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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밤하늘을 바라보며
    잡설 2013. 10. 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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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이 기울어 밤하늘이 차츰 어두워져 갈즈즘에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해진 뒤 찾아오는 어둠에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는 어느덧 시원한 가을 바람으로 바뀌어 나뭇잎을 흔들고 있다. 올려다본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하늘이 비춰졌고, 한 켠엔 여름의 대 삼각형이 눈에 들어온다. 베가, 알타이르, 데네브. 간신히 찾은 견우성. 직녀성은 또 어디에 있을까하고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얼마전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1977년에 발사되어 36년만에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호는 지구로부터 190억km 거리에 고속으로 비행중에 있다고 한다. 어쩌면 있을지 모를 외계생명체와의 조우를 대비하여 보이저1호에 실린 골든 레코드가 오염되고 있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지구에 돌아와 인간을 공격하는 스타트렉의 한 에피소드도 떠오른다. 그리고 지구와 64억km의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해 보내온 그 유명한 창백한 푸른점 사진도 떠오른다.


    물리학도에게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단순한 아름다움만을 남겨주진 않았다. 우리의 우주는 약 137억년 전 빅뱅으로부터 탄생하였다. 그리고 우주 탄생 최초의 3분 후 급격한 팽창과 온도하락으로 쿼크들이 뭉쳐 중성자와 양성자들을 만들어냈고 이들은 다시 수소 원자핵으로 합성되기 시작했다.


    태양과 같은 전형적인 별은 수소가스가 모여있는 형태로 탄생하여 중력에 의해 점차 안으로 응축되는 과정을 겪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수소가스는 빠른 속도로 자전하게 되고, 그 결과로 별이 두 개로 분리되어 연성계가 형성되거나, 별의 자전축과 수직한 평면 위에서 행성들이 공전하는 태양계와 같은 행성계가 만들어진다. 별은 조금씩 응축되어감에 따라 중심부는 계속 뜨거워지고 온도가 1000만도에 이르면 원자간 전자적 척력을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의 충분한 운동에너지가 생성되면서 본격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별은 이제 핵융합반응으로 수소가 헬륨으로 전환되어간다.


    수소 핵융합 반응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 연료는 언제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약 100억년에 걸쳐 수소에서 헬륨으로의 핵융합 반응이 끝나고나면 이제 헬륨을 연료로하는 두번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질량이 작은 녀석은 중력에 의해 다시 수축하는데 이때 온도가 1000만도가 되지 않는 측은 핵융합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중력에 의해 그대로 수축된다. 하지만 우리 태양보다 2배에서 3배정도 큰 녀석들은 다음 반응으로 이어질 충분한 온도와 밀도를 갖추어 헬륨을 연료로 하는 두번째 핵융합 반응이 시작된다.


    별들은 그들의 죽음의 과정에서 각자가 가진 크기별로 수축과 새로운 핵융합 반응을 반복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원자들.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규소, 황 그리고 철까지 만들어낸다.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 수 있는 원자는 철까지다. 더 무거운 원자들은 초신성 폭발로부터 만들어진다. 초신성 폭발은 철이 중심이 된 더 이상 핵융합 반응이 불가능해진 별에서 별 내부를 지탱해주는 압력이 줄어들고 중력의 영향으로 수축해 나가다 결국 중력 수축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초신성 폭발이다.


    가을 하늘에 비친 베가, 알타이르, 데이브는 각자 수소와 탄소를 연로로 핵융합 반응에 한참이 거대한 별들이다. 이들 세 별은 적게는 수 십 광년에서 멀게는 수 천 광년 떨어져 있는 별들이다. 그리고 순간 어떤 묘한 기분이 스쳐지나간다.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아주 작은 창백한 푸른점 속에 살고있다는 소외감. 그 점 속에서 머리를 감싸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에서 막연한 회의감이 흘러간다. 종잡을 수 없기로 악명이 높은 ‘왜’라는 단어를 쫓아 이 자리에 이르렀을 때엔, 팽창하고 있는 은하 구름들 속에 그보다 거큰 거대 우주의 자연 상수를 찾는 지적 유희를 즐기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지적유희는 지구라는 공간에, 그리고 국가라는 틀안에, 민족과 자본이라는 암묵적 흐름 속에서 수 많은 제약과 공격, 비판 맞서고 있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그 흐름에 합류하기 위한 책을 펼치고 있었다. 지적유희라니. 아름다움이라니. 왜라는 질문이라니. 우주는 개뿔. 배부른 소리 하고 앉아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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