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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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로써의 과학과 당위로써의 과학책 2016. 7. 24. 17:41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물리 선생님이 빛은 입자이기도 하며 동시에 파동이기도 하다는 설명을 들으며 순간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있다.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성을 지닌다는 말은 곧 입자가 파동과 같이 진동하면서 이동한다는 말인가? 아니면 어떻게 그 둘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뉴턴 역학에 기초한 물리학 지식을 배우고 그것을 경험으로 체득해 왔기에, 현대 물리학이 말하는 입자와 파동의 상보성에 대한 하나의 명제를 쉽게 받아 들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의식적 거부 반응은 현대물리학의 탄생과 발전 과정에서 겪었던 20세기 과학자들의 논의와 같은 방식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단지 몇 권의 책을 읽어 보는 것으로 충분했던 것은 과학의 객관성과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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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책 2016. 6. 22. 20:51
대청 아래로 소를 끌고 가는 백성을 본 왕이 물었다.‘소는 어디로 가고 있느냐’‘피를 받아 종에 바르는 의식을 하려고 합니다.’그러자 왕은,‘그 소를 놓아 주어라. 나는 그 소가 두려워 벌벌 떠는 것이 마치 아무 죄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것 같아 차마 볼 수가 없구나.’ 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백성이,‘그렇다면 의식을 그만둘까요?’ 라고 되묻자 왕은,‘어떻게 그만둘 수가 있느냐. 양으로 바꿔라’ 고 말했다. 이 일이 알려지자 백성들 사이에서는 왕이 소는 불쌍히 여기고 양은 그렇지 않아 대담하지 못하고 좀스럽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이 소문을 전해 들은 제선왕은 의기소침하여 맹자에게 나 같은 사람도 국가를 잘 운영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맹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런 마음이라면 통일된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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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문화 그 현재와 미래책 2016. 6. 11. 16:11
‘사과’ 라는 단어로부터 붉은 색의 둥글고 꼭지에 푸른 잎사귀 하나가 붙어 있는 과일을 떠올려 내듯이, 인간의 언어는 대상의 추상화 된 이미지로부터 대상을 인지하고 또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규정화 되고 규격화된 대상의 이미지는 인식 과정에서 그렇지 않은 것을 배제하여 관념화 시키기도 한다. ‘오타쿠'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폐쇄적이고 개별적인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그 문화를 향유하는 개인들의 행동을 일반적이지 않은 타자화 된 B급 문화로 인식하듯, 특정 문화를 지칭하는 지칭어의 일반의 이미지는 그 문화를 서술하고 인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문화에 대한 서술은, 그 문화를 향유하고 있거나 그 문화에 관여하고 있는 집단이 가진 이미지와 그 문화와 관계되지 않은 일반 대중이 가진 추상적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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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 현대의 탄생과 지속에 대한 고민책 2016. 6. 8. 02:42
평범했던 일상과 사랑 했던 모든 것들이 한 줌의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계에서, 녹턴은 고요한 서정성을 잃고 그리움과 슬픔, 고독에 사무치게 된다. 어쩌면 폴란드의 독립을 꿈꾸던 쇼팽의 애절하고 아련한 바람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을 이 곡은, 스필만의 손에서 울려 퍼지는 순간 비로소 완성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영화 피아니스트는 전란 속에서 고통 받는 무기력한 개인을 묘사하며, 배타성은 그 고유한 개념에 따라 밀폐된 집단의 배타적 지배로, 결국에는 거대 산업 집단의 지배로 발전하게 되어 인간적 온기와 포근함이 폭탄처럼 산화하여 무로 화하고 만다면, 그것은 나중에 태어난 동생에 대한 형의 미움으로, 유색인종의 이주를 금지하는 사회민주주의적인 호주의 이민법에 의거해 어떤 한 신입생을 따돌리는 학생들의 집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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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와 나의 꿈책 2016. 2. 10. 17:43
국가 부패도와 연구개발 지출 및 혁신 지수 등의 상관 관계를 조사한 네이처의 칼럼이 암시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한국은 OECD 최고의 부패율에 걸맞는 낮은 연구개발비용 지출과 낮은 혁신지수 그리고 높은 두뇌 유출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뿐인가. 이에 대한 책임은 높은 부패율에서 오는 비효율적 자원 분배나 개인적 관심사 혹은 공적 권력의 남용에 따른 자원 쏠림이 아닌, 애국심도 없는 과학자 개인의 무능만을 질책하고 강조할 뿐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이 같은 천시와 과학자에 대한 낮은 처우, 기술 개발을 위한 도구 정도로 여기는 일반의 시각, 기능을 위한 부속품으로 인식되는 연구실 노동자와 학생들의 실상, 인간 취급 조차 받지 못하는, 노예 조차 되지 못한 값싼 부속품, 대학내의 비민주성, 그리고 침묵과 외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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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책 2015. 1. 14. 17:07
선거 개표일만 되면 보게 되는 붉게 물든 지도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고 또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이 지도를 보고 놀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보통 생각 할 때 노동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회적 약자와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정당은 진보당와 민주당이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상식이고,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매번, 그 반대의 결과만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왜일까?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분노는 들끓고 있지만, 나의 노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나의 자식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며, 나의 직장을 위태롭게 만드는 정책으로 무장한 정당의 지지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만일 당신의 연봉이 3억원이 넘는다면, 더 이상 과중한 부동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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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의 권리; 사회계약론책 2014. 5. 31. 02:00
베토멘 교향곡 3번 2악장, 장송 행진곡이 구슬프게 들린다.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 했다는 소식을 들은 베토벤의 실의와 좌절이 담긴 이 곡이 어느때 보다도 더 구슬프게 가슴에 닿아 흔들린다.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만 붙은 북쪽의 어떤 나라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했다며 연일 자랑을 하던 남쪽의 어느 나라가 서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원리와 원칙, 개념과 철학이 없는 메아리들만이 울려퍼지고, 헌법이 보장하고 민주정체가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는 묵살되며, 권력자의 보위를 각 개인 스스로가 책임지며 변호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다른 누구보다도 노예에 가까우면서도 자신들이 주인이라 믿고, 자신들이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구보다도 노예라고 생각하는' 이들 앞에서 헌법에 적힌 각 조항들과 민주주의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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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도 인간이다; 과학 좌파책 2014. 5. 18. 20:42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인간이 가지고 있던 선취와 소유의 자유는 이제 가족과 집단, 단체, 국가라는 틀 속에서 제약되고, 금지되어 지며, 어떤 경우에는 인간 개인의 역할까지 부여하도록 만들어졌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자유는 인간 본성의 결과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며 인간 본성의 자유를 제약하고 또 금지하게 된데는 인간이 가장 우선해야하는 자신의 생명을 보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법을 통해 인간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절도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며,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은 모두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 법의 제정과 집행, 범죄 행위의 규정과 분쟁의 조정 등의 사회적 역할은 누가 맡게 되는가? 사회는 이들을 합의를 통해 선출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