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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쳐지나간 책들에 대한 짧은 소감
    2021. 12. 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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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의 유서

     

    소피의 세계로 유명한 요슈타인 가아더의 신작 소설이다. 소피의 세계는 학부시절 서양철학을 공부하며 읽었던 책 중에서, 소설 형식으로 철학자들의 철학과 개념들을 알기쉽게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책 중 하나이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이야기 속에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곱씹고 생각하며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마지막 챕터로 포함되어 있는 강신주 박사의 해설을 읽고 책을 집어던지고 말았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곱씹고 해석하고 즐기는 재미를, 해설 챕터 하나로 말살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부분은 밤의 유서를 해석하는 방법에 유일한 정답을 제시하고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이 책에 어떤 심오한 철학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홍보 해야만 한다는 출판사의 강박이 만들어낸 결과라 생각된다. 매우 유감이다.

     

    밤의 유서 - 8점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손화수 옮김/알에이치코리아(RHK)

     

    # 암호수학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책으로, 책의 상태도 좋지 않고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표지 디자인으로 떨떠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암호를 다루고 있다는 지점에 흥미를 느껴 구매한 책이다. 이 책은 암호화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과 방법을 재미있는 놀이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해준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 그런지 단숨에 읽어 내려 갈 정도로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최신 암호화 기법까지 다루지는 않지만, 현재 우리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공개키 암호화 방식의 원리와 복호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암호 수학 - 8점
    자넷 베시너.베라 플리스 지음, 오혜정 옮김/Gbrain(지브레인)

     

    # Until the end of time

     

    물리학과 동기들을 만나면 금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물리학과에 오게 만든 원흉이 된, 소위 허파에 바람 넣는 책들을 우리는 금서라 부른다. 그 중 대표적인 책이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이다. 우리는 그렇게 물리학에 관한 부푼 꿈과 환상을 안고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만 것이다.

     

    그런 그가 최근 새로운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엔트로피의 개념으로 우주의 탄생에서부터  인간 정신의 탄생, 문명의 탄생과 산업혁명, 인간의 지성 까지의 방대한 서사를 다룬다. 열역학 제2법칙 하나로 이 방대한 서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가 또 다른 금서를 쓴것은 아닌가 하는 재미있는 기대와 상상을 곁들여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겨 나갔다. 그리고 그 결론은, ‘이 양반 약은 정말 잘 팔아!’ 였다. 

     

    나도 언젠가 이런 문장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올까?

     

     

    # Invisible women

     

    여름철 실내 적정온도의 기준은 누가 무엇을 기반으로 만든 것일까? 스마트폰의 크기는 누구의 손 크기에 맞춰진 크기일까? 교통 안전 규정은 어떤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준일까? 이 모든 질문들은 평소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의 크기는 내 속에 딱 맞고, 여름철 실내 온도 규정을 지켜 냉방을 하더라도 춥지도 덥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기준은 보편평등하지 않다. 현재 인류가 만들고 제시하고 있는 대부분의 규격과 표준들은 백인 남성들의 평균 신체에 맞춰 만들어진 기준이다. 여기에 여성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그것을 평가할 데이터 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그 데이터에 관한 이야기다. 남성에 맞춰 디자인된 세계에서, 여성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함을 데이터를 통해 드러낸다. 저자가 제시하는 모든 데이터와 기준, 현상, 주장에 동의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통계 속에 ‘보이지 않는 여성들’에 관한 문제는 앞으로 인류가 해결 해 나가야만 할 숙제임을 직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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