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물리학과에 전해져 내려오는 오랜 농담이 하나 있다. 물리학과 학생이라는 누구나 배우는 ‘수리물리학’이라는 과목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술이 물리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물리학과 출신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면 종종 이런 썰렁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왜 다 같이 수리물리학을 배웠는데 술을 마시지 않느냐”고.


내가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주량을 가늠해 볼 수 있었던 계기는 대부분이 그렇듯이 대학교 신입생 OT 였다. 수업이 끝나고 단체로 끌려 가듯이 따라간 술집에 앉아 무작정 따라지는 술을 쉴새없이 마셨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내가 의외로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을 알고는 종종 술을 즐겨 마시게 된 것이다.


맛을 느낀다는 것은 단순히 혀의 미감 기관에서 전해져오는 단맛과 짠맛, 신만, 쓴맛의 조화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음식이라도 누구와 함께 먹는냐에 따라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른채 먹게 될 만큼 분위기와 자리에 의존할 수도 있고, 코로부터 느껴지는 음식의 미묘한 향에 따라 다를 수도, 글루탐산이나 이노신산, 구아닐산의 농도에 따라 느끼는 맛이 달라질수도 있는 복잡 미묘한 감각인 것이다.


음식이 가진 그런 복잡 미묘한 맛을 모두 느끼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 종류의 음식을 오랜 기간동안 자주 즐기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곤 한다. 대표적으로 차와 커피가 그렇다.


처음 녹차를 마셨을 때는 강한 쓴맛에 굳이 찾아서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오랜기간 자주 마시다보니, 잎의 종류와 수확 시기, 그리고 차를 우려내는 물의 온도와 물의 종류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된것이다. 커피도 그랬다. 믹스 커피에 끓는 물을 넣어 대충 마시거나, 아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서 마시다가, 어느새 가게마다 다른 미묘한 맛의 차이나 향, 원두의 차이 등이 알게 모르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엔 술도 예외가 아니다. 처음엔 순수한 알코올 섭취의 목적으로 소주나 소맥을 즐겨 마시다가, 이제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즐기고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자주 마시는 녹차는 하동 우전 녹차가 되었고, 커피는 케냐AA와 에티오피아 에가체프, 맥주는 대표적인 밀맥주인 바이엘스테판이이 되었다.


‘수리물리학’이기 때문에 이 카테고리는 술에 관한 이야기를 가끔씩 써 보려고 한다. 마셔본 술에 관한 짧은 감상과 느낌, 어울리는 안주에 관한 소개를 해 보기도 하고, 직접만든 요리 자랑을 할지도 모를, 그런 기록들을 해보려고 한다.


이제 수리물리학 공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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