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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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져 흩어진 마음의 껍데기책 2018. 9. 4. 20:03
위로를 얻고자 했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이 차가운 얼음 아래서 꿈틀거리는 물고기들의 외침처럼 들린다. 그가 겪었을 우울함과 절망감, 무력감을 알아채고 마주하여 서서히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기 보다는, 응어리진 마음이 빚은 그 얇은 껍데기 만이 이 곡에 남겨져 있는것만 같다. 변함없이 달려온 우리의 삶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틀과 정치적 외양 사이에서 ‘자로 잴 수 없는 것을 위한 잴수 없는 자’를 통해 가치와 개성을 거세 당하며 비본질적인 것에 의탁 하기를 강요받아왔다. 무수한 의견과 기치의 대립은 여론이라는 이름의 허깨비에 의해 일방적으로 뭉개어지고, 다시한번 모든 것을 경제의 논리와 틀 속으로 가두어 경제 최우선을 외쳐댄다. 자발적 성찰과 경험 마저도 완제품으로 제공되는 대량생산품의 부속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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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의 권리; 사회계약론책 2014. 5. 31. 02:00
베토멘 교향곡 3번 2악장, 장송 행진곡이 구슬프게 들린다. 나폴레옹이 황제로 즉위 했다는 소식을 들은 베토벤의 실의와 좌절이 담긴 이 곡이 어느때 보다도 더 구슬프게 가슴에 닿아 흔들린다.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만 붙은 북쪽의 어떤 나라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했다며 연일 자랑을 하던 남쪽의 어느 나라가 서로 달라보이지 않는다. 원리와 원칙, 개념과 철학이 없는 메아리들만이 울려퍼지고, 헌법이 보장하고 민주정체가 보장하는 시민의 권리는 묵살되며, 권력자의 보위를 각 개인 스스로가 책임지며 변호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다른 누구보다도 노예에 가까우면서도 자신들이 주인이라 믿고, 자신들이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누구보다도 노예라고 생각하는' 이들 앞에서 헌법에 적힌 각 조항들과 민주주의라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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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를 울부 짖으며...사념 2013. 12. 14. 08:00
얼마전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있다. 천원 지폐에 있는 퇴계이황과 오천원 지폐에 있는 율곡 이이의 인물 도안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 이유가 흥미로웠는데 성리학의 핵심적 내용인 충과 효로부터 국민에게 복종을 강요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효’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릴적부터 듣고 자랐을지 모를 ‘부모에게 허벅지 살이라도 잘라 줄 정도의’라는 수식어가 아닐까? 효로 상징되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도라는 개념은 오직 동양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서구권에선 이 효도를 'filial piety'라고 번역하고 있다. 직역하면 자식의 경건함이라는 다소 이상한 의미의 말이된다. 자식의 경건함이란 무슨 의미인가? 그들은 왜 효도를 경건함으로 표현한 것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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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민주주의를 위해책 2013. 10. 22. 23:08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은 보통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과학기술정책은 이러한 원칙에서 중대한 예외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은 분명 모든 시민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상은 수많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해서 재형성되고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정책은 관례적으로 기업, 군대, 대학이라는 단 세 개 집단의 대표에 의해서 그 틀이 정해지고 있다. (Sclovd, 1998; Dickson, 1984/1988) 일반적인 통념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상황이 빚어진 이유는 비전문가들이 복잡한 기술적 사안들에 관해 논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데 있다. VCR의 예약녹화도 못하는 시민들이 복잡한 과학적, 산업적 쟁점들에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