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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자에게 놓인 빈 의자
    2018. 8. 1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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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은 언제나 이미 읽혀진 상태로 우리에게 들어온다. 실물과 같은 완전한 모사물이 아닌 그 대상의 총체적 이미지를 생산하여 내포함으로서 그것을 인지하고 이해한다. 이미지의 총체가 투영하는 세계는 사회로서 재현되고 하나의 내적 요소로 자리 잡게 된다. 때문에 어떠한 대상을 만나 수용해 나가는 과정은, 그 사회가 담지하고 있고 있는 전통적인 이미지의 틀에 의해 대면되고 해석 되며 침전된다. 만일 기존의 대상에 새로운 해석과 상징성을 덧붙이거나 변경하고자 한다면,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대상을 소유하고 전유하는 방식과의 소통을 꾀해야한다.


    지구온난화와 산성비, 핵무기, 원자력 발전소, 유전자변형식품, 백신접종거부운동, 창조과학 등과 같은 과학적 논쟁에서도 역시 같은 틀이 작동한다. 과학이라는 단어, 그리고 그것의 전달자인 과학자와 수용자인 대중 사이에서 울려퍼지는 불신과 맹신이라는 두 상반된 두 음조가 없었다면 이러한 논쟁들은 지금과는 다르게 작동 하였을지도 모른다. 이 대립은 과학이라는 양식 자체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문화와 행동 양태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강하다.


    과학의 대중화에 대한 논의는 그러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제시된다. 그러나 과학의 수용자이자 소비자 이기도한 대중을 무지의 대상으로 범주화하여 재구조화 하려는 시도나 노력은 과학의 대중화에 관한 논의에서 제외되어야 만 한다. 이러한 태도는 약한 오독보다 더 강한 오독을 불러 일으키며 도발적인 반동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나 대상 그 자체나 그것을 수용하는 사회적 상징성이 아니라 소통하는 방식과 태도에 달린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의 대중화 논의와 목적은 참여민주주의를 과학의 영역으로 확대하여 두 대립사이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과제로서 기능 해야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집단적이고 탈중심화 된 과학의 문화적 생산을 위한 빈 의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랜디 올슨은 이 빈 의자로 향하는 길에 통열한 일침을 가한다. “대중과 교감하는 데 있어, 머리, 가슴, 복부 그리고 성기, 이렇게 네 개의 기관들만 생각하라! 머리로 들어간 정보는 진정성이 더해져 가슴으로, 유머가 더해져 복부로, 그리고 이상적으로는 섹스어필과 함께 아랫도리까지 내려가야한다.” 그의 말처럼 주어진 해석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용인할 때에는 그 해석의 부정확 함이나 생략된 것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효과적 실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는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 영화 ‘불편한 진실’을 예로든다. 앨 고어는 기존의 과학의 양식이었던 구조의 해석과 약호들의 전경화에서 한 발 벗어나, 소통한다.


    지난해 가을 우리는 신고리원전 건설에 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과학에서의 참여민주주의를 실험했다. 그 과정에서 시민들은 자신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과학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여, 사회적 대화와 토론, 논쟁을 거쳤다. 그리고 많은 분야에서 이루어질 또 다른 참여 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실현을 위해, 이 빈 의자의 주인이 될 과학자들과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앞으로 이어져나갈 새로운 과학 문화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아랫도리로 소통’ 할 미래를 기대해본다.



    말문트인 과학자 - 10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정은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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