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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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철학자가 우주산책을 할 때책 2022. 4. 24. 14:02
가끔 과학의 일부 개념 혹은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확대 해석하려는 시도들을 보곤 한다. 과학철학자들의 일부 저술들에 포함된 개념으로 저널리즘 방법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나, 최신 양자역학 이론이 허용하는 다중 우주의 개념을 유신론으로 해석하려는 시도 등이 그렇다. 을 저술한 김성환 교수는, 책의 머릿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17세기 자연 철학은 자연 변증법 때문에 관심이 싹텄다. 1980년대 한국 사회와 학계에 마르크스가 나타났다. 피가 끓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철학 연구자는 마르크스의 사회 철학에 몰렸다. 나는 다른 길을 찾았다. 자연 변증법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 낡았다. 제대로 뜯어 고치려면 과학을 알아야 했다. 과학의 역사부터 공부했다. 새 자연 변증법을 만드는 게 목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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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책 2022. 4. 10. 12:37
물리 덕후들 끼리 모이면 무슨 대화를 할까? 교재의 내용과 과제의 풀이법에 대한 토의 주제만 열거해도 한 바닥은 나올테지만, 그런 시시콜콜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들 보다 더 흥미로운 화잿거리도 있었으니. 바로, 아이언맨의 아크 리엑터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텔레포트는 가능한지, 인공지능 로봇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같은 황당한 이야기부터, 신은 존재하는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과학이란 또 무언인지 같은 다소 철학적인 주제들을, 생각이 뻗히는 데로 머릿속을 들쑤시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닳고 달아 현실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되고 말았지만, 순수했던 옛시절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이렇다. 학부시절 친구와 신의 존재 혹은 부재를 증명할 수 있을지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간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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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저널리즘과 위험보도의 클래식책 2022. 2. 28. 17:40
과학과 기술이 초례할 잠재적 위험 혹은 혜택에 대한, 가장 과학적인 답변은 “잘 모르겠다.” 이다. 이는 현대의 과학과 기술이 가질 수 있는 특성이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에, 사안과 관점에 따라 심각한 위험과 완전한 대안으로 동시에 해석될 여지가 있는 까닭이다. 가령, 유전자조작 식품은 병충해에 강하고 다양한 기후와 토양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농작물을 만들어 식량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로 인식 될 수 있는 동시에, 유전자 조작 식품이 인체와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한 우려로도 동시에 인식된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이상 새로운 과학기술이 사회에 도입될 경우, 주관성에 관한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합의가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만일 언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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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가 시공간을 영원히 왜곡시킨다과학 2021. 12. 22. 17:52
2016년 최초의 중력파 탐지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결정적으로 입증되었지만, 다른 믿기 어려운 예측은 확인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중력파는 시공간 구조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긴다. 이것은 중력파가 지나간 뒤에도 중력파 검출기의 두 거울 사이의 공간을 변형시킨다. 6년 전 첫 번째 관측이 이루어진 이래, 물리학자들은 “메모리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측량할지를 고민해왔다. 호주 모나시 대학의 천문학자 폴 라스키는, “메모리 효과는 완전히 이상한, 기이한 현상이다.”며, “이것은 매우 심오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목표는 중력파가 지나가며 남긴 시공간의 영구적인 흔적을 살피는 것 보다는 넓다. 이것은 물질과 에너지, 시공간 사이의 연결을 밝혀내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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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Hub의 최근 법적분쟁은 과학자들에게 어떤 의미인가?과학 2021. 12. 19. 17:13
수백만의 과학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인기 웹사이트 Sci-Hub에 법적 조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처음으로, 주요 출판사들이 제기한 Sci-Hub의 저작권 위반 사건에 대한 법정 변론이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소송은 미국과학협회, 엘스비어(Elsevier), 와일리(Wiley)가 델리 고등법원에 제기한 것으로, Sci-Hub가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어, 인도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해당 사이트의 접근을 차단하도록 명령할 것을 법원에 요청하고 있다. Sci-Hub의 설립자 Alexandra Elbakyan는 인도에서의 저작권은 “Sci-Hub 처럼 과학과 교육에 [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 법률 전문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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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태도가 과학적이길...책 2021. 11. 27. 15:54
엘리베이터에 타면 여전히 음이온 작동 표시등이 밝게 빛나는 모습을 본다. 많은 사람들은 감기에 걸리면 약국에서 아세틸 살리릴산을 사 먹지만, MSG가 들어간 음식은 독극물이나 화학약품이 들어간 것 처럼 여겨 최대한 피하려 한다. 연일 몸에 좋은 음식과 건강을 이야기하며, 염화나트륨 보다는 소금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건강을 위해 아스팔트에서 추출한 비타민으로 만든 영양제는 꼬박꼬박 챙겨 먹기도 한다. 선풍기 괴담이나 전자파 공포도 여전히 지천을 떠돌고 있고, 심지어 과학자의 입에서 거짓 지구온난화와 코로나 백신 음모론까지 나오기도 한다. 과학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듣거나 유사한 모습들을 볼 때면 욱하는 기분이 많이 든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하고 고쳐야 할지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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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인문학 편지책 2021. 11. 9. 08:57
과학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에게, 여러분은 혹시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을 읽어 보셨는지요. 책을 읽어보진 못했더라도, 보이저 1호가 태양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전송한 사진 한 장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광활한 우주 속의 작은 티끌과도 같은 우리 고향의 모습 말이지요. 그는 이 사진을 소개하면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여기 있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이곳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여기 태양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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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책 2021. 10. 8. 10:35
어린시절부터 나의 장래희망은 줄곧 과학자였다.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우주를 동경하며, 언젠가 저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고 싶다는 꿈을 마음 속에 간직해 왔다. 그러나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되면 이럴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미지들과 비교하면, 나의 길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곧게 뻗은 나무로 자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그것을 고상하게 실현해 낼 단단함을 가지지는 못했고, 벽면을 따라 한발 한발 줄기를 뻗어나갈 덩굴과 같은 유연함도 갖추지 못했다. 가끔 친구와 이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때 고체물리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쪽으로 연구를 했어야 했다고. 또 언젠가의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때 광학 연구실에 들어가서 레이저를 했어야 했다는 둥이다. 난 당시 그러한 선택들을 하지 않고 지금까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