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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기는 일기장에... (4)
    잡설 2018. 8. 2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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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들산들 부른 바람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는 야옹이 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야옹이 형은 정말 꽃과 새와 바람과 달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나가다 발견한 카르도소 나무를 봐도 재미있다고 말하고, 항상 크레페오 크레페오 하고 우는 코레키오 새를 보고도 재미있다고 한다. 해변에 휘몰아치는 센 바람에도, 시들시들 절정에 달한 시오시오 꽃을 보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달도, 물웅덩이 위로 떨어진 달도 야옹이 형에게는 모두 재미있다. 그런데 보노보노에게는 이 모든게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다.


    “별로 재미없어요”

    “그러냐? 나는 재미있었는데.”


    그리고 보노보노는 다시 야옹이 형에게 묻는다.


    “뭐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야옹이 형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 하듯 말을 잇는다.


    “그러냐? 꽃도 새도 바람도 달도 변해가는게 재미 있는거야.”


    보노보노는 야옹이 형의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눈치다. 그래서 야옹이 형은 보노보노를 데리고 다른 재미 있는 것을 보여주기로 한다.


    “뭐…  변하는 것도 재미있기만 한 건 아니야. 오히려 뭐랄까, 조금 재미 있는게 더 좋아. 예를 들어 이 근처 나무 중에 어떤게 재미있어?”

    “재미있는 나무? 이 나무 아닐까요?”


    보노보노는 새가 날개 짓을 하는 것처럼 생긴 나무를 가리켰다. 그런데 야옹이 형은 이상하게도 비스듬히 쓰러질듯이 자란 나무를 가리키며 이 나무가 재밌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이 나무를 재미있다고 생각한건 이 나무의 수피 때문이야. 만져봐 살짝 소용돌이치고 있는게 굉장히 재밌어. 수피는 재미있어. 다양한 수피가 있어서 조금씩 다 다르거든. 그게 재미있는 거야. 그리고 만져보면 더 재미있어."


    야옹이 형은 정말 꽃과 새와 바람과 달을 좋아하는 것 같다.


    “달을 보러 갈까?”


    보노보노는 달을 좋아했다. 웅덩이에 빠진 달처럼 웅덩이에 떨어지는 것도 좋아했다. 그래서 야옹이 형이랑 같이 책상다리 평원으로 달을 보러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어린이 취급하는 야옹이 형이 미웠는지, 보노보노는 야옹이 형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야옹이 형은 잠깐 풀 속에 드러누워보라고 말한다. 그냥 아무렇게나. 잔말 말고 그냥 드러누워 있으라고. 그러면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풀 속에 드러누워 보노보노는, 풀을 굉장히 가까이에서 보며, 흙 냄새를 맡으며, 머리 위에 위에 있는 하늘을 보면서, 어쩐지 ‘나 혼자구나' 라는 생각에 기분이 스르르 가라 앉는다.


    “야옹이 형! 나 어쩐지 개운해 졌어요! 어쩐지 ‘혼자구나’하고 느끼면서 개운해 졌어요”

    “혼자라고 해서 꼭 외롭기만 한 건 아니야. 개운해 질 때도 있지. 결국 화조풍월은 혼자가 되는 거야”

    “그런데 왜 혼자 있으면 개운해지는 거죠?

    “그야 대부분 화가 나는 일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일어 나거든. 그러니깐 혼자가 되면 개운해 지는거야."


    그리고 갑자기 비가 쏟아져 내렸다. 보노보노는 서둘러 잎을 모으고 나뭇가지를 모으며 비를 피해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야옹이 형에게 가뭇가지를 더 모아 오라며 타일러 봤지만, 젖으며 기다리는 것도 화조풍월이라며 별다른 힘을 보태어 주지 않았다. ‘아~ 다 틀렸어!’ 달을 보고싶어 여기까지 찾아온 보노보노는 여간 분한게 아니었나 보다.


    그러다 잠시후 달님이 나왔다. 비는 소나기 였던 모양인지 금세 그쳤다. 비가 공기를 씻어 내려서 너무나 아름다운 달님이 나왔다. 야옹이 형은 보노보노를 ‘혼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어디론가 가버렸다. 화조풍월은 혼자가 되는것. 보노보노는 비가 그친 맑은 하늘에서 비치는 달빛 아래에 누워 마음껏 혼자가 되었다.


    위로받고 싶은 날의 보노보노」로부터



    보노보노를 따라 마음껏 혼자가 된 공간 아래에서 살포시 누워본다.


    해야할 일, 해야만 하는 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 치뤄야할 시험들, 치르지 않으면 안되는 자격 시험들, 도달해야할 점수들, 미래에 대한 불안감, 책상 위에 쌓여있는 책들과 알람이 멈추지 않는 슬랙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모든걸 내동댕이쳐버리고 문명이나 한 게임 할까? 술이나 실컷 마시고 좀비가 되어 하루를 낭비해 볼까? 그것도 아니면...


    보노보노가 소나기를 맞고 아름다운 달님을 맞이 했듯이, 이것도 그냥 소나기인 것일까? 허둥지둥하며 ‘아~ 다틀렸어!’라고 좌절하고 있을 때, 야옹이 형의 말처럼 이 또한 화조풍월인 것일까? 이상하게도 좀처럼 혼자가 된 공간에서, 마음껏 혼자가 되지 않는다. 변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변하지 않는 것도 재미있다는 야옹이 형의 말이 왠지 야속하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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