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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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인상잡설 2021. 12. 9. 22:36
얼마 전 아주 재미있는 상황을 마주했다. 너무 뜬금없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과거 고통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던, 마치 인생에서 어떤 페이지가 넘어간 듯한 아주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혹시 교포는 아니죠?” 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을 맺고 있는 바로 이 한 문장이 나의 가슴 깊은 곳에 잠겨있던 울분과 설움, 고통과 애환을 표면 위로 솟구치게 만들었다. 물론 나는 교포가 아니다. 일본에서 몇 년간 지내긴 했었지만, 저 질문 속의 교포가 재일교포를 뜻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가 물었던 것은 놀랍게도 미국에서 왔냐는 것이었다. 나를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이라면, 그간 얼마나 영어라는 언어 하나로 고통받았는지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나의 모든 목표는 바로 이 외국어 실력 하나로 매번 좌절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