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지난해 9월,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흥미로운 설문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이 조사 결과는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 주정부가 개발한 구분법을 이용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다섯 단계로 구분하여, 관심 정도에 따른 인식의 차이를 조사한 것으로, 과학에 관심이 없거나 흥미가 없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과학 지식과 과학정보를 쉽게 전달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대중이 생각하는 과학이란 무엇인를 엿볼 수 있었다.


그래서 재미삼아, 이공계열 대학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이 조사와 유사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보았다. 이 조사 결과는 문부과학성에서 실시한 조사와 달리, 표본이 20대 초반의 대학생에 치중되어 있고, 전공 역시 이공계열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양국의 조사 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을 사전에 밝혀둔다. 



과학기술에 대해 가지는 관심도의 구분은 문부과학성에서 실시한 구분법과 동일한 질문과 문항들로, 세 질문의 응답 상태에 따라 A그룹부터 E그룹까지 5단계로 구분하였다. 가장 관심도가 높은 A 그룹은 전체 응답자 중 11%를 차지하였고, B그룹은 59%, C그룹은 21%, D그룹은 8% 그리고 가장 관심도가 낮은 E그룹은 1%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이 된 표본이 이공계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대체로 관심도가 높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 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은 그럭저럭 관심이 있거나 관심이 없는 편이 학생들의 비율이 30%로 무시할 수 없는 분포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역설적으로, 대학 진학의 이유와 목적이 개인의 흥미와 관심의 여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는 대목이다. 


고교 시절 학습한 과목들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과목들에서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공계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 부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대체로 싫어했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실제 강의 중에 느낄 수 있었던 학생들의 분위기와 동일하게, 정답을 찾기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이 이 같은 원인을 만든 주요 요인으로 생각된다.


체육과 미술 등과 같은 예체능 계열에 높은 선호도를 보였던 것은 이공계열 학생들의 90%가 남자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각 그룹별 세부적인 선호도를 보면,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에 따른 과목의 선호도의 차이는 수학과 과학 계열 과목들에서만 일부 나타날 뿐, 다른 과목들의 선호도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게 과학에 관한 관심도가 높을 수록 수학과 과학 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남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할 때 어떤 매체를 주로 이용하는지 시간에 따라 조사해 본 결과,  인터넷이 많은 소비 시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경우는 일본과 한국이 각각 30분과 39분으로 유사했고, 신문을 통해 정보를 획득하는 경우는 13분과 24분으로 약간 차이가 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활자 시대가 종말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 할 수 있겠다.


그룹별 세부사항을 보면, 관심이 매우 없는 그룹일 수록 책이나 신문과 같이 활자를 통해 과학기술 정보를 획득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TV를 통해 정보를 얻는 시간이 약 두 배 가량 차이를 보였는데, 이것은 표본의 차이에 따른 결과로 생각되고, 관심도의 차이에 따른 TV 이용 시간의 차이는 양 국 모두 큰 차이가 없었다.







신문과 TV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소비할 때, 대채로 어떤 정보를 소비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세 매체 모두 스포츠와 예능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스포츠는 표본의 특성에 따른 것이라 생각하고, 이 부분을 제외하면, 인터넷 기사를 포함한 신문에서는 연예인 관련 소식이나 과학기술 관련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대부분 과학기술 카테고리로 발행되는 기사의 내용은 스마트폰과 같은 IT 뉴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선택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여겨지며, 이어 정치와 사회 부분이 높은 소비도를 보였다.


TV는 대체로 예능 방송이나 영화, 드라마 시청 등의 오락 목적이 주를 이루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고, 인터넷은 개인적 관심사와 관련된 정보를 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도에 따른 소비 유형은 큰 관련성을 보이진 않았으나,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 소비가 관심도에 비례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방문했던 각종 시설의 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극장에 방문했다고 응답한 수가 가장 높았다. 과학관이나 박물관, 플라네타리움과 같은 과학 전시 시설 등이 일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함에도, 일본에 비해 방문도가 높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세부 항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교에서의 단체 견학과 같은 학교 행사로 인한 방문이 그 원인으로 생각된다.

  

2009년 과천과학관의 연구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과학관의 수는 72개, 미국 1950개, 영국 482개, 독일 617개, 프랑스 628개, 호주 72개 그리고 일본 794로 큰 차이를 보이고있다. 이를 인구 만명당 과학관의 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의 제외한 나머지 국가의 평균보다 약 6배 이상 차이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시민 천문대의 수나 과학카페의 수 등을 고려하면 10배 이상 차이나는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관심도에 따른 시설 방문의 관계는 일본의 경우, 관심도가 높을 수록 과학관의 방문 비율이 높은 것을 확인 할 수 있으나, 개인적으로 조사한 조사 결과는 표본의 한계로 인해 그 관련성을 알아 볼 수는 없었다.




 

정보 획득을 위해 사용하는 매체들의 이용시간을 조사한 앞선 조사 자료에 이어, 이들의 각 매체들의 신뢰도를 물었다. 신문 기사나 TV 방송, 학술지, 책과 같은 기존의 활자 권력을 가진 매체들의 신뢰도는 대체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SNS 정보는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 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인터넷의 정보는 신뢰하는 편이나, SNS 정보는 신뢰하지 않으면서, 친구나 가족들의 이야기는 인터넷과 유사한 정도로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문을 읽거나 독서를 통한 정보의 이용 시간은 매우 작지만 이들을 통해 나오는 정보는 상당 부분 신뢰하고 있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신뢰도의 정도가, 수동적으로 정보를 접하게 되는 TV나, 수동적으로 접하게 되는 현재의 인터넷 환경 속에서 정보의 신뢰도가 거의 유사하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도에 따른 매체별 신뢰도를 보면, 관심도가 높을 수록 매체와 무관하게 신뢰도가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관심도가 높을 수록 이들 매체들에서 과학정보를 확인하고 습득하는 시간이 길고 또 그 내용의 질의 판별 하여 의미있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방대한 정보 속에서 의미있는 정보를 정확하게 찾고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암묵적인 신뢰 혹은 불신이 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학과 기술에 대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을 물었다. 이 질문은 각 문항에 대해 본인이 생각하는 중요도를 세부적으로 조사한 문부과학성의 조사결과와 달리, 전체 보기 중 단일 선택하도록 하여, 각 항목들 중 본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를 고르도록 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중 절반에 가까운 47%가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생활은 보다 편리해진다’고 응답했고, 그 다음으로 ‘과학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감수하기 위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응답했다. 복수응답이 아닌 단일 선택 이었기 때문에 다소 무리가 있는 해석일 수 있으나, 과학기술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은 상존하며 그것을 인지하고 있으나,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는 이를 어느정도 감수할 수 있다는 의견으로도 읽힌다.


다음의 질문인 과학기술이 해결해야 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대답으로 과학기술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지가 2번째로 많은 응답을 보인 것과 연계해 본다면, 여전히 과학을 기술 중심의 도구적 요소로써 생각하고 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과학기술을 평가할 때 주된 평가 항목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18%가 기술적으로 컨트롤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꼽았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의 오남용 방지 여부가 16%, 시회적 필요성 15%, 개발 및 이용 주체의 신뢰성이 13%, 과학기술이 가져올 변화의 예측이 12%로 줄을 이었다.


과학기술의 오남용과 그로 인한 사고 위험 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규제하고 이용하는 주체의 신뢰성 여부 등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한 비율이 전체의 약 74%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아마 후쿠시마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학에 대한 관심도와 주요 평가 요소의 관계는 대체로 나타나지 않았다. 한 가지,  과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수록 개발 주체의 신뢰성 여부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과학 연구의 거대화에 따라 연구에 소비되는 비용과 시설이 거대해지고, 그 결과 이를 감당할 수있는 개발 주체가 거대 자본 기업이나 국가로 한정되고 그 영향력 역시 커져가는 시점에 대한 인식이 이 같은 결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예측해 본다.  





과학기술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약 24%가 지구온난화 문제의 해결을 꼽았다. 그리고 이어 12%가 국가 경쟁력 향상에 이바지해야 함을 꼽았고, 10%가 에너지 문제, 9%가 IT 보안 기술의 발전을 꼽았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 수록, 핵문제와 노령화 문제, 보안 기술의 발전이 앞으로 과학과 기술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 경향이 있었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재미삼아 해보게 된 이 설문조사의 결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어떤 결론을 이끌어 내기엔 데이터가 부족하고, 개인적인 눈에 비친 어떤 모습을 결론으로 이끌어 내려니 편견이나 감성에 사로 잡힌 무리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문항을 더 다듬고, 질문을 더 짜임세 있게 조사했어야 했다는 아쉬움만 남는다.


아쉽게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불안이나 그 의견에 관한 질문을 하지 못했지만,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일부 원전에 대한 우려가 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 기회가 된다면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상세히 조사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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