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저쪽이 싫어서 투표하는 민주주의책 2022. 3. 6. 20:16
시민 과학과 참여 민주주의를 주제로 다루었던 언젠가의 독서 토론회에서 이런대화가 오간 적이 있었다. “우리 동네 길가에 있는 한 전봇대에 사람들이 밤마다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곳은 쓰레기를 버리는 곳도 아닌데, 길가에 아무렇게나 쓰레기를 버리고 있으니 사람들은 짜증이 났겠죠? 그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그곳에 팻말을 붙이고, 감시를 하고, 싸우고 내쫓기도 하며,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갈등의 요인이 몇몇 악인에 의해 의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의 미비점 혹은 한계 때문에 발생했음을 이야기하며, 본래 주제였던 시민참여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언급할 요량이었기 때문에, 이어서 이렇게 덧붙..
-
여성이라는 이름의 숨겨진 인권, 블랙박스책 2018. 8. 10. 17:02
장면 하나, 얼마전 유튜브를 서핑하다가 지상파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본적이 있다. ‘간만에 제대로된 개그 코너가 나왔다’는 제목과 높은 조회수에 이끌려 재생한 그 영상에서 나는 적지 않은 불편함과 불쾌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내용은 이른바 ‘김치녀’인 여자친구로부터 남자가 겪는 일화들을 소재로 여성을 희화화하는 것이었다. 김치녀가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당시에, 나는 분명 별다른 감정을 가지지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나는 왜 이 영상을 보고 불쾌감과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일까? 장면 둘, 지난 7월에 유튜브에서 ‘브레인 스쿱’이라는 과학채널을 운영중인 에밀리 그래즐리가 극심한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짤만한 기사 [1] 를 접했다. 악플의 내용은 “너무 못 생겨서 토할 뻔 했다”거나 “부엌에 가..
-
일본 사회와 일본 과학 그리고 하고 싶은 것사념 2018. 8. 8. 21:36
한때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중국의 과학과 문명’을 펴낸 조지프 니덤이 그랬던 것처럼, 일본의 과학과 문명의 발전 양태를 기록하고 포괄하여, 현재와 과거의 연결성과 사상적 풍경을 조망해 보겠다는, 그런 야심 차면서도 허황된 꿈을 꾼 것이다. 그 대상이 한국도 아니고 동아시아 전반에 관한 것고 아니라 일본으로 특정된 데에는 일본에서 경험한 하나의 병리적 경험에 그 원인이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바라보며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여 만에 실시된 지방 선거에서는 원자력발전의 지속적인 추진과 확대를 주장하는 현직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특히나 원전이 밀집되어 있는 홋카이도와 후쿠이, 시네마, 사가 현 등의 지사는 물론이고, 후쿠시마로부터 불과 240km 남짓 떨어..
-
한국 대학원, 하나의 소묘과학 2018. 8. 6. 01:22
학문은 더럽다. 이 잔혹하리 만큼 사실적인 묘사는 학문을 업으로 삼고 있는 학자들, 그리고 학자가 되려고 하는 학생들이 곧바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다. 학벌계급주의와 남성우월주의, 폐쇄적 파벌주의, 위계질서,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도제 구조에 이르기까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합리적일 것을 기대한 학문의 가치는 학문의 담지자인 대학 안에서 그렇게 손쉽게 해체되어 버리고 만다. 여기에 유교적 위계질서와 천민주의, 지식소매상으로의 역할에 충실한 한국 대학의 학문적 풍토를 덧붙인다면, 한국의 대학, 특히나 한국의 대학원 내부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학문의 더러움을 넘어 비참함으로 변모한다. 한국 대학의 문제나 학계의 문제, 교수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많은 분석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김종영 교수 [..
-
안철수에 대한 잡설사념 2014. 5. 21. 01:21
3년 전의 일이다. 친구들끼리 술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대통령 후보감으로 안철수를 논하고, 토크콘서트 갔던 이야기에서부터, 안철수로부터 미래를 말하고, 또 어떤 친구는 안철수가 기성 정치에 물들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관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즈음의 이야기다. 난 언제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모난 돌처럼 삐져나와 정신차리라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그 때 했던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였다. 안철수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그와 함께 연상되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뽑으라면 아마 청춘들의 멘토와 V3일 것이다. 이 부분에 동의를 한다면 우선 그가 만들었다는 V3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지금은 PC에 V3 lite나 알약이 하나씩 깔려있겠지만, 그보다 이전, 안철수가 안철수..
-
생각이 강요된 사회에 산다는 것사념 2014. 5. 2. 09:22
최고존엄의 지지율이 50% 대를 상회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술집에서, 식당에서, 역에서, 버스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문득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되었다. 빨간약과 파란약을 한 손에 쥐고 무엇을 선택 할 것인지를 묻던 매트릭스 속의 한 장면을 보며 무엇을 느꼈는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떠올렸을 수도 있고, 장면의 비유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떠올렸을 수도, 어쩌면 이 둘 모두인 동굴 속에서의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결국 네오는 어떤 약이든 선택하기를 강요받지 않았는가. 자, 여기 배가 한 척 있다고 해보자. 선장은 선원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지만 나이가 연로하여 귀..
-
정의는,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사념 2014. 4. 23. 21:36
‘정의는 재화를 할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와 억압에서 시작해야 하고, 누가 얼마를 가지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불의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외침을 듣고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Iris Marion Young, Justice and the Politics of Difference, 1990] 차갑다. 서늘하다. 날카로운 비수가 날아와 등 뒤에 꽂힌다. 매일 흘러나오는 뉴스, 보도행태, 구조소식, 늘어만 가는 실종자 수에서 그동안 행복의 준수, 개개인의 인권과 생존권 그리고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며 이상사회를 고민하던 모습들이 얼마나 시대 착오적인 것들이었나를 생각케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제는 작고한 미국의 페미니스트 운동가였던 영이 말한것과 같이 정의란 ‘존엄의 평등’인가? 롤스식의 ‘..
-
그래비티와 운동의 법칙 그리고 사회문화 2013. 10. 25. 00:42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 그래비티가 인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우주 영화임에도 포스터의 카피가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외계인도 등장하지 않고 우주전쟁도 없다.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래비티에 대한 이런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아무것도 안하고 화면만 빙글빙글 도는 이런 영화가 왜 인기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재미없는 영화는 처음봤다.’ 그리고 ‘다큐를 본 건지 영화를 본건지 모르겠다.’ 등과 같은 반응들이 그러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극적 효과나 반전, 드라마도 보여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배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단지 한 인물의 행동과 시점, 소리에 모든 촛점을 맞춘다. 우주복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지상 600km 상공의 우주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