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lavinka


모니터의 크기를 인치로, 고도는 피트로, 키는 센티미터로, 몸무게는 킬로그램으로, 온도는 섭씨로...,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단위들을 사용한다. 이런 그 수많은 단위들을 다시 한번 크게 나눠 보면 길이와 시간, 질량, 온도 로 나누어 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조금은 엉뚱하지만, 어쩌면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그렇다면 길이란 무엇인가? 시간이란 무엇인가? 질량이란 무엇인가? 온도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물리량들을 어떤 기준으로 나타낼 것인가?


무언가를 측정 한다는 말 속에는 암묵적인 보편성이나 객과성을 내포하고 있다. 가령 움직이는 물체의 속력을 측정하는데 시간 기준을 자신의 손목 맥박을 이용해 측정한다고 가정해보자. 가만히 책상에 앉아 첫 번째 맥박이 뛰었을 때 물체의 위치를 기록하고, 두 번째 맥박이 뛰었을 때 물체의 위치를 기록 하면서 시간에 따라 물체가 얼마 만큼 이동 했는지를 계산 한 결과와, 커피를 마시며 물체의 속력을 측정한 결과는 분명 상이할 것이다. 만일 이같은 기준으로 속력을 정의하고 측정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측정하는 사람, 시간, 환경에 따라 매우 상이한 결과들이 기록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측정은 언제나 보편성과 불변성, 재현 가능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인류가 끊임 없이, 보다 정밀한 측정 기준을 찾기 위한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미터의 정의는 길이 원기가 아닌, 빛이 진공에서 1/299,792,458초 동안 진행한 경로의 길이로, 1초는 세슘 133 원자의 바닥상태에 있는 두 초미세 준위 사이의 전이에 대응하는 복사선의 9,192,631,700 주기의 지속시간으로 정의했다.


현대 물리학이 일구어낸 지식에 따르면, 시간과 공간은 서로 독립적인 계가 아닌 하나의 계로 기능함이 그리고 빛의 속력은 관측자의 계와 무관하게 항상 일정함이 알려져 있다. 덕분에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빛의 속력을 이용해 관측자와 무관하게 언제나 일정하게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질 수 있다. 온도의 경우 원자의 양자적 요동이나 분자의 진동과 충돌 등으로 인해 발생한 에너지가 거시적 형태인 온도로 창발됨이 알려져 있어, 절대 온도로의 정의를 가능하게 해 주었다. 


그러나 질량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양자장론에 따르면 힉스장의 자발적 대칭 붕괴로 인해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함이 일려져 있을 뿐, 이 현상을 이용해 보편적이고 불변이며, 재현가능한 정밀한 기준을 설정하는데에 많은 기술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질량의 단위인 킬로그램 의 정의가 130년만에 바뀌다는 소식[1] 을 전해 들었다. 지금까지 130년간 우리가 사용했던 킬로그램의 기준은 어떤 객관적 방법에 의해 정의된 기준이 아닌, 프랑스 국제도량형국 지하 금고에 보관중인 백금-이리듐 질량 원기였다.


킬로그램의 정의를 바꾸게 된 것은 그 기준이 되는 질량 원기의 질량이 불안정 했기 때문이다. 1988년 국제 킬로그램원기를 금고에서 꺼내어 6개의 사본과 비교하던 중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1946년에 검증 했을 때에도 사본들 사이에 미세한 차이가 발견되기는 했다. 이유는 공기가 표준기 표면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켰거나 표준기 안에 들어 있던 기포가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추측되었다. 하지만 1988년의 검증 결과, 문제는 더 심각했다.


사본들과 원기의 질량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사본 뿐 아니라 각국에 보관된 모든 부원기의 질량이 원기보다 커지고 있었다. 질량 차이는 50마이크로그램 이상이었다. 해마다 원기 질량의 20억분의 1씩 달라진 셈이었다. 사본과 똑같아야 하는 원기가 혼자서 이상 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원자 구조가 끓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인공물 표준은 어느 정도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 오차 중에는 알 수 있고 예측할 수 있고 보정할 수 있는 오차가 있는 반면 그럴 수 없는 오차도 있다. 게다가 온도가 달라지면 인공물의 성질도 미묘하게나마 달라진다. 궁극적 해결책은 질량 표준을 길이 표준처럼 자연 현상과 연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술이었다. 국제 킬로그램 원기를 대체 하려면 정확도가 1억 분의 1은 되어야 했다.


킬로그램을 재정의 하는 방법으로 고안된 방법이 바로 ‘와트 저울’ 이다. 이는 전자기력과 중력의 SI 단위가 같다는 점에 착안하여 특수 장치로 플랑크 상수를 측정하여 질량 단위로 삼는 방법이다. 플랑크 상수나 리드베리 상수, 미세 구조 상수 등은 매우 정확하게 측정된 상수라는 점에 착안한 것인데, 이를테면 사과 한 바구니를 무게가 알려진 어떤 것과 비교하는 것처럼 와트 저울은 어떤 질량과 유도코일의 전기력을 비교하는 것이다. 여기엔 양자홀효과와 양성자의 전자기적 성질 등의 현대 양자물리학의 모든 기본 원리가 어우러진 것이다. 그리고 이제 킬로그램의 크기는, Js 단위로 나타낸 플량크 상수의 값이 6.626068…× 10^-34 가 되도록 고정하여 정하도록 정의 될 것이다. [2]


이렇게 측정 표준 단위의 마지막 단추였던 질량의 정의가 우주 기본 상수를 이용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기준이 절대 불변의 보편성을 가지는 기준이라 말할 수 있을까? 플랑크 상수의 단위인 J 은 kg 과 m, s 의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 길이인 m 의 정의는 광속의 역수로부터 정의되고, 속력은 다시 m 와 s 으로 정의되어 있다. 1초는 세슘 133 원자의 초미세 갈라짐으로 정의되어 있지만, 이 기준은 시간의 본질적인 특성을 반영한 기준이 아닌 인간의 심박수에서 진자의 주기에 이르는 편의적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기준에 불과할 뿐이다.


측정은 그 단어가 주는 어감 과는 달리 그 기준은 상호 순환적이고 불확정적이다. 그러나 130년 반의 질량 기준이 변경되면서 질량의 불확정성이 1억분의 5보다 훨씬 낮은 1억분의 2.4 이하로 낮아진것 처럼 조금씩 절대 측정에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1] http://m.chosun.com/svc/article.html?sname=news&contid=2017102602736&Dep0=news.google.co.kr

[2] 로버트 P. 크리스, 측정의 역사, 에이도스, 2011, p28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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