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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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3)잡설 2016. 9. 18. 16:40
각종 저서나 기고 글들을 보면 다양한 과학자들이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가지고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고, 논평 하며, 또 대화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언젠가 나도 그러한 과학자를 동경하며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의견을 접하면서, 부족하지만 글을 통해 생각들을 정리해 나갔었다. 이 역시 과학을 공부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었기에 다른 시간과 잠을 쪼개가며, 언젠가는 나도 동경해왔던 과학자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품어 왔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축적된 경험과 피부로 맞닿은 현실은 이 같은 꿈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허황 되기만 한 것인지를 빠른 속도로 증명해 내고만 있을 뿐이었으며, 다른 검증방법을 아무리 도입해 보아도 그것은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한 허상임이 드러날 뿐이었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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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 프로를 지르다잡설 2016. 7. 26. 01:17
맥북 프로 질렀습니다. 9월에 새로운 맥북프로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출시될 예정인데 이 시점에서 15년형 맥북 프로를 지르고 말았습니다. 신형이 탐나긴 하지만 유출된 프레임 사진을 보면 SD카드 슬롯과 HDMI 단자를 비롯한 USB 단자가 모두 사라지고 USB-C 4개만 달려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급히 재고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보정을 하려면 SD 카드 슬롯이 필수이고, 외장하드 6개 중에 USB-C 를 지원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만약 사게 된다면 2.5만원 짜리 USB-C to USB-A 어뎁터를 추가로 구매해야하고, 당연히 비싼 가격일 USB-C to SDcard slot 어뎁터도 사야 할 것이고, 프로젝터에 연결하려면 미니DP 어뎁터가 아닌 새로운 어뎁터를 또 구매해야하고, 만약 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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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즐겨 듣는 클래식 음악들잡설 2016. 7. 1. 21:18
지루한 회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깜빡 잠이든 배두한씨는 바닥에 팬을 떨어뜨리고 만다. 팬을 줍기 위해 테이블 아래로 고개를 숙이자 테이블 위에서 보던 정적이고 지루한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 펼쳐진다. 테이블 위에서는 일상에 젖어, 피로에 젖어, 입맛도 의욕도 잃은 사람들의 무심한 표정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테이블 아래에서는 빠르게 전진하는 바이올린의 소리처럼 화려한 발동작들로 가득하고, 이윽고 먹구름을 몰고 와 비를 퍼붓는 장마철 폭우처럼, 시원한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모두가 잘 아는 박카스 광고의 한 장면이다. 이 광고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용현씨는 이 광고의 아이디어를 치과에서 얻었다고 한다. 치과 진료 중에 우연히 흘러나오던 음악을 듣다가 계속 같은 부분에서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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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2)잡설 2016. 6. 12. 17:46
피카소의 그림은 대부분이 졸작이고 그 중 극히 일부가 대작으로 평가 받고 있듯이, 대작은 습작으로 부터 나오고, 습작은 졸작으로 부터 나오기에 졸작을 쓰자는 말을 예전에 블로그에서 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약 두 달 정도 여유로운 시간이 생겨서 매일 차와 커피를 맛 보며 종일 책만 읽는 신선노름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그동안 리스트에만 올려두고 읽지 못했던 책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오랜만에 블로그를 재개하였다. 당시의 말 처럼 졸작을 쓰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지만, 빈약한 논증과 허약한 내용들로 점철된 똥들 만이 배출되었다. 글을 통해 그 사람의 사고와 논리, 지식의 깊이 즉,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오래전 한 드라마에서 유행한 대사처럼 똥덩어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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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잡설 2016. 6. 1. 17:53
수 개월 전의 일이다. 물리학을 좋아하고, 그래서 계속해서 물리학을 공부 해 나가고자 하지만, 나 개인의 지적 성취가 과학 이라는 전체 지식의 틀 내에서 과연 유의미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 것이다. 인류 지식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진 못하더라고, 그 과정에 참여하여 작은 진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 한 것일까?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면, 내가 과학을 위해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일까? 과학은 이제 한 명의 위대한 과학자 개인에 의해 발전되고 성취되는 학문이 아니게 되었다. 최신 입자 물리학 논문엔 수 백 명의 과학자들의 이름이 저자 명단에 오르고, 거대한 실험 장비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며, 장기적인 투자와 큰 비용의 투자를 필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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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있는 꿀잼 소설잡설 2015. 9. 2. 21:27
블로그 안하려고 안하는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블로그도 뜸해지고, 그나마도 가끔씩 번역 글 올리는게 고작이라 이 블로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사실 궁금해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근황이나 써 볼 겸, 여차저차 그냥 몇 자 끄적여 보고 싶어서 포스팅 해 봅니다. 요즘 모두가 그러하듯이 되는 것도 없고, 될 것도 안되는 일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의욕도 의지도 다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우울해 하고 앉아 있을 순 없으니, 최소한의 맨탈이라도 부여잡고자 해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 찍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큰 맘 먹고 렌즈도 하나 새로 사니, 달라진 사진의 질에 사진찍는 재미도 쏠쏠하게 느끼는 중입니다. 그러다가 책 한 권을 사게 되었습니다. 항상 재미 없는 책만 읽다가, 오늘은 무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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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패배자...잡설 2015. 4. 21. 03:44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다니기 시작해서 중학교 2학년 무렵까지 다니던 학원이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서 건널목 하나만 건너면 있던 학원 단지에는 언제나 학생들로 붐볐고, 그 중에서 내가 다녔던 학원은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려던 곳이었다. 당시 수학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내가 수학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고, 공부 안하고 놀다가 몽둥이로 맞기도 했고,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친구가 되기도 하며 그렇게 1년 넘게 학원을 다니고 있었을 때 학원엔 조그만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학생들로 붐비기만 했던 4층짜리 학원 건물에 학생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몇 개의 반으로 나뉘었던 반은 눈에 띄게 한 개의 반이나, 두 개의 반으로 통합되기 시작했고, 수 많은 강의실은 수업용이 아닌 자습을 위한 공간으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