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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2021. 10. 1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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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고귀한 자아를 형성하고, 그것을 세상으로부터 널리 인정받기 위한 욕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우아하게 실현할 수 있는 개인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권력을 지닌 극소수에 지나지 않기에, 우리들 대부분은 집단을 형성하여,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의 이익을 통한 자아 실현을 꿈꾼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공통체의 성공과 안정을 위해 열과 성을 바치며, 사회 전체의 해악이 될 지 모르는 일 조차 공동체를 위해서라면 사회적 도덕성 마져 쉽게 내던져 버리곤 한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그 시세 차익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이들에 대해,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과 연민을 이유로 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며, 법적 제도 개선을 요구 하는 모습에서 개인은 이타적이며 도덕적이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집과 지역 부동산 가치의 상승을 위해 제도 개선을 반대하고, 장애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모습에서, 집단은 이기적이며 비도덕적이다.

     

    공동체는 가족에서부터 직장, 지역, 국가, 인종, 종교, 경제 계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모든 공동체는 사회적 혹은 경제적 영향력에 따라 그 층위를 구성하며, 사회 체계 내에서의 힘의 불균형을 유지한다. 이들 층위에서 상대적 소수파에 해당하는 이들은, 최상위 층위를 구성하는 엘리트에 의한 불합리를 민주주의의 원리를 통해 극복 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하지만, 집단의 야만성과 낙관주의에 의해 쉽게 좌절되고 만다. 

     

    왜냐하면,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에 대해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개인의 이 작은 낙관과 충동적 요소들로 결합된 공동체 역시, 사회에 속한 그들의 층위를 뒤집을 수 있거나 혹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환상을 끊임없이 양산해 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상은 끊임 없이 뻗어 나가다, 탐욕의 적나라함과 야만성을 드러내는 병리적 경향을 유감없이 발휘해 나가며, 힘 앞에 순종하고 권력 집단을 옹호하며 지배 계급에 속박된다.

     

    월세 거주자가 종부세를 반대하고, 세입자가 부동산 규제를 반대하며,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손가락 질 하며, 계층간의 차별과 혐오가 만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성이나 지성은 궁극적으로 집단의 이기주의를 철폐할 수 없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집단 행동은 언제나 소속된 개인들의 다수 의견에 의해 좌우되며, 이 다수 의견은 탐욕의 동기에 의해 작동되거나 막연한 불안에 의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리는 계급적 특권에서 비롯되는 수많은 사회의 불의를 자유와 생명존중, 상호 신뢰, 그리고 이타성의 개념으로도 치유할 수 없다. 

     

    누구도 자신을 노동자 계급으로 인지 하지 않으려 하고, 분절되고 환원되어 잘게 나누어져 생겨버린 바다처럼 넓은 인지거리의 사회에서 공동체 간의 연대는 점점 요원 해진다. 이 속에서 지배 계급에 핍박받고 투쟁하던 소수 계급은, 보다 나은 사회가 도래 하리라는 장밋빛 희망 꿈꾸며 오히려 반공과 민족주의로 덧칠된 파시즘에 물들고 만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보다 저열해지고 분열되어 어떠한 이상도 꿈꿀 수 없는 냉소 사회로 빠져들고 말 것인가? 

     

    라인홀드 니버는 그의 저서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사회에 관한 이러한 비관적 관찰과 전망을 담아 냈다. 대공항 이후 미국의 사회 경제적 상황에서 이 책이 저술되었다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그의 냉소적인 분석은 충분히 잘 와닿는다. 왜냐하면, 오늘날에도 여전히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까닭이다. 다만, 종교적 신앙심과 도덕 관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비관적 전망에 대한 대안과 제언 역시 종교적 도덕관념에 기초하고 있어 대단히 고루하게 읽힌다. 하지만, 여전히 곱씹어 볼 만한 부분이 많이 있는 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정치철학의 훌륭한 고전이라 할만하다.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 - 8점
    라인홀드 니버 지음, 이한우 옮김/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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