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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힉스입자에게 보내는 편지
    2013. 12. 12.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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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나?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 말이야. 


    아마 2년전 이맘 때였을 꺼야.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한 한적한 마을에서 널 기다리고 있을 때 너의 얼굴을 살짝 보았던게 내가 널 처음 봤던 그 모습이었어. 넌 내게 결코 너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 스쳐지나갔던 그녀가 바로 너였다는 것을 곧 바로 알아볼 수 있었지. 그때 너와 마주쳤던 그 눈 빛은 날 설레이게 만들기 충분했어. 난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해. 그래서 난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라도 널 찾기로 마음 먹었고, 지금 이렇게 너와 만날 수 있게 되었지.


    어떻게 널 찾을 수 있었는지 궁금할꺼야. 하지만 넌 이런 의문을 품을 이유가 없어. 이 세상은 이미 너의 존재감으로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지 때문이지. 무슨 소리냐구? 


    사람들은 저마다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지. 만약  이 사람들을 뒤에서 밀 때 몸무게가 없다면 이 사람들은 모두 빛의 속도로 움직여 살아남지 못하게 될꺼야. 하지만 몸무게가 있기 때문에 이 힘에 저항하고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살아 있을 수 있지. 오래전에 아인슈타인이라는 아저씨가 이 사람들의 몸무게에 대해서 재미난 이야기해준 적이 있어. 강력이라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몸무게는 모두 에너지와 바꿔 쓸 수 있다는 거야. 그런데 우리는 이 강력이란 마을에 살고 있지 않잖아? 그런데 우리는 몸무게를 가지고 있어. 강력 마을에 살고 있지 않지만 말이야.


    그래서 널 찾아 나서게 된거야. 너의 존재감만이 우리 모두에게 몸무게를 만들어 줄 수 있었거든. 널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웠어. 부끄러움이 많아서였는지 모습을 잘 드러내지도 않았고, 한번 얼굴을 비췄을때 조차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그녀가 정말 너 였는지는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어. 그런데 난 너에 대한 아주 중요한 신체 비밀 하나를 알아냈지. 그것은 바로 너의 몸무게였어.


    내가 너의 몸무게를 알아 냈다고 이야기 하니 무척이나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난 그만큼 널 찾아 내고 싶었어. 2년 전 이맘때 지구 끝까지 쫒아가서라도 널 찾고 말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이후로 말이야.

    많은 사람들은 너의 존재감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에 따라 몸무게가 결정되지. 너의 존재감은 세상 곳곳에 끈적한 액체처럼 퍼져있어서 이 액체를 지나갈 때 액체가 몸에 많이 묻게되면 몸무게가 커지고, 덜 묻으면 몸무게가 작아지는 식이지. 그런데 광자 같은 어린 녀석은 아직 너의 존재를 느끼지 못하는지 옷에 한 방울 붇히지 않고 빛의 속력으로 돌아다니고 있어.


    너의 그 흘러넘치는 존재감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내가 본 그녀의 모습이 정말 너였더라면, 너의 그 존재감에 어떤 에너지를 넣어 강하게 자극하면 너가 나타나게 될 것이라 난 기대했어. 그래서 난 너에 대한 정보를 두 발로 뛰어다니며 수소문 해가며 찾아 나섰지. 그러다가 난 한 가지 확신을 얻을 수 있었어. 만엳 너가 다른 사람들에게 몸무게를 아무 모순 없이 만들어 주기 위해선, 너의 몸무게가 114기가전자볼트보다 무겁거나 140기가전자볼트 보단 가벼울 것이라는 확신을 말이야.


    나의 노력은 결국 헛되지 않았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만나게 된것도 바로 이런 노력의 결과였겠지. 난 아직도 너의 모습을 잊지 못해. 잠시 스쳐지나갔던 2년전 겨울이 아니라, 올해 3월에 너를 발견했던 그 순간 말이야. 너와 닮은 다른 사람을 너로 착각했을 확률은 170만분의 1 미만이었지. 그리고 나의 예측도 정확했어. 두 달전에 알게된 너의 정확한 몸무게는 125기가전자볼트 였지.


    우리는 이렇게 만나게 되었어. 이제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겠지. 다음에 다시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난 너무나 가슴이 설레이고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어. 빨리 너와 만나고 싶어.



    추신. 친구 녀석이 너의 친구인 암흑물질이라는 분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음에 만날때 소개 시켜줄 수 있을까?



    - 어느 골방의 한 구석에서 놈팽이 물리학도가



    이것이 힉스다 - 8점
    리사 랜들 지음, 이강영 외 옮김/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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