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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력파가 시공간을 영원히 왜곡시킨다
    과학 2021. 12. 2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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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Quanta magazine의 “Gravitational Waves Should Permanently Distort Spacetime”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Alfred Pasieka / Science Source

     

    2016년 최초의 중력파 탐지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결정적으로 입증되었지만, 다른 믿기 어려운 예측은 확인되지 못한 채 남아있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모든 중력파는 시공간 구조에 영구적인 흔적을 남긴다. 이것은 중력파가 지나간 뒤에도 중력파 검출기의 두 거울 사이의 공간을 변형시킨다.

     

    6년 전 첫 번째 관측이 이루어진 이래, 물리학자들은 “메모리 효과”로 불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측량할지를 고민해왔다.

     

    호주 모나시 대학의 천문학자 폴 라스키는, “메모리 효과는 완전히 이상한, 기이한 현상이다.”며, “이것은 매우 심오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목표는 중력파가 지나가며 남긴 시공간의 영구적인 흔적을 살피는 것 보다는 넓다. 이것은 물질과 에너지, 시공간 사이의 연결을 밝혀내는 것으로, 물리학자들은 지난 50년간 이어져온 이론 연구의 주된 주제인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정보 역설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력파 연구로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칼텍의 물리학자, 킵 손은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시공간의 대칭과 메모리 효과 사이의 직접적인 연결이다.”라며, “이는 블랙홀의 정보 손실과 연관되어 있는 시간과 공간의 구조에 관한 매우 심오한 문제이다.”

     

    시공간의 흉터

     

    왜 중력파가 시공간의 구조를 영구적으로 바꾸는가? 이 질문은 일반상대론의 시공간과 에너지의 직접적 연결에 관한 문제로 바뀐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중력파가 중력파 검출기를 지나갈 때 무슨 일이 생기는 지다.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검출기(The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LIGO)는 L자 모양으로 두 팔이 위치해 있다. 팔을 둘러싸고 있는 원의 중심이 팔의 교차점에 위치한다고 가정할 때, 중력파는 파동이 모두 통과될 때까지 원을 수직과 수평 방향으로 교대로 왜곡시킨다. 이런 방식의 원의  찌그러짐이 두 팔 사이의 길이의 주기적인 변화를 만들며, 중력파의 이동을 드러낸다.

     

    LIGO의 감지 대상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들의 중력에 의한 인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지만, 중력파는 중력의 도달 범위보다는 훨씬 넓다. 메모리 효과 역시 마찬가지다.

     

    간단한 뉴턴 법칙을 보면, 중력 퍼텐셜 에너지는 물체가 특정 높이에서 떨어질 때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절벽에서 모루를 떨어뜨리고, 모루가 바닥에 닿을 때의 속력을 측정하면, 모루가 절벽에서 떨어지며 얼마만큼의 위치 에너지를 사용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포텐셜은 물질의 움직임에 의해 늘어나거나 찌그러지는 시공간의 형태에 영향을 받는다.

     

    킵 손은 “메모리는 그저 중력 퍼텐셜을 바꿀 뿐이다.”라고 말한다. 이어 “그러나 이것은 상대론적인 중력 퍼텐셜이다.”라고 덧붙인다. 중력파가 통과하는 에너지는 중력 퍼텐셜의 변화를 만든다. 다시 말해, 파동이 지나간 뒤에도 이 퍼텐셜의 변화가 시공간을 왜곡시킨다.

     

    그러면 지나가는 파동이 시공간을 정확히 어떻게 뒤트는가? 가능성은 말 그대로 무한하고, 신기하게도 이 가능성은 서로 동등하다. 이런 관점에서, 시공간은 무한 Boggle 게임과 같다. 이 게임은 글자가 새겨진 정육면체 주사위 16개가 4x4 격자에 놓여있는 것으로, 판을 흔들어 새로운 문자 배열을 만드는 게임이다. 모든 문자 배치는 서로 구분할 수 있지만, 큰 의미에서 보자면 모두 동일하다. 이들은 주사위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낮은 에너지를 점하고 있다. 이때, 중력파가 지나가면 Boggle 보드를 흔들어 시공간을 이상한 구성으로 바꾸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시공간은 항상 낮은 에너지 상태로 남아있다.

     

    초대칭

     

    이러한 특징은 시공간 구조에 대한 숨은 대칭성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지난 10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이 연결을 명시적으로 만들어냈다.

     

    이야기의 시작은 네 명의 물리학자들이 일반 상대론을 보다 잘 이해하고자 했던 1960년대로 돌아간다. 그들은 모든 에너지와 질량으로부터의 거리가 무한대로 먼 가상적인 공간, 즉 중력의 인력은 무시할 수 있지만 중력 복사는 무시할 수 없는 우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궁금해했다. 그들은 이 공간을 지배하는 대칭성을 살피는 것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시공간은 평평하며 절대성이 없다는 특수 상대성이론으로부터 이미 대칭성을 알고 있었다. 어떤 매끄러운 세계에서, 모든 것은 당신의 위치가 어디든, 어떤 방향을 보고 있든, 어떤 속력으로 움직이든 상관없이 동일하게 보인다. 이런 특성들은 각각 병진, 회전, 그리고 부스트 대칭과 연결된다. 물리학자들은 우주의 모든 물질로부터 무한대로 멀리 떨어진 점근적으로 평평한 (asymptotically flat) 영역에서는 이러한 단순한 대칭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예상했던 대칭성뿐만 아니라 무한한 대칭 집합을 발견했다. 이 새로운 “초병진(supertranslation)” 대칭은 시공간의 개별 부분이 늘어나거나, 찌그러지고, 잘릴 수 있으며, 이 현상이 무한히 먼 영역에서는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임을 의미했다.

     

    1980년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의 물리학자인 아브하이 아쉬테카르는 메모리 효과가 이런 대칭의 물리학적 표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초병진이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내지만 거시적으로는 동등하게 시공간을 왜곡하도록 하는, Boggle 우주의 원인이었다.

     

    그의 연구는 가상의 우주 공간에서 이런 추상적 대칭성을 실제 효과와 연결했다. 비엔나 공과 대학의 물리학자 로라 도네이는 “메모리 효과를 측정하는 것은 저에게 있어 매우 흥분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저 대칭성이 실제 물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아무리 훌륭한 물리학자라 할지라도 그것들이 자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행동하고 물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메모리 효과는 이것들 중 하나이다.”

     

    역설 풀기

     

    Boggle 게임의 포인트는 단어를 찾기 위해 격자에서 랜덤 하게 보이는 글자에서 단어를 찾는 것이다. 각각의 새로운 배열은 새로운 단어를 숨김으로서 새로운 정보를 감춘다.

     

    Boggle과 마찬가지로 시공간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악명 높은 블랙홀의 정보 역설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 역설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정보는 생성되거나 파괴될 수 없는데, 입자가 블랙홀로 빠지거나 호킹 복사로 입자가 재방출된다면 이 정보는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왔는지에 관한 문제이다.

     

    2016년 하버드 대학의 물리학자인 앤드류 스트로밍거는 스티븐 호킹과 말콤 페리과 함께, 블랙홀의 지평선은 점근적으로 평평한 공간의 지평선과 동일한 초병진 대칭을 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전과 같은 논리로, 이것들은 메모리 효과를 수반할 것이다. 이는 떨어지는 입자가 블랙홀 주변의 시공간을 변형시켜 정보의 내용을 바꿀 수 있음을 의미한다. 즉, 입자의 속성에 대한 지식은 소실되지 않은 채, 영구적으로 시공간 구조 속에 인코딩 되어 정보 역설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샘이었다. 

     

    프린스턴 대학의 이론 물리학자인 사브리아 파스테르스키는 "블랙홀 증발에 대해 흥미로운 것을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멋지다"라고 말했다. “프레임워크의 시작점은 이미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프레임워크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다.”

     

    파스테르스키와 다른 물리학자들은 중력과 물리학의 다른 영역에 대한 진술과 이러한 무한 대칭에 관한 새로운 연구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연결을 추적하면서 그들은 새롭고 이색적인 메모리 효과를 발견했다. 파스테르스키는 다른 대칭 집합과 스핀 메모리 효과 사이의 연결을 입증함으로써, 각운동량을 전달하는 중력파에 의해 시공간이 꼬이고 비틀어짐을 보였다.

     

    기계 안의 유령

     

    유감스럽게도, LIGO의 과학자들은 아직 메모리 효과의 증거를 보지 못했다. 중력파에 의한 LIGO 거울 사이의 길이 변화는 양성자 너비의 약 1,000분의 1 정도로 미세하지만, 메모리 효과는 이보다 20배 더 작을 적으로 예측된다.

     

    우리의 시끄러운 행성에 위치한 LIGO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저주파 지진 노이즈는 미러 위치에서의 메모리 효과를 모방하므로, 노이즈에서 이 영향을 분리해내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다.

     

    지구 중력 역시 거울을 원래 위치로 되돌려놓아 메모리 효과를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시공간의 뒤틀림이 영구적이더라도 이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거울 위치의 변화는 반영구적이다. 연구원들은 지구 중력이 거울을 다시 원래 위치로 내려놓기 전에 메모리 효과의 영향을 측정해야 한다.

     

    단일 중력파로 인한 메모리 효과를 감지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버밍엄 대학의 라스키와 패트리샤 슈미트 같은 천체 물리학자들은 영리한 방식을 생각해냈다. 라스키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중 관측 신호를 효과적으로 모으는 것”이라며, “통계적으로 엄격한 방식으로 증거들을 축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키와 슈미트는 메모리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1,000개 이상의 중력파 이벤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독립적으로 예측했다. LIGO의 지속적인 성능 개선과 이탈리아의 Virgo, 일본의 KAGRA의 기여로 라스키는 수년 안에 이 목표에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슈미트는 “이것은 매우 특별한 예측이다.”며, “이것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흥미진진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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