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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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4)잡설 2018. 8. 22. 15:36
산들산들 부른 바람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는 야옹이 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야옹이 형은 정말 꽃과 새와 바람과 달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나가다 발견한 카르도소 나무를 봐도 재미있다고 말하고, 항상 크레페오 크레페오 하고 우는 코레키오 새를 보고도 재미있다고 한다. 해변에 휘몰아치는 센 바람에도, 시들시들 절정에 달한 시오시오 꽃을 보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달도, 물웅덩이 위로 떨어진 달도 야옹이 형에게는 모두 재미있다. 그런데 보노보노에게는 이 모든게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다. “별로 재미없어요”“그러냐? 나는 재미있었는데.” 그리고 보노보노는 다시 야옹이 형에게 묻는다. “뭐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야옹이 형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 하듯 말을 잇는다. “그러냐?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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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3)잡설 2016. 9. 18. 16:40
각종 저서나 기고 글들을 보면 다양한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논평 하며, 또 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과학자를 동경하며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의견을 접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통해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었다. 이 역시 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었기에 다른 시간과 잠을 쪼개가며, 언젠가는 나도 동경해왔던 과학자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어 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경험과 피부로 맞닿은 현실은 이 같은 꿈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허황 되기만 한 것인지를 빠른 속도로 증명해 내고만 있을 뿐이었으며, 다른 검증방법을 아무리 도입해 보아도 그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허상임이 드러날 뿐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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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2)잡설 2016. 6. 12. 17:46
피카소의 그림은 대부분이 졸작이고 그 중 극히 일부가 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듯이, 대작은 습작으로 부터 나오고, 습작은 졸작으로 부터 나오기에 졸작을 쓰자는 말을 예전에 블로그에서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약 두 달 정도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매일 차와 커피를 맛 보며 종일 책만 읽는 신선노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동안 리스트에만 올려두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재개하였다. 당시의 말 처럼 졸작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빈약한 논증과 허약한 내용들로 점철된 똥들 만이 배출되었다.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사고와 논리, 지식의 깊이 즉,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오래전 한 드라마에서 유행한 대사처럼 똥덩어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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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잡설 2016. 6. 1. 17:53
수 개월 전의 일이다. 물리학을 좋아하고, 그래서 계속해서 물리학을 공부 해 나가고자 하지만, 나 개인의 지적 성취가 과학 이라는 전체 지식의 틀 내에서 과연 유의미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인류 지식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못하더라고, 그 과정에 참여하여 작은 진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 한 것일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면, 내가 과학을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일까? 과학은 이제 한 명의 위대한 과학자 개인에 의해 발전되고 성취되는 학문이 아니게 되었다. 최신 입자 물리학 논문엔 수 백 명의 과학자들의 이름이 저자 명단에 오르고, 거대한 실험 장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인 투자와 큰 비용의 투자를 필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