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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주의를 울부 짖으며...
    사념 2013. 12. 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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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있다. 천원 지폐에 있는 퇴계이황과 오천원 지폐에 있는 율곡 이이의 인물 도안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 이유가 흥미로웠는데 성리학의 핵심적 내용인 충과 효로부터 국민에게 복종을 강요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여기서 말하는 ‘효’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릴적부터 듣고 자랐을지 모를 ‘부모에게 허벅지 살이라도 잘라 줄 정도의’라는 수식어가 아닐까?


    효로 상징되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효도라는 개념은 오직 동양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서구권에선 이 효도를 'filial piety'라고 번역하고 있다. 직역하면 자식의 경건함이라는 다소 이상한 의미의 말이된다. 자식의 경건함이란 무슨 의미인가? 그들은 왜 효도를 경건함으로 표현한 것인가? 이 관점에서 보면 역시 효도라는 것은 부모라는 절대 권력자에 대한 자식의 절대복종과 허벅지 살이라도 잘라 준다는 의미의 자해적 규범 윤리를 상징하는 것 아니겠는가.


    공자는 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효라는 것은 사람의 뜻을 잘 계승하며, 사람의 일을 잘 전술하는 것이다.” 효는 그의 말처럼 강자에 대한 약자의 절대적 맹세와 복종의 의미가 아닌, 선대의 뜻과 문화, 가치를 계승하고 전승하는 행위를 통칭하는 예의범주의 윤리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할 것이다. 


    동양의 문화적 전통과 가치는 바로 이러한 유교적 가치 속에 내제되어있는 것이다. 우리가 효의 의미를 설명하며 자해적 규범 윤리를 설파당하는데 이유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는 유교적 문화의 전통으로부터 이미 효의 의미를 이해하고 또 실천하고 있다.


    공자가서 17편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적혀있다. “사람의 도는 정치에 민감하게 나타나고, 땅의 도는 나무에 민감하게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신과 야수는 정치사회를 만들지 않는다고 한 지적은 인간과 정치, 인간과 권력의 관계를 적절히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공자가서의 이 구절을 이렇게 풀이 해 볼 수 있다. 사회와 국민이 바로 서 있다면 바른 정치가 나타날 것이고, 바른 정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곧, 그 사회가 국민이 바로 서 있지 않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토지제도가 파괴된 이후에 힘 있는 사람들이 겸병하여 부자는 땅이 더욱 불어나고 가난한 자는 송곳을 꽂을 땅도 없다. 가난한 자는 부자의 토지를 빌려 경작하고 일 년 내내 고생해도 먹을 것이 부족하고, 부자는 편안히 앉아 소작인을 부려 그 수립의 태반을 먹는다. 국가는 아무 대책 없이 바로보고 있을 뿐, 그 세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백성은 더욱 고생하고 국가는 더욱 가난해진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온갖 불법으로 땅과 백성들을 집어삼키고, 사법정의는 없어진지 오래다. 국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해야할 최소한의 역할인 백성의 생명 유지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국가는 세금조차 제대로 걷지 못했고, 재정이 없으니 백성에 대한 복지는 불가능에 가깝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도전이 무너져가던 고려왕조의 모습을 표현한 ‘조선경국전’의 한 구절이다. 그러나 이 모습은 마치, 만연한 정치적 부패와 경제, 사회적 불평등의 증대, 사회적 불신과 정치적 제도의 낮은 신뢰수준을 보이는 오늘날 한국의 상황을 보는 것만 같다.


    정도전의 개탄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정도전을 개탄하게 했을까? 이것은 군부독재가 우리에게 심어온 충과 효의 의미에 대한 이유 모를 그 불편함과 무관하지 않다.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처럼 정치적인 인간이며 또 공자의 말처럼 정치적으로 이루어져있다.


    우리는 지금 왜 민주주의를 다시금 외치고 있는 것인가.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룩했음을 자랑으로 여김에도 우리는 왜 여전히 민주주의를 부르짓고 있는 것인가. 아마 당시 정도전의 개탄도 우리와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효와 충에 대해 이해하고 무의식 중에 실천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 유교적 전통이 바탕에 되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도전이 개탄했던, 조선을 건국하며 추구하고자 했던 나라의 모습도 우리의 유교 전통을 지키고자 했던것 아니었겠는가.


    유교에서 정치의 근본은 민民이다. 그리고 권력은 이곳에서 출발하고, 통치자가 민심을 잃으면 다른 덕德이 있는 사람에데 권력이 넘어간다. 맹자에 있는 이 사상은 정도전이 새로운 왕조를 세우는데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 민民 가운데 사士가 등장하여 또 관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정치의 근본은 민民이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의 상은 바로 이런 모습이다.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더더욱 울부짓고 또 개탄한다. 

    그래서 더욱 안녕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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