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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에서 과학하기란...
    과학 2013. 3. 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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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 귀국한 직후 만난 친구와의 대화에서 친구는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본은 어땠냐?’ 라고.


    당연하고도 상투적인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보통 처음 해외에 나가게 되면, 처음엔 한국과 그 나라를 비교하며 한국의 단점을 비판하고 그 나라의 장점을 과장하여 왜 한국은 그러하지 못한지를 한탄하게 된다. 하지만, 체류 기간이 길어지면 장점과 단점을 보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결국엔 사람이 사는 것은 어느곳이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난 과학을 하는 사람이기니깐 이런 비교와 이야기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현대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어라 라고 말했다고 하자. 현대의 학문은 진리는 책 속에 있다는 사고에서 탈피하여 부정적으로 사유하는 경향을 가지고 경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스토예프스키를 읽고 알 수 있는 것은 현대인의 심리가 아니라, 현대인의 심리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각이다라고 생각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일본에서 말하면, 현대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공부하기위해 도스트예프스키를 읽고, 이 지식을 기반으로 현대인의 심리를 생각하게 된다.


    반면, 이를 한국에서 말하면, 취업전형 혹은 입시전형에 영향을 끼치거나 등장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지 않으며 그가 누군지도 모를 것이다.


    이 두 가지 관점은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판단한 두 사회, 문화의 모습을 설명한 것이었다. 여기엔 무엇이 더 우수하다거나, 무엇이 더 좋다와 같은 가치판단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것으로 발생한 두 사회의 장점과 단점은 분명히 존재하며, 이 두 장단점은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최근 거의 매년 노벨상을 매출하고 있을 정도의 과학 강국이라고 부를 수 있다. 노벨상을 꾸준히 배출할 수 있게 된 일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것이 가능하게 된 일본의 대학교육, 연구의 시스템은 어떠할까? 그렇다면 이곳에서 과학을 한다는 것은 유용할까? 나아가 일본에서 과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본의 교육 얘기부터해보자.


    일본의 고등학생들과 간담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고등학생들과 몇 마디 나눠본 적이 있었다. 가장먼저 나는 그들에게 하교시간은 몇시이며 학교생활은 어떠한지를 물어보았다. 간담회를 나누던 시간인 오후  4시였는데 그 시간엔 모두 수업이 끝나고 부활동을 하는 학생과 진학반을 제외하면 대부분 하교하는 시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들려준 한국의 고등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에 모두 경악하는 반응을 보았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에 비해 일본 고등학생들의 생활은 비교적 자율적인듯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변화의 방향이다. 최근 일본에선 진학을 위한 사설 학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방과후 사설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한 경향은 고등학생들은 물론 초등학교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의 교육환경은 한국에 비해 더욱 보수적이다. 중학교과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한 입시가 별도로 진행되며, 학교 게시판엔 학생들의 시점 성적과 등수를 게시해 놓기까지 한다. 별다른 문제 없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비교적 당연시 받아들이던 일본사회의 사설 학원의 증가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것은 단지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한국에서의 입시 전쟁의 이유와 그 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낮은 대학 진학률을 보였던 일본이 대학진학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 즉,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더 좋은 대학의 이름을 붙여 놓는 것으로 취업에 유리하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과 인식으로의 변화이다.


    보다 깊게 학문을 공부하기 위한 대학 진학이 아닌, 졸업장을 받기 위한 대학진학이 최근 일본 대학의 변화로 보인다. 학부의 학생들 역시 이러한 분위기 혹은 사회, 경제적 변화에 맞에 취업활동 중심의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의 학부 시스템은 학부 3학년까지 전공수업과 이수 학점을 모두 마무리하고, 4학년엔 소속 연구실에 소속되어 전공 분야별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대학원 진학 희망자들은 이 연구와 함께 석사 1년 과정과 연결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졸업논문 작성을 위한 연구가 된다. 대게의 학생들은 취업을 위해 3학년부터 취업준비에 들어가며, 면접을 위해 양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일본의 대학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대게의 과목은 기말고사 100% 절대평가로 진행되며, 출석여부는 성적에 무관계하다. 일부과목의 경우 시험 없이 레포트로 대체되고, 어떤 과목은 출석만으로 학점을 이수할 수 있는 과목도 존재한다. 기말고사의 경우 문제제출 방식이 수업시간에 배부한 프린트물과 지정한 교과서의 문제가 그대로 출제되는 것으로 평가한다.


    한국의 교육을 이야기할때면 흔히 주입식교육 방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일본의 교육은 한국보다 더욱 심한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흔히 메뉴얼 사회라고 부른다. 철저히 메뉴얼에따라 움직이고 행동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앞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언급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하지마라, 공공자소에서 소란스럽게 하지 마라, 지진이나면 당황하지말고 침착하게 행동하라, 줄을 서고 질서를 준주하여라. 등과 같은 메뉴얼은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며 실제 행동에 옳긴다. 때문에 관동대지진 이후의 조선인 대학살은 지진으로 인한 감정적 변화의 표출방법을 배우지 못해 뒤틀린 방법으로 향후 발산한 것이 조선인 대학살이었다는 해석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과서와 문제의 완전한 암기가 주 목적인 교육이 행해진다. 때문에 회전체 문제에서 교과서의 풀이가 회전방향을 시계방향으로 놓고 푼 답과, 교수가 칠판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놓고 푼 답의 결과가 왜 다른지를 질문하고 따지는 광경을 쉽게 목격하게 된다. 물론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질문할 수 있는 것은, 그렇다면 어떻게 일본은 과학분야에 있어 그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인가? 과학분야 뿐만이 아닌 공학, 인문학 분야에 이르기까지 암기 위주의 교육과 메뉴얼 위주의 사회라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성장이 가능했겠는가?



    과학과 공학 분야에 있어선 연구지원, 인문학에 있어선 독서와 경제와 관련하여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 지원의 형태를 볼 수 있는 단적인 예가 있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자료를 관련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던 대학의 해당 연구실에 자료를 문의하면 최근 수십년간의 연구 자료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 지원의 조건은 까다롭지만 그 조건은 대체로 충적되어 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은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 진다. 특히나 앞서 소개한대로, 학부 4학년 과정의 연구와 석사과정의 연구와 연계되어 진행함으로써 인재를 일찍부터 교육 가능하게 한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보다 평판이 좋은 대학원의 진학이 확정되었음에도 현재의 연구에 애착이 가거나 흥미가 있다면 구태여 자리를 옳겨 새로운 연구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며, 적어도 이를 두고 망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속적인 연구 지원과 그것을 가능하게하는 학부과정에서의 연구 시스템, 제자에서 또다시 그 제자로 이어지는 연구가 노벨상 수상의 기본적인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산업화 가능한지, 돈이 될 수 있는 연구인지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연구실들이 한 가지 연구 주제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찾기 어렵다. 물론 지속적인 연구 지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과학의 학습자로써 과학을 얼마나 배울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이학계열과 문과계열의 대학교육에서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완전 암기식의 교육이 변화하는 것은 학부 4학년부터인다. 암기 중심의 교육과 시험을 통해 학부 3학년까지 진학해온 학생들은 4학년에 각종 세미나와 연구, 발표 등을 통해 암기된 지식의 응용을 급격하게 맞이한다. 처음 그들이 보여주는 결과물과 자료들은 엉성하지만,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문제를 생각하고, 문제 해결방법을 찾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상호 토론하고 결과를 도출 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 과제 수행에 있어서의 창의성과 응용은 분야에 관계없이 어디서나 기본 소양으로써 존재한다.


    그러나 일본의 연구지원의 형태는 일종의 일본의 장인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과학을 학습하고 공부하기 위한 곳으로써 일본은 재미가 없다. 대게 메뉴에 맞는 지식을 입수하고, 메뉴에 있는 과정을 답습하여, 메뉴에 있는 연구과제를 수행한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일본에서의 과학함의 이점은 향후 학자로써 장기적인 연구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연구에 소속되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 등의 결과적인 목적에서 보면 이점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중간과정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나쁘진 않다고만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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