문장들은 언제나 길고 장황했다. 한 문장이 세줄을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고, 글 전체 길이도 수 패이지를 넘기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글의 호흡이 길다고도 볼 수 있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게대가 문장들 조차 이리 꼬이고 저리 꼬여있으니 읽는 사람들도 그 의미를 직해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글쓰기 방식이 멋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던 어느날 경향신문 칼럼에 기고된 이정모 관장의 어떤 글 하나를 읽고 뒤통수가 얼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글은 최대 세 단어를 넘지 않는 짧은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매우 논리적이고 간명했다. 누구나 쉽게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이견의 여지없이 주장하는 바를 정확히 전달하고 있었다. 글의 본래 목적은 기교나 치장이 아니라 정보 전달에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나는 그제야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 뒤로 글쓰는 습관이 하나 생겼다. 최대한 간결하고 명료하게, 짧게 줄여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중복되는 표현을 피하고, 불필요한 수식어구나 설명을 생략하고, 긴 문장을 쳐내면서도 의미는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훈련이다. 너무나 많이 축약하면 문장이 추상화되어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장황해지기 마련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아마 이 둘 사이에서 자신만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이 훈련을 조금 더 가속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인들과 스터디 그룹을 하나 만들었다. 우리는 이 그룹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관심거리 외신 기사를 하나 골라 최대 3 문단 이내로 요약하여 서로 공유하여 교정하고 글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주된 목적은 영어 작문 훈련이기에 영어로 기사를 요약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글쓰기 과정은 동일 하기에 글을 간명하게 구성하는 좋은 훈련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지적을 위한 지적이 오가는 것도 훈련의 좋은 양분이 되고 있다.

    여기에 시인들처럼 수려하고 아름다운 문장을 구사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이는 더 다양한 책을 더 많이 읽음으로써 달성될 수 있으니, 우선은 간명한 글쓰기 연습에 집중하는 중이다.

    이 블로그에 올리는 글들도, 불가피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대한 A4 한 페이지를 넘이지 않는 선에서 작성하려 하고 있다. 만일 이 제한된 분량 내에 하고 싶은 말과 의미를 모두 전달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나의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

    언젠가 멋진 글을 쓸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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