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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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이지만 개발자로 먹고 살기책 2023. 4. 10. 22:07
개발자로 먹고살기 시작한 지 네 달 정도 지났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향임에도, 기존과는 결이 다른 생소함에 허덕이며 달리다 보니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 채 오늘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과학 연구만 하고 항상 과학만 생각하던 놈팽이에게 있어, 개발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며 마주한 첫 문턱이라고 한다면 연구개발의 방식과 속도이다. 연구와 개발이라고 한다면, 실험적인 도전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장기간의 연구 끝에 작은 결과물을 하나하나 밟아 나가는 과정이라 여겼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시간적 여유와 시행착오를 허락하지 않았다. 과학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컴퓨터 연산을 활용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하기는 했지만, 그 경험들이 실제 업계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영역은 상당히 한정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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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읽고 지나간 책들책 2022. 5. 9. 21:54
#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사실 이 책은 제목에 낚여서 산 책이었다. 표지의 그림과 타이틀만 보면 아인슈타인과 괴델 사이에 오갔던 대화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일반 상대성이론을 익히기 위해 위상 기하학을 공부하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나는 정말 바보가 아닐까 자책하는 와중에, 아인슈타인도 위상 기하학을 공부하는데 2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 와중에 두 번이나 틀렸었다는, 그 생생한 일화가 담겨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는 그 둘이 함께 나누었을 법한 수학과 과학의 난제들, 개념, 의미에 대해 다룬다. 읽기전 기대한 내용과 실재 책 내용이 달라 조금 실망했지만, 읽는 동안 순수했던 학부시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매우 흥미롭게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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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서점에서...잡설 2022. 4. 30. 17:34
“미쳤다. 책을 또 샀다.” 지나가던 길에 서점에 들리거나, 온라인 서점의 카테고리를 배회하다 한 번씩 내뱉는 소리다. 분명 읽으려고 책상위에 쌓아둔 책이 이만큼이나 있고, 주문하려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책이 저만큼이나 있는데, 읽을지 안읽을지도 모를 책을 또 한아름 사고 만다. 책도 하나의 물건이기 때문에, 나의 이런 행동은 프로이트 식으로 해석하면 욕망에 대한 애착으로 볼 수 있다. 나는 항문기에 문제가 있는, 즉 배설물을 귀중히 여겨 없애버리는 것을 아까워하는 변비 환자다. 이것은 벤야민이 얘기하는 주물주의와도 맥이 닿는다. 책이라는 상품이, 내가 내보내지 못하는 것을 대신하는 것처럼 여겨 욕망의 대리만족 관계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책에서 지혜를 습득하는 것보다, 책이라는 물건을 소유하는데 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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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찮은 철학자가 우주산책을 할 때책 2022. 4. 24. 14:02
가끔 과학의 일부 개념 혹은 현상을 인문학적으로 확대 해석하려는 시도들을 보곤 한다. 과학철학자들의 일부 저술들에 포함된 개념으로 저널리즘 방법론을 재구성하려는 시도나, 최신 양자역학 이론이 허용하는 다중 우주의 개념을 유신론으로 해석하려는 시도 등이 그렇다. 을 저술한 김성환 교수는, 책의 머릿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17세기 자연 철학은 자연 변증법 때문에 관심이 싹텄다. 1980년대 한국 사회와 학계에 마르크스가 나타났다. 피가 끓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젊은 철학 연구자는 마르크스의 사회 철학에 몰렸다. 나는 다른 길을 찾았다. 자연 변증법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 낡았다. 제대로 뜯어 고치려면 과학을 알아야 했다. 과학의 역사부터 공부했다. 새 자연 변증법을 만드는 게 목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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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책 2022. 4. 10. 12:37
물리 덕후들 끼리 모이면 무슨 대화를 할까? 교재의 내용과 과제의 풀이법에 대한 토의 주제만 열거해도 한 바닥은 나올테지만, 그런 시시콜콜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들 보다 더 흥미로운 화잿거리도 있었으니. 바로, 아이언맨의 아크 리엑터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텔레포트는 가능한지, 인공지능 로봇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같은 황당한 이야기부터, 신은 존재하는지, 아름다움이란 무엇이고 과학이란 또 무언인지 같은 다소 철학적인 주제들을, 생각이 뻗히는 데로 머릿속을 들쑤시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닳고 달아 현실적인 이야기만 나누게 되고 말았지만, 순수했던 옛시절의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이렇다. 학부시절 친구와 신의 존재 혹은 부재를 증명할 수 있을지에 관한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간 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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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일, 하고 싶을 뿐이었는데책 2022. 4. 5. 17:55
일본의 한 연구그룹에서 연구자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날 이 그룹 내의 한 소그룹 체어가 물러나는 일이 생겼다. 당시 체어의 부적절한 행위와 태도가 글로벌 콜라보레이터들 사이의 신뢰를 깨트렸기에, 이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 원인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우리는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평소 원만한 관계를 두루 갖추면서도 연구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다. 적어도 한국 그룹의 연구자들은 깊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여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을 알 고 있었고, 우리는 그녀가 체어 자리에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아니, 수 차례 내보냈다. 그런데 이 의견은 꽤나 오랜 기간동안 허공을 떠돌기만 하였고, 이제 막 박사학위를 받고 포닥을 시작한 어느 연구자에게 그 비슷한 역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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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읽고 지나간 책들책 2022. 3. 31. 13:27
#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극단적인 양극의 대립과, 날 선 주장들 사이의 파열음, 비난, 조롱, 조소, 비아냥의 연속에, 그 원인의 단서를 찾아 보고자 집어 든 책. 인간이 집단을 형성하고 역사가 기록된 이후로, 흔히 발견되는 인류 보편적인 현상에 대한 설명을, 김민하 평론가 특유의 냉소적 문체로, 현대 미국과 일본, 한국의 정치사를 통해 짚어보고, 한국 사회에 대한 제언을 남긴다. 20대 대선의 예언서라 할만하다. 대선 이후 시점에서 다시 읽어본다면, 냉정한 관점에서 복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 :: Scilavinka] # 다락방 클래식, 클래식 음악야화 클래식의 스타 작곡가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 등의 인생사, 야화, 연애사와 그 과정에서 탄생한 음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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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멍청한가?책 2022. 3. 27. 15:03
인간의 생물학적 인지거리에 비해 현대 사회는 관계망은 비대하게 확장되어 있다. 신뢰하는 소수의 씨족이나 부족 영역의 관계가 아닌, 신뢰관계를 알 수 없는 대중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하고, 의지하며 살아간다. 병원 진료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의 진료 결과를 믿고 내 몸의 수슬을 맡기거나,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전하는 소식을 신문, 방송을 통해 전해 듣고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존속 할 수 있는 것은, 신뢰할만 하다고 인정되는 표상에 의해서 이루어지며, 이 표상의 신뢰도는 그럴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거나, 그것을 믿지 않으면 손해가 갈 만큼의 권력이 그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악한 단서들과 개인의 편협한 정보, 격정, 불안, 시기, 질투, 그리고 사회적 책임은 다하지 않으려는 개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