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입안 가득 피어오르는, 마보로시노타키
    수리물리학 2017. 12. 30. 00:44
    반응형




    치킨과 맥주가 때려야 땔수없는 관계가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순수한 맛의 관점에서만 접근 한다면, 기름진 치킨의 느끼함을 톡쏘는 맛의 가볍고 경쾌한 맥주가 잘 정리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반대로, 안주에 맞는 술이 아닌, 술에 어울리는 안주를 찾는다면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맛의 대비로부터 찾을 수 있다. 음식과 음식의 조화, 음료와 음식의 조화에서 이 같은 조합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조합이 녹차와 차과자이다. 녹차는 강한 쓴맛을 주된 미감으로 갖는데, 입 속에 남겨진 강한 쓴맛을 차 과자의 강한 단맛으로 중화 하며 새로운 미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맛의 유사성에서 찾을 수 있다. 화이트 와인에는 백육이나 생선이 어울리고 레드 와인에는 홍육이 어울린다는 말이 이 경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데, 생선이 가진 미세한 맛과 화이트 와인의 옅은 맛이 조화를 이루고, 육고기의 잡내 혹은 향신료의 강한 맛과 레드와인의 짙은 맛이 멋진 조화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입 안에서의 조화이다. 치킨을 물과 함께 먹으면 치킨을 삼킬 수가 없듯이, 기름인 음식을 입 속에서 잘 정돈해 주는 라거 맥주나 탄산 음료가 재격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갑가지 술과 어울리는 안주의 조합을 이야기 한것은 이번에 소개할 사케의 맛이 너무나 미묘하여 안주를 고르는데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토야마의 지역주인 마보로시노타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알콜 : 15~16도 

    정미보합 : 60% 

    일본주도 : +3.0 

    산도 : 1.5 

    가격 : 1026엔 


    토야마 지역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는 전형적인 한랭기후 지역이다. 이러한 한랭 기후 조건에서 만들어지는 술들은 저온 숙성 발효되어 옅고 청량한 맛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토야마주는 여기에 주적호미의 사용 비율을 높여 보다 유려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마보로시노타기는 정미보합 60%에 양조알코올을 섞어 만든 술로, 분류 기준에서는 토쿠베츠혼조조에 들어간다. 정미보합 비율이 다이긴조 계열의 사케보다 높은 편이기에, 첫 잔을 따르는 순간 진한 곡물의 향기가 느껴진다. 정확하게는 이삭과 쌀내음이 묵직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코끝을 자극하는 정도의 향이 느껴진다.


    첫 잔을 입안으로 옮기는 순간, 톡톡쏘는 산미가 순식간에 느껴지고, 이윽고 무거운 유리구슬을 혀위에 올려두고 있는 듯인 묵직함으로 입만을 지배하고 만다. 목넘김으로 이어질 때 즈음에는 어느정도의 점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지 액체를 삼킨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걸죽한 느낌을 받았고, 그 뒤 혀 위의 얼얼함이 한참의 긴장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환상의 용오름()이라는 술의 이름이 정말 잘 어울리는 맛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어울리는 적합한 안주를 찾는다면 어떤 맛이 가장 어울릴까?


    첫 번째 기준인 맛의 대비에서 찾는다면, 신맛이 적고, 향이 강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식감을 가진 음식을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중 가장 잘 어울릴 법한 음식으로 고려되는 것이 생선찜이나 육회였다. 그런데 육회는 구하기 어렵고, 생선찜은 어떤 생선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한 맛의 변수가 되기 때문에 이 둘 모두 어려운 선택지라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기준인 맛의 유사성에서 찾는다면, 평범한 정식을 떠올릴 수 있었다. 식사와 함께하는 반주로서의 열활로 어쩌면 제격이였지 않았을까? 아니면 맑은 무국이나 소고기 무국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입안의 조화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입안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얼얼함을 상쇠 시켜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이 후보로 야채 간장 조림을 선택했다. 우선 사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쌀내음과 점도 때문에 생선구이나 닭튀김은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야채 본연의 향과 식감을 살리되 짠맛으로 입안의 얼얼함을 달래줄 수 있는 음식으로 야채 간장 조림을 선택하였다.


    역시 술은 어렵다.

    반응형

    댓글

Designed by Tistory x Aptu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