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물리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식이 하나 있을 것입니다. F는? 그렇습니다. F=ma 라는 공식을 우리는 많이 보고 듣고 또 써 왔습니다. 그리고 이것에서부터 많은 물리학 공식들이 파생되게 됩니다. 가속도의 정의로부터 속도, 시간, 거리의 소숫점 연산, 적분 그리고 미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말이죠. 이렇게 물리학 하면 어렵고 복잡한 수식이 먼저 떠오르고, 그것을 푸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또 그것을 잘 풀고 해결하면 물리를 잘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물어보죠. 여기에 적힌 이 F=ma 에서 F는 무엇이고 m은 무엇이고 a는 또 무엇인가요? 


이런 유명한 짤이 하나 있습니다.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과학자들의 눈에 자연은 이렇게 보인다는 것이죠. 물론 물리학이나 다른 과학을 오랫동안 접하고 공부하다보면 자연이 이렇게 보일때도 없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그것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지 물리학을 배우는 궁극적인 목표이자 목적은 아닙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수식으로 유려하게 적어서 '앞으로 이렇게 될꺼야’ 라던지, '레일건을 쏘는데 이렇게 이렇게 계산을 해보니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오더라' 라고 말하며 장황한 수식을 쓰고 보여주면 분명 이렇게 느낄 것입니다. 왠지 자신이 똑똑해보이는 것 같고, 과학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아 우쭐해 하거나 잘난척하고 싶은 기분이 들겠지요.


물리학이라는 것은 자연을 서술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그리고 그 도구로써 가장 적합하게 체용된 것이 수학이라는 언어입니다. 도구가 목적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또 그렇게 생각해왔죠. 다시 방금 물었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여기에 적인 이 F=ma에서 각 문자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F는 힘이고, m은 질량이고, a는 가속도. 네 맞습니다. 그럼 힘은 뭐죠? 질량은 또 뭐죠? 가속도는 또 뭔가요? 어렵게 물리학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기 이 의자를 밀면 손으로 바로 느끼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힘이 들죠. 책상을 밀면 의자를 밀때보단 힘이 더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책상이 의자보다 더 무겁기 때문이죠. 질량이라는 것 역시 여러분이 손에 들어보면 바로 느끼는 그것입니다. 그냥 무거운 정도를 나타낼 뿐이지요. 그럼 가속도는? 네. 점점 빨라지는 겁니다.


무거우면 더 힘들어 진다. 이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이 간단한 것은 왜 이렇게 적었을까요?


데카르트의 유명한 이 말을 다 아실 것입니다. ‘코기토 에르고 숨.’ 그러니까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중세시대의 신 중심의 사고관에서 탈피하여 드디어 인간으로 분리하고 인간 스스로 사고하게 되는 시발점이었습니다. 신에서 분리된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그것이 곧 나의 존재 증명이라 생각하며 끝없이 질문하고 또 탐구합니다. 인간의 오만함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인간은 본격적으로 자연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자연의 움직임, 흐름을 법칙화하여 몇 줄의 문장으로 표기하거나, 문자나 숫자를 이용해 아예 수식으로 적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에 효과적으로 개입하기 위해선 모든 것을 수량화 할 필요가 있었죠. 그래서 시간은 점차 정교해지고, 길이는 보다 세밀하게 측정되어지고 등등의 일이 벌어집니다.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에서부터 시작하여 뉴턴의 ‘프린피키아’,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 이르기까지 표상하고 개입하는 자연철학의 발전은 17세 과학혁명을 거쳐 20세기 산업혁명으로까지 이어집니다. 이 400여년 간의 자연철학 사상의 역사를 보는 것은 정말 재미있고 또 중요하지만, 우리는 그 어떤 것도 배우지 못했습니다.


과학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이라는 도구를 잘 써서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게 아닙니다. 방금 대충 언급하고 넘어갔던 과학의 역사와 그 철학의 발전 과정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그래서 입니다. 중요한건 F=ma나 E=mc² 같은 수식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각자 나름의 가치관과 자연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주에 대해서 느끼는 느낌과 생각도 다 다를 것이고, 나름의 우주관과 우주론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이 우주에 대해 어떤 이론과 생각, 철학을 가지고 있던 상관없이 현대 과학은 ‘빅뱅’이라는 과학적인 이름으로 여러분들의 이론을 ‘틀렸다’고 말합니다. 자연의 운동 법칙도 마찬가지 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모두 완성되고 검증이 끝난 ‘이론’의 이름으로 모두 부정 당하게 됩니다.


과학이 재미없고 따분한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너의 그 생각은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니 올바른 것을 받아들여라'가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검증하고 확인해 나갈 수 있을까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과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과학지식을 암기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과학사와 과학 사상사는 이것들이 발전해 나간 역사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나의 생각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어떻게 구체화 시켜 나갈 것인지, 어떻게 객관화 시킬 수 있는지. 이런 논의와 고민의 총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방금 언급했듯이 여러분들이 배우는 과학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사고하여, 어떻게 구체화시키든 도달해야할 정답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교육은 가장 간단한 방법을 선택해버렸습니다. '모로가던 결과는 같으니 결과만 외워라’ 라고요.


과학이란 참 재미있고, 특히 물리학이라는 것이 정말 재미있지만, 그토록 지루하고 재미없어 하는 원인이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우리는 과학교육으로부터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단 그냥 정답만을 외우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암기의 성과를 계량화하여 등수를 부여하였지요.


창의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하면서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강요하고, 요즘 젊은 것들은 스스로 생각을 안한다고 꼰대질 하면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 역시 가르치려 하지 않죠.


그래서 저도 여러분들께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곁들여가며 재미있게 설명하고 싶지만, 평가를 하고 점수를 내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제를 풀고, 어려운 문제를 숙제로 낼 것입니다. 저한테는 아무런 힘이 없어요.


일단 출석 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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