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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과학문화 그 현재와 미래
    2016. 6. 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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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 라는 단어로부터 붉은 색의 둥글고 꼭지에 푸른 잎사귀 하나가 붙어 있는 과일을 떠올려 내듯이, 인간의 언어는 대상의 추상화 된 이미지로부터 대상을 인지하고 또 인식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규정화 되고 규격화된 대상의 이미지는 인식 과정에서 그렇지 않은 것을 배제하여 관념화 시키기도 한다. 


    ‘오타쿠'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폐쇄적이고 개별적인 부정적 이미지로부터 그 문화를 향유하는 개인들의 행동을 일반적이지 않은 타자화 된 B급 문화로 인식하듯, 특정 문화를 지칭하는 지칭어의 일반의 이미지는 그 문화를 서술하고 인식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문화에 대한 서술은, 그 문화를 향유하고 있거나 그 문화에 관여하고 있는 집단이 가진 이미지와 그 문화와 관계되지 않은 일반 대중이 가진 추상적 이미지로 이분화 될 수 있으며, 이렇게 양분화된 이미지는 서로 상이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어느 일반이 다른 일반을 이끌어 나가거나 규정 혹은 배제 시킬 수도 있다.


    ‘과학’ 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가 ‘어려움’, ‘복잡함’, ‘수학’, ‘이과’, ‘공대’ 등이라면 과학 종사자들이 가진 이미지나 과학의 실제 모습과는 무관하게, 과학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자연스럽게 추상화 된 앞선 이미지들이 갖는 느낌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한국의 과학문화’는 과학에 대한 대중이 가진 추상적 이미지에 의해 규정되며 또 서술 되어질 것이다.


    현대 사회를 과학 문명 사회라고 부를 수 있다면, 그만큼 과학이 현대 사회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덕분에 과학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분리될 수 없는 대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GMO 문제와 광우병 문제, 생명 복제 문제, 원자력 발전소 문제, 핵폐기물 처리장 문제 등 그 호불호와는 무관하게 과학의 영향 아래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현실에서 우리는 과학에 대해 얼마나 자세하게 알고 있고 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가 중요한 질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대 사회가 과학과 불가분의 관계라면 이것을 인지하고 만일의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이를 통제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학 문화’ 라고 서술되는 문화의 모습은, 대중 일반이 과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과학에 대한 불편하고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낸 과학적으로 계몽화된 대중의 모습을 그리는 것일 수 있는가?


    당연히 그럴 수 없다. 과학은 배이컨의 꿈을 마침내 실현하려는 것과 같이, 기술적 응용과 결합하며 20세기 이후 빠르게 성장해 왔다. 때문에 과학계 바깥에서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과학에 대한 인식은, 이런 급격한 과학 발전이 기술의 발전을 함께 선도하는 모습을 실생활을 통해 체감화 하게 되면서, 과학은 기술적 응용의 가치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과학의 발전은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실용적인 관점에서 유용하다고 느껴지는 과학이 그렇지 않은 과학에 비해 더 많은 지원금을 받고, 더 많은 연구 성과와 혜택을 받으면서 과학은 자연스럽게 기술 개발을 위한 한 과정으로 인식되었다. 덕분에 순수 과학에 대한 국가나 단체의 지원 역시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GPS를 개발하고 핵폭탄을 개발 할 수 있었듯이, 현재는 난해해 보이는 연구조차 향후엔 엄청난 산업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혹은 노벨상 수상이라는 국의선양이나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지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시각에서 대중의 과학 문화는 다분히 기술 중심적이고 도구적이며 어렵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다. 문화가 대중이 지닌 인식과 시각으로부터 규정되는 것이라면, 왜 여전히 ‘과학 문화’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가? 목적은 무엇인가? 바람직한 과학 문화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인가? 한국의 과학 문화가 이상으로 고려하는 과학 문화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가? 그렇다면 그 이상적인 과학 문화란 과연 무엇인가?


    인류학적 분석 방법에 따르면 문화의 우열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대신 그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존속 되고 있는지의 논의와 분석은 가치 있다. 그러한 관점에서 한국의 과학 문화가 과학 혁명을 촉발 시켰던 서구 문화권에 비해 대단히 도구 중심적이고 기술 응용 중심적 사고를 갖고 있는 데 대한 분석과 연구는 가능할 수 있지만, 나아가야 할 이상적 목표로서의 문화를 논의하는 것은 때문에 부적절하다.


    ‘한국의 과학문화 - 그 현대와 미래’는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과학에 대한 인식과 그 도구중심적 문화가 어디에서 기인했으며, 교육을 통해 어떻게 강화되고 또 흐트러질 수 없는 강력한 관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매우 날카로우면서도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한국 대중의 과학 지식에 대한 습득과 이해는 황우석 사건 당시의 줄기세포에 대한 대중의 논의와 인터스텔라 열풍이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결코 지적으로 열등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과학에 대해 과학문화가 결핍되었다고 불리는 것은 전국의 과학관이 부족하고, 과학 예능 프로그램이나 과학 문화 매체, 대학 교육의 부제로 인한 과학 상식의 결핍이나 과학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하기 이전에 보다 근본적으로, 대중 심지어 당사자인 과학자 자신의 참여 폭마저 제한하는 민주주의 정치 제도적 한계와 과학-기술인에 대한 낮은 경제적 사회적 처우 그리고 극심한 단기 성과주의식 경쟁 환경 하의 입시 교육이 보다 깊은 관계를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과학과 현대 사회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과학-기술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으로 환원되는 사회가 현실이라면 과학의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위한 국가적 혹은 사회적 노력은 필수적일 것이다. 그 방안으로서 과학 문화가 논의되고 있으며, 앞서 언급된 문제점들을 해소하고 한국의 과학이 기술로서의 과학이 아닌 과학으로서의 발전이 지속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다채로운 논의를 담은 논문들을 이 책으로 엮어냈다.



    한국의 과학문화 - 8점
    김문조 외 지음/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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