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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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 집착할 때잡설 2018. 9. 6. 15:35
참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 시키지도 않았고, 기다리지도 않고, 찾지도 않으며, 읽지도 않고, 돈이 되는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 글을 써야한다는 이상한 집착에 빠지는 일 말이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이 구름처럼 흩뿌려져 있음에도 그것을 완성된 글로 써내려 가야만 한다거나, 읽었던 책들에 대한 서평을 빼놓지 않고 모두 써야만 한다거나, 어떤 핵심적 담론을 서술 해야만 한다는 집착과 압박에 가끔씩 사로잡힌다. 독서량과 필력과 지력의 부족함을 망각하고 이 강박에 휘말려들면 누군가의 글과 문장을 그대로 표절하거나 괴변만을 늘어놓고 모호한 논리를 읊조리는 오물만 배설하게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번 이 하찮은 집착에 빠지고 또 빠진다. 깜박이는 커서를 보며 글에 대한 이런 하찮은 고민과 허기가 차 들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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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일기장에... (4)잡설 2018. 8. 22. 15:36
산들산들 부른 바람과 함께 숲길을 걷고 있는 야옹이 형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야옹이 형은 정말 꽃과 새와 바람과 달을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나가다 발견한 카르도소 나무를 봐도 재미있다고 말하고, 항상 크레페오 크레페오 하고 우는 코레키오 새를 보고도 재미있다고 한다. 해변에 휘몰아치는 센 바람에도, 시들시들 절정에 달한 시오시오 꽃을 보면서도, 시간이 흐르며 변해가는 달도, 물웅덩이 위로 떨어진 달도 야옹이 형에게는 모두 재미있다. 그런데 보노보노에게는 이 모든게 별로 재미가 없었나 보다. “별로 재미없어요”“그러냐? 나는 재미있었는데.” 그리고 보노보노는 다시 야옹이 형에게 묻는다. “뭐가 재미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러자 야옹이 형은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혼잣말 하듯 말을 잇는다. “그러냐?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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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투명하는 모습?잡설 2018. 8. 17. 02:00
이 블로그를 제3자가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문득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무지개 빛깔을 드러내고, 홀로그램 렌즈를 통과한 레이저가 멋진 환영을 투영해 내는 것 처럼, 이 블로그 역시 어떠한 형상을 투영해 낼 것이다. 선택한 글의 주제와 글의 전개 방식, 글의 호흡, 템포, 맥락, 태도 그리고 빈번히 발견되는 수 많은 오탈자들과, 사용하는 어휘, 자주 인용하는 문장, 저서, 저자 등에 이르기까지, 이 블로그의 특징과 성격 그리고 그 주인을 투영해 내기에 재료는 이미 충분한것 같다. 중이 제머리는 못깍듯이, 이 재료들을 스스로가 보고 객관화 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객관화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하지는 않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는, 변방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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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로 빠져들면서...잡설 2017. 11. 14. 18:08
「내 비밀은 이건데 아주 간단한 거야. 마음으로 볼 때만 분명히 볼 수 있는 거란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지.」 [어린왕자, 21장] 여우의 말에 어린왕자는 잊지 않으려고 따라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라고. 그리고 여우는 어린왕자가 두고온 장미에 대해 잊지 않아야 한다고, 잘 돌봐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시 어린왕자는 잊지 않기 위에 여우의 말을 따라한다. “장미를 돌봐 주어야 한다.” 라고. 여우의 말을 들은 어린왕자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는 왜 여우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다시 한번 되풀이 했을까? 홀로 남은 장미는 어린왕자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린왕자의 마음에 기대어, 여우의 가슴을 빌려, 장미의 쓸쓸함을 떠올리며 그 내면의 무엇인지 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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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 Sierra 업데이트 후 'Disk Password' 문제 해결법잡설 2017. 9. 27. 20:12
한국 시간으로 26일 새벽, 애플의 새로운 MAC OS인 High Sierra 가 공개되고 난뒤 업데이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업데이트에 시간이 오려 걸려서 우선 클라이언트만 받아 두고 그날 밤 설치 버튼을 누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컴퓨터를 확인해 보니, 사용자 로그인 창에 'Disk Password' 라는 사용자가 만들어져있고, 사용자 계정 비번이며, Filevault 비번, iCloud 비번 등등 모든 비밀번호가 먹통인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컴퓨터를 당장 써야하는데 매우 남감하고 황당해서 한참을 비번 입력만을 되풀이하고 앉아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High Sierra 가 기존의 하드디스크 포맷인 HSF+ 에서 APFS 로 변경하면서 생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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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토론회를 시도하며잡설 2017. 9. 24. 07:25
저녁 식사 후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던 어느날 저녁 날, 가벼운 잡담 속에서 책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머릿속에서 ‘독서 토론회’라는 단어가 순간 스쳐 지나갔다. 오랫동안 이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순간, 운영 방법과 계획, 책 목록, 홍보 방법, 홍보물 디자인 까지를 일순간에 그리고 나도 모르게 쏟아 내고 있었다. 마주 앉은 친구는 가벼운 잡담 속에서 이렇게 진지한 반응을 보이니 진담인지 농담인지 헷갈려 하며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그냥 한 번 해보기로 결심하고 동참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그리고 급작스럽게 교내에서 독서 토론회 라는 것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떤 주제에 관한 책을 읽고 서로의 의견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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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와 글쓰기잡설 2017. 3. 5. 22:47
블로그를 시작한지 9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과학 지식을 쉽게 설명하고 전파 하겠다는 목적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점차 글을 써 나가며 과학사회학과 과학사, 과학철학 등으로 관심사가 옮겨지면서 다루는 주제와 목적도 함께 바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안그래도 인기가 없었던 과학이라는 주제의 블로그는 더욱더 인기가 없어 졌지만, 그래도 그동안 블로그를 계속 해 왔던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글쓰기의 재미 때문 이었지 않았나 생각된다. 글쓰기의 소질이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블로그에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의견을 교류해 나가는 것이, 글쓰기 자체의 소질이나 실력을 넘어서 어떠한 재미로 다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최근엔 시간의 문제 때문에 블로그에 포스팅을 거의 하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