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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비티와 운동의 법칙 그리고 사회
    문화 2013. 10. 25.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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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 그래비티가 인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우주 영화임에도 포스터의 카피가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외계인도 등장하지 않고 우주전쟁도 없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래비티에 대한 이런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화면만 빙글빙글 도는 이런 영화가 왜 인기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는 처음봤다.’ 그리고 ‘다큐를 본 건지 영화를 본건지 모르겠다.’ 등과 같은 반응들이 그러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극적 효과나 반전, 드라마도 보여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배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단지 한 인물의 행동과 시점, 소리에 모든 촛점을 맞춘다. 우주복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지상 600km 상공의 우주 공간. 흔들리는 눈동자와 떨리는 목소리, 가빠지는 숨소리 뿐인 이 영화는 분명 우리가 기대하는 공상과학 작품으로서의 영화가 아닌 하나의 다큐로 바라보게 만든다.


    화려한 액션과 볼거리 등을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아쉽겠지만, 이 영화의 재미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런 다큐적인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현실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소설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쩌면 실재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건을 주제로 사건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영화에서 눈을 땔 수 없없는 부분은 각 요소별로 그려지는 묘사의 극사실성이다. 


    “무중력상태의 우주공간에서 우주복을 입고 둥둥 떠 있을 때는, 손과 발을 휘둘러도 중심 위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타로와 하나코가 떨어져 떠있는 경우에도, 외부에서 힘이 작동하지 않으면 두 사람이 무엇을 해도 중심 의 위치는 바뀌지 않습니다 “ [大栗博司のブログ]


    오구리 히로시의 저서 ‘중력이란 무엇인가’의 한 구절이다. 초급 물리 교과서에서는 흔히 마찰을 무시하라는 주문이나 공기저항은 무시하라는 주문으로 학생들을 이끈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비현실적인 물리계에서 물리학을 배울 수 밖에 없었고, 우리가 경험하는 물리학 법칙은 언제나 마찰력과 공기저항의 개입으로 책에서 읽고 배웠던 이상적인 물리계를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많은 경우,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는 매질이 없는 우주 공간에 엄청난 폭발음 효과를 집어 넣거나, 우주선 내에서 중력이 존재하는 경우를 자주 그려 넣는다. 그러나 그래비티의 폭발씬에서 어떤 폭발음도 들리지 않는다. 무중력과 관성, 작용과 반작용 그리고 가속도의 법칙만이 존재할 뿐이다. 히로시의 위와 같은 설명 또한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1. 모든 물체는 그것에 가해진 힘에 의하여 그 상태가 변화되지 않는한, 정지 또는 일직선상의 등속운동을 계속한다.


    투사체는 공기의 저항에 의해 방해를 당한다던가, 또는 중력에 의해 낙하되지 않는 한, 그 운동을 계속한다. 팽이는 그것의 여러 부분이 그것들의 응집력에 의하여 계속적으로 직선운동으로부터 빗나가고 있지만, 그러한 팽이는 공기의 방해가 없는 한, 그 회전을 멈추지 않는다. 보다 자유로운 공간 내에 있어서는, 보다 적은 저항을 받고 있는 행성과 혜성과 같은 보다 큰 물체는, 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그 전진운동과 원운동을 유지한다.


    2. 운동의 변화는 가해진 동력에 비례하며, 그리고 그 힘이 작용한 직선방향에 따라 행하여진다.


    만일에 임의의 힘이 어떤 하나의 운동을 낳게 하면, 2배의 힘은 2배의 운동을 만들고, 3배의 힘은 3배의 운동을 발생케 할 것이다. 다만, 그 힘은 전부가 같이, 그리고 동시에 작용되어도 좋고, 또는 점차로 단계적으로 작용되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그 운동은 그것을 일으키는 힘과 항상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만일에 물체가 그 이전에 운동하고 있었다면, 그것들이 방향이 서로 일치하느냐 아니면 서로 반대쪽이냐에 따라서, 그 이전의 운동에 가해지느냐 아니면 감해지느냐로 되는 것이다.


    3. 모든 작용에 대하여서는 같고, 또한 반대방향의 반작용이 항상 존재한다. 다시 말해 서로 작용하는 두개의 물체의 상호작용은 항상 똑같고, 또한 반대방향으로 향한다.


    상대방을 끌어당기거나 또는 밀면, 그것은 반드시 그만큼 상대방에 의해 끌리거나 또는 밀려진다. 만일에 말이 줄로 묶어진 돌을 끈다고 하면 말은 같은 힘으로 돌 쪽에 끌려갈 것이다. 왜냐하면 잡아 당겨진 줄은, 그 자체가 느슨해진다던가 또는 뻗어진다는 같은 노력에 의해, 그것이 돌을 말 쪽으로 잡아당기는 것과 같은 힘으로, 말은 돌 쪽으로 끌리며, 한쪽편의 진행을 추진시키는 것만큼 같은 힘으로 상대방의 진행을 막으려 하기 때문이다. 만일에 한 물체가 다른 한 물체에 충돌하여 그 힘에 의해 딴 물체의 운동을 변경시킨다면 그 물체도 또한 그 자체의 운동은 반대방향으로 향하는 같은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이와 같은 작용으로 행해지는 변화는 물체의 속도에 있어서가 아니라, 운동에 있어서 서로 같은 것이다. [아이작 뉴턴, 프린시피아, 서해문집, p43-44]


    뉴턴이 1687년 프린키피아에서 제시한 세 가지 운동 법칙이다. 오늘날 우리가 뉴턴의 법칙으로 알고있는 운동법칙. 영화 속에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된 이 법칙을 보면서 조금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의 비대화와 모기업에 의해 공화국이 되어가는 상황을 왜 비판하지 않고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것인지. 그리고 지난 대선과정에 있어서의 총체적 부정사실이 들어났음에도 왜 침묵 속에 있는지. 오히려 어떤 게임이 폭행과 범죄를 소재로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손에서 게임 전체를 놓아버리게 하려고 하는지. 등과 같은 생각들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돌아와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펼쳐보고서야 그때의 그 엉뚱한 생각에 대한 답이 보이는 듯했다. 물체 뿐만 아니라, 인간도 어쩌면 사회 역시 운동의 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매우 단순한 원리를.


    사람이나 기업, 정책, 제도, 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상은 운동하고 있다. 최초로 운동을 시작하는 초기 조건은 처음 대상에 가해진 외력의 크기와 대상이 지닌 질량에 따라 결정되고 질량은 작을 수록, 힘을 클 수록 최초 운동 속도는 빨라진다. 이때의 운동은 외부의 저항에 의해 방해 받거나, 어떤 제재조치에 의해 낙하하지 않는 이상 그 운동을 계속한다. 보다 자유로운 공간에서는 운동하는 질량 큰 대상은 보다 더 오랜 시간동안 처음의 운동을 유지하며, 외부 저항이나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그 질량으로 인해 보다 오랜 기간동안 처음의 운동을 유지한다.


    현실세계에서는 저항이 언제나 존재할 수 밖에 등속 운동을 위해서는 일정한 외력이 필요하며, 이 보다 더 큰힘을 가하는 것으로 대상을 가속시킬 수 있다. 이때 드는 힘은 대상의 질량이 클 수록 더 많은 힘을 필요로한다. 대상의 운동 방향을 바꾸거나 멈추게 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힘에 비해 매우 많은 힘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 또한 대상의 질량에 비례하여 증가한다.


    모든 운동에 작용이 가해지면 언제나 반작용이 나타난다. 상대를 밀거나 당기면, 그것은 반드시 상대에 의해 다기어 지거나 밀려지게된다. 만일 어떤 대상이 다른 대생과 충돌하여 그 힘에 의해 다른 대상의 운동을 변경 시켰다면 그 대상 또한 그에 상응하는 반대 방향으로 향하는 운동을 보여줄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언제나 찬성과 반대가 존재하며, 혜택에는 언제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진보가 있다면 보수가 있고, 좌파가 있다면 언제나 우파가 존재한다. 한 쪽의 힘이 커진다면 다른 쪽의 힘 역시 커지며, 비대해진 힘이 충돌해 한 쪽의 방향을 바꾸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힘의 크기만큼 다른 한 쪽 역시 반대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독재시절 하에서 성장한 재벌과 기업은 낮은 질량과 높은 초기 외력으로 출발해 이제는 거대한 질량의 대기업이 되어버렸다. 이들은 이제 높아진 질량 만큼이나 커진 그들 만의 관성에 의해 스스로 나가아고 있으며, 국가의 정책과 제도는 이 거대한 대상의 운동에 가해지는 저항과 제재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해준다.


    국가 규모의 대상의 운동은 그 질량과 등속운동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힘은 대기업의 그것에 비해 매우 크다. 그것이 실제 질량의 크기이던 심리적 질량의 크기이던 관계없이, 국가 규모 대상의 운동 방향을 바꾸거나 일시정지시키는데 필요한 외력의 크기는 그 질량 만큼이나 높다.


    그러나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의 크기는 제한되어 있다. 그나마 이들의 합력은 작용과 반작용에 따라 절반으로 줄어든다. 수 차례에 걸친 외력의 작용에도 방향 전환은 고사하고 감속 조차되지 않는다는 것. 수년에 걸쳐 깨달은 관성의 크기는 개인이 낼 수 있는 최대 힘의 크기를 줄였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내부 충돌은 작용과 반작용에 의해 산산히 부서지고 또 흩어지고 말았다. 이제 이 힘은 질량이 작고, 저항을 쉽게 받아 외력을 작용하기 쉬운 대상으로 향하게 되었다. 아이들, 연예인, 여성.


    운동 법칙은 이상적인 상황을 그려내는 듯 하지만 실상은 매우 잔인하다. 관성이 커지면 그것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힘은 그것에 비례하여 커진다. 매우 지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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