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지독한 고통과 고독 속에서 피어난 철학적 사유는 바늘처럼 뾰족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고, 딱딱하게 굳어진 언어 탓에 그 진의 역시 올바로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름다운 문체와 낭만적 묘사들로 서술된 문학이라 하여도, 그속에 담지 된 철학이 어떠한 통찰과 성찰의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쩌면 서로를 닮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는 철학과 문학이라는 관계 사이에서, 이 둘을 조화롭게 결합하는 문학적인 철학 혹은 철학적인 문학이 그동안 얼마나 있었을까? 


‘철학을 하지 않는 닭’은 그동안 갈망해 온 바로 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해답을 던져준 것만 같은, 아름다운 문학의 옷을 입은 담담하고 도도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작품의 인상을 받다.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강한 기시감과 친숙함에 머리를 쥐어짜내다가, 어떠한 공식을 발견하게 되었다.


영화 ‘마당을 나온 암닭’의 캐릭터들과 사건들을 뼈대로 하여, 영화 ‘pk’의 연출 방식과 주제의식을 접목하여, 소설 ‘어린왕자’와 만화 ‘키노의 여행’의 에피소드들을 곁들여, 그 사이 사이에 작가의 생각을 덧붙이면, 바로 이 책 한 권이 완성 된다.


훌륭한 이야기 이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강한 기시감이 남는, 철학을 하려는 의미 있는 문학 작품이었다. 차라리 작가 자신의 수필이나 에세이의 형식 이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철학을 하지 않는 닭 - 6점
강국진 지음/봄풀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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