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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주아주 작은 세상에서 온 어린왕자 Part. 2
    과학 2011. 9. 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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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

    어린왕자가 말하는 프사이라는 곳은 크기가 매우 작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크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전자나 뮤온이나 타우, 파이온, 케이온, 에타, 양성자, 중성자 등과 같은 이름을 붙인 것들 말고도, 맛과 색깔까지 입힌 입자들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입자들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왕자가 살다 온 프라이라는 곳이 사실은 초끈이라고 믿는데 거기에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20세기 현대 물리학의 양대 산맥인 양자 역학과 일반 상대성이론은 넓은 범위의 길이 규모에서 평화롭게 공존해 왔었다. 이 두 이론은 일종의 양해 하에 서로 다른 길이 규모로 각각 양분하여, 각자가 지배적이 되는 영역에서 평화롭게 각자의 역할을 다 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반상대성이론은 별이나 은하와 같은 무겁고 커다란 대상을 다룰 때 중요하지만, 중력의 영향이 무척 작은 원자를 다룰 때에는 이 상대론적인 중력 효과를 무시할 수 있다. 대신 원자 범위에서는 양자역학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원자에 대해서는 고전 역학과 달리 양자역학의 예측이 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자역학과 일반상대성이론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지 못했는데, 이 두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는 플랑크 길이라고 알려진 100억x100억x100억 분의 1 cm 규모의 작은 영역에서는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불가능 했기 때문이다.

    그 후 몇 년 동안 물리학자들은 이 둘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이론으로 끈이론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초기 양자역학의 표준 방법을 적용한 양자역학적 끈이론은 빛 보다 빠른 속도를 가지는 타키온과, 페르미온 입자의 부제 그리고 26차원 공간이라는 문제에 직면했지만, 물리학자들은 몇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며 유별난 특성을 가진 새로운 이론이라는 신선함 때문에 한 동안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끈이론은 점근적 자유성이 발견되면서 많은 물리학자들은 끈이론을 포기했다.

    그러나 다행이도 사장될 것만 같았던 끈이론의 명성을 살릴만한 일이 일어났다. 한 동안 인기를 누렸지만 거의 무시당하고 있던 이 이론에 에드워드 위튼이란 이론적으로 위대한 과학자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끈이론은 다시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위튼이 끈이론에 참여한 이후에도 끈이론의 위기는 찾아왔지만, 그럴때 마다 등장했던 위튼의 발표 한 마디 한 마디 덕분에 끈이론은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끈이론은 마치 쿠테타 처럼 세상에 다시 등장했다. 당시 특이 할 만한 연구 주제나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가고 있던 와중에 위튼의 끈이론에 전념한다는 소식은 물리학자들을 요동치기 충분했고, 위튼이란 과학자가 이론의 전선에서 함께하고 있다면 적어도 혼자 비주류과학을 하는데 대한 부담과 쓸쓸함을 달랠 수 있었다.

    어른들은 다 이런 식이다.

    내가 끈이론에 대해 지나치게 자세히 설명하고 굳이 그 과정까지 설명하게 된 것은 다 어른들 때문이다.

    어른들은 결혼을 위해 맞선을 보게 된다면 정작 그 사람의 진짜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어떠한지, 그가 꽃을 좋아하는지, 어떤 놀이를 가장 좋아하는지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알려고 하는 법이 없다. 대신 그들이 궁금한 건 이런 것들이다. 그의 직업이 무엇인지, 그의 연봉은 얼마인지, 그 일을 얼마 동안 할 수 있는지 같은 것들에 대해 알아야 그의 진정한 가치와 능력에 대해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만약 어른들에게 “저는 성경을 읽고, 매일 아침 교회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를 드려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신앙심이 얼마나 깊은지 전혀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대신 어른들에게 “저는 교회에 매월 1억원씩 헌금합니다.”라고 하면 그제서야 얼마나 하나님에 대한 신상심이 깊은 기독교인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어린 왕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는 바로 이거예요. 그는 매력적이고, 잘 웃고, 고양이 한 마리를 가지고 싶어 했어요, 누군가 고양이를 원한다는 건 세상에 존재한다는 증거잖아요”라고 어른들에게 말한다면 그들은 당신을 곧 바로 어린애 취급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플라크 스케일 이하의 칼라비-야우 다양체 속에 존재하는 초끈에서 왔어요”라고 하면 어른들은 당신의 말을 믿을 것이다.

    어른들은 다 이런 식이다. 그렇다고 어른들을 나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우리들은 어른들에게 너그러움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주지 않으면 누가 이해해 주겠는가.


    06

    해가 저물고 밤이 되어서도 나는 비행기 수리를 그치지 않았다. 남은 물도 얼마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린왕자의 한 마디에 나는 정말 급한 비행기 수리를 잠시 멈추게 되었다.

    “아저씨 머리 위에 있는 달은 지금도 있다고 생각해?”

    나는 비행기 수리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개를 들어 달을 쳐다보진 않았다. 그런데 분명 달빛으로 나는 비행기를 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달이 있다고 어린왕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어린왕자에게서 정말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건 내가 지금 달을 보고 있기 때문이야”

    그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마 내가 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린왕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린왕자에게 그려준 고양이는 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냥 상자에 불과할 뿐이었고, 상자 속의 고양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나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도 다른 어른들과 비슷한 건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나도 나이를 먹고 있으니 말이다.


    07

    나는 비행기 수리를 잠시 그만두고 그와 좀 더 대화해 보기로 했다. 만일 내가 비행기 수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어린왕자는 나에게 무슨 심각한 의문이라도 생긴 듯이 갑자기 내게 고양이에 대해 물어왔으니 말이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 먹는다는데, 그게 사실일까?”

    “그럼, 사실이지”

    “와, 그럼 다행이네”

    나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왜 그리 중요한 일인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왕자는 계속 이야기했다.

    “말썽을 부리는 쥐가 한 마리 있는데, 나는 이 쥐를 잡을 수가 없거든. 나는 쥐의 위치와 운동상태를 동시에 알지 못해. 그래서 고양이가 있으면 이 말썽쟁이 쥐를 잡아주지 않을까 생각해서말이지”

    처음에 나는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훗날 어느 텔레비젼 방송에 나온 한 물리학자의 설명을 듣고서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물리학자의 설명에 의하면 세상의 운동하는 물체는 그 물체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이야기하며 친절하게 카메라의 예를 들어 설명해 주었다.

    빠르게 달리고 있는 자동차를 사진으로 찍으로 자동차가 흐리게 찍힐 것이다. 그런데 이 사진에서 흐려진 잔상의 길이와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를 알면 이 자동차의 현재 속도를 알 수 있지만, 사진이 흐려져서 자동차의 위치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를 좀더 빠르게 하여 자동차를 찍으면 잔상은 없어지고 또렸한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반대로 자동차의 현재 속도는 알 수 없게 된다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생기는 원인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는데, 이유는 우리가 자동차의 상태를 알려고 카메라라는 측정도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알려고 하면 실상은 좀더 애매해지는 모양이다.

    어린왕자가 걱정한 쥐는 그가 쥐를 찾으려고 하면 위치가 불명확해지기 때문에 고양이를 필요로 한것이었다. 당시 나는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해 어린왕자에게 다시 한번 물었더니 그는 나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상호 베타적인 것들은 서로 상보적이야, 이건 내가 걱정하고 있는 쥐의 위치나 운동량이 어떤지 같은 문제 뿐만 아니라, 사랑과 이성 그리고 본능에까지 적용되는 문제야”

    그리고 덧붙이기를, “사랑은 때로는 타자에 대한 집착이나, 타자를 구속시키는 서로 독백론적인 것을 추구하는데 결국 이렇게 상호관계성을 포기하면 파괴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어, 때문에 사랑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중요한 거야, 마치 대학의 낭만을 즐기는 것과 성적은 동시에 추구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나는 어린왕자의 이 말을 듣고 나도 한 마디 덧붙였다.

    “물리학을 추구하는 것과 연애를 추구하는 것은 그래서 서로 동시에 만족 될 수 없는 것이 구나”

    어린왕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p.s 후속편은 또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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