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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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집착할 때잡설 2018. 9. 6. 15:35
참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고, 기다리지도 않고, 찾지도 않으며, 읽지도 않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 글을 써야한다는 이상한 집착에 빠지는 일 말이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이 구름처럼 흩뿌려져 있음에도 그것을 완성된 글로 써내려 가야만 한다거나, 읽었던 책들에 대한 서평을 빼놓지 않고 모두 써야만 한다거나, 어떤 핵심적 담론을 서술 해야만 한다는 집착과 압박에 가끔씩 사로잡힌다. 독서량과 필력과 지력의 부족함을 망각하고 이 강박에 휘말려들면 누군가의 글과 문장을 그대로 표절하거나 괴변만을 늘어놓고 모호한 논리를 읊조리는 오물만 배설하게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번 이 하찮은 집착에 빠지고 또 빠진다.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글에 대한 이런 하찮은 고민과 허기가 차 들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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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나의 글사념 2014. 6. 15. 20:40
어릴적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릴 때면 언제나 초록색 언덕에 나무 몇 개를 그리고, 집을 그리고, 구름과 햇님을 그려 넣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화창한 날 숲 속 별장의 차분하고도 활기찬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의 손에 의해 한 폭의 그림으로 담기는 순간이었다. 나의 풍경화 작품 n호는 대충 이런 모습이었다. 들판을 자유로이 뛰어노는 양때들과 나무 두 그루, 사이의 아늑한 집 한 채가 눈에 들어오지만, 나는 이렇게 생긴 집이나 양, 나무, 태양, 꽃, 들판 심지어 이런 모습을 한 풍경을 본 적이 없다. 갈색 직사각형 위에 초록색의 삼각형이 얻혀져 있는 모습을 한 나무를 나는 본적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것을 나무라고 인식하고 지금도 여전히 수 많은 어린이들은 이런 비슷한 그림을 집에서, 유치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