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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에 대한 잡설사념 2014. 5. 21. 01:21반응형
3년 전의 일이다. 친구들끼리 술자리에 앉으면 어김없이 대통령 후보감으로 안철수를 논하고, 토크콘서트 갔던 이야기에서부터, 안철수로부터 미래를 말하고, 또 어떤 친구는 안철수가 기성 정치에 물들 수 있기 때문에 정치적 관여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이야기가 무르익었을 즈음의 이야기다. 난 언제나 술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오면 모난 돌처럼 삐져나와 정신차리라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그 때 했던 이야기가 이런 이야기였다.
안철수라는 인물을 떠올렸을 때, 그와 함께 연상되는 대표적인 이미지를 뽑으라면 아마 청춘들의 멘토와 V3일 것이다. 이 부분에 동의를 한다면 우선 그가 만들었다는 V3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지금은 PC에 V3 lite나 알약이 하나씩 깔려있겠지만, 그보다 이전, 안철수가 안철수 연구소를 만들었을 당시 PC에 쓰고 있던 백신이 무엇이었는가?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V3는 절대 쓰지 않는 백신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눈치 챌 것이다. 그런데 왜 안철수의 긍정적 이미지에 V3가 덧칠해져 있는 것일까?
여기서 술 한 잔을 마시며 그의 정치성과 그의 성향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V3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하게된 계기는 아마 V3 Lite의 출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V3 Lite는 안철수가 만든 것이 아니다. 사명에 그의 이름이 그대로 붙어 있기 때문에, 여전히 그 회사가 그의 소유라고 많이 생각하고 있지만 정확히 그가 CEO로 있는 회사는 아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그는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르며 CEO직 사퇴와 함께, 보유 주식을 전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떠났다. 이 이야기는 그의 인간성을 미화하는 사례로 자주 인용되지만 이것을 비판하거나 폄훼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유학을 끝내고 카이스트 교수직을 맡은 다음의 이야기다.
카이스트 석좌 교수로 재직 당시 카이스트 학생의 잇따른 자살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된 적이 있었다. 물론 카이트스 내부의 문제가 해당 학교 재직 교수들의 책임이나 관계자로써 어떤 발언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는 2011년 서울대로 자리를 옮기자 청춘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청춘 힐링과 소통, 멘토의 자처하고 다였다. 청년들을 이처럼 생각하고 그들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카이스트 석좌 교수의 자리에서 카이스트 내부 문제에 대한 발언이나 조정 역할을 하지 않았을리 없다. 그러나 그는 내부의 위치에서 철저히 입을 다무는 기회주의적인, 어쩌면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MBC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V3의 지금의 이미지와 위치가 마치 자신의 성과인 것으로 생각되어지게끔 만들었고, 청춘의 힐링과 소통, 멘토의 이미지를 완전히 구축하게 되었다.
여기서 다시 술 한 잔을 마시고 안철수 연구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안철수 연구소가 보안기업이고 백신 소프트웨어 업체인데 이상한 점이 하나있다.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기 위해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뜨는 수 많은 엑티브엑스 중에 V3 백신이 유독 눈에 띄는 것이다. 엑티브엑스는 그것을 만든 MS 조차 보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음에도 보안 업체 스스로가 엑티브엑스를 이용하고 있다.
은행에 들어가는 엑티브엑스 백신은 은행이 업체와 직접 계약으로 이용자의 수에 맞게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업체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하나 생기는 격이된다. 보안업체가 보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엑티브엑스를 이용해 돈을 번다. 이렇게 생각한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니었는지 많은 전문가와 기자들이 안철수에게 엑티브엑스 문제에 대한 발언이나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물었지만,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정치적 성향은 어떠할까? MBC에서 안철수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한 적이 있었다. 난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었는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실에서 기자가 그에게 신문은 어떤걸 보냐고 물었던 장면이었다.
그는 ‘진보쪽 종이신문 두 개와 인터넷 언론 두 곳, 보수쪽 종이 신문 두 개와 인터넷 언론 두 곳을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자는 ‘진보쪽 종이 신문 두 개면 한겨레와 경향, 인터넷은 오마이와 프레시안, 보수쪽 종이신문이면 조선일보랑 동아일보 아니면 중앙일보 일 것이고, 인터넷 언론은 이데일리랑 뉴데일리를 보신다는 말씀이시군요?’ 라고 말하자 그는 굳은 표정인지 썩은 표정인지 한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장면이었다.
왜 이것을 공개하기 꺼려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여기서 그의 정치적 스탠스와 성향은 파악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진보와 보수 언론 양쪽의 의견을 고루들어 균형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이야기하지만, 조선일보와 이데일리 그리고 한겨레와 프레시안 사이의 중앙이란 결국 보수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 것이다. 바꿔 이야기하면 조중동의 의견을 상당히 귀담아 듣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겨레와 경향 등의 진보언론은 언론의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모습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런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언제나 정 맞는 것은 모난 돌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안철수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종교적 신앙처럼 흘러나오던 그런 때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지금의 안철수의 모습은 이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작년 광복절에 ‘건국 65년’이라는 말을 쓰는 것에서 그가 얼마나 균형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지를 느꼈다. 뉴라이트 계열의 주장과 그의 말처럼 상식을 말하는 언론 사이의 균형잡힌 시각이, 역사적 지식과 인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건국’이라는 말로 균형을 맞췄으니 말이다.
국회의원의 기득권 해체를 위해 국회의원 정원수를 줄이겠다는 말에서부터, 최근 세월호 사건에서 보인 야당 대표의 행보도 이런 관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조중동으로부터 ‘국민적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듣기 싫은 소리를 피하고싶어했던 것이다.
그러다 최근에 문득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지방선거의 자기사람 내려 꽂기에 여념이 없는 그의 모습을 보며 ‘혹시 안철수는 지금 진보독재를 꿈꾸고 있을 것은 아닐까?’ 라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지금은 자신을 비판해도 내 사람을 적재적소에 앉혀 새정치의 변혁을 이루어 내면 그 때 나의 업적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말이다.
영화 설국열차의 배경이 뒤틀린 계급 사회와 자본주의 독재체제를 그려낸 것으로 비춰지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그 체제가 프롤레탈리아 혁명을 통해 만들어진 체제라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열차를 만든 월 포드는 노동자였고, 메이슨 총리의 손짓은 그도 역시 착취된 아동 노동자였음을 볼 수 있다. 맑시즘과 사회주의의 몰락,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리니지에서 있었던 바츠 해방전쟁의 결과가 어떠했는지만 보아도, 독재는 단지 독재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금과 같은 행보를 보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이런 우려가 떠오른 시점에서 그의 신뢰 수준은 바닥을 접해있는 것이다.
안철수는 활자중독이자 독서광이라고 알려져 왔지만 그의 행보과 발언, 역사인식은 독서의 양과 질, 상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연금법 처리 합의에서부터 보여지는 그의 행보는 그 스스로가 자주쓰는 표현대로 상식이 통한다면 나올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3년전 술자리에서 떠들었던 그 이야기들처럼, 기회주의적이고 불리한 곳에선 입을 다물고, 조중동으로부터 좋은 소리만 듣고싶어하고, 싫은 소리는 듣기싫어 그만의 균현잡힌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그런 모습만 보인다.
지금 재미삼아 신입생 700여명을 대상으로 과학과 과학자에 대한 인식조사를 하고 있다. 그 중에 과학자의 정치적 참여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대답의 이유로 ‘안철수’를 적어낸 학생이 상당수 있었다. 이것이 지금 그의 위치이자 신뢰의 수준이다.
이런 사람이 지금 제1 야당의 대표라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고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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